얄라얄라북사랑님과 '함께읽기'를 하는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 책은 <장애의 역사> 였다. <침묵의 봄>은 붕붕툐툐님도 함께 하게 되어 더욱 좋다^^
<침묵의 봄>을 반 읽고 리뷰를 남긴다. 이책을 선택한 건 최근에 듣고 있는 팟캐스트 알릴레오북스 때문이었다. 알릴레오북스는 변호사 한 분과 유시민씨가 진행하는 독서 팟캐스트다. 게스트로 책의 저자나 책과 관련된 분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즐겨 듣고 있는 팟캐스트다.
이 책은 사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책이다. 워낙 많이 인용되는 책이라 보지 않아도 본 것 같은 책, 꼭 봐야만 할 거 같은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1962년 출간된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이다.
저자 레이첼 카슨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그만큼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분이며 고마운 분이다.
2021년 현재 시점에서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도 이렇게 불안하고 두려운데 살충제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수많은 생물을 죽이고 있는 현장 한가운데 있는 레이첼 카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환경을 사랑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그녀였기에 더욱 더 살충제의 폐해를 절실히 알리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는 이 책을 쓰기 전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시인의 감성을 지닌 생물학자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반인들에게 전하는 전도사였다. 그녀는 환경 관련 기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수많은 이상 징후를 접했다. 갑자기 새들이 죽고, 물고기가 죽어나갔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유력한 용의자는 살충제였다. 그녀는 자료들을 모으고 책을 쓴다. 그녀 주위에서는 만류했다. 그녀는 잃을 게 많았다. 만약에 그녀의 판단이 틀렸다면?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지위, 살충제 회사들로부터의 소송과 괴롭힘에 시달릴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54세의 나이에 이 책을 완성했다. 그리고 2년 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 덕분에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이 책은 살충제의 폐해를 알리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DDT 등의 살충제의 폐해가 알려졌다. 이 책을 읽은 케네디 대통령은 살충제의 폐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시민들은 환경단체를 조직했다. 오늘날의 환경단체들의 효시이자 뿌리가 이 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살충제는 우연히 등장하지 않았다. 살충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다. 화학전에 사용할 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종류의 물질은 곤충에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할 약제를 시험하는 데 곤충류가 자주 사용되었다. 이후 합성 화학 살충제 산업은 부상하고 놀랄 만큼 확장된다. 살충제에 이어 제초제까지. 인간을 죽이기 위해 개발하는 과정에서 살충제가 개발되고 다시 그 살충제가 인간을 죽이게 되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래는 책 속 글을 발췌한 것이다. 그녀의 문장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살충제는 대부분 비선택적이다. 없애려는 특정한 종만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맹독성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살충제와 접촉하는 모든 생물,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 농부가 키우는 가축, 들판에서 뛰노는 토끼, 하늘 높이 날아가는 종달새가 모두 위험에 빠진다. 이런 동물은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사실 동물들과 그 주변 환경의 존재 덕에 인간의 삶이 더 즐거워진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보답으로 갑작스럽고 무시무시한 죽음을 선사한다. 셸던의 자연 관찰자들은 죽음에 이른 종달새의 증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근육 조절이 안 되어 날거나 설 수 없음에도 새들을 옆으로 드러누워 계속 날갯짓을 해댔다. 발톱을 오그리고 부리는 반쯤 벌린 채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보다 더 불쌍한 것은 얼룩다람쥐였다. "죽음에 이른 얼룩다람쥐의 모습은 특별하다. 몸을 웅크린 채 앞발로 가슴을 잡고 있었다. ...... 머리와 목은 축 늘어졌고 입에는 더러운 흙이 들어 있었는데, 불쌍한 다람쥐가 죽어가면서 땅을 물어뜯기라도 할 듯 몸부림쳤음을 알려준다."
살아있는 생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묵인하는 우리가 과연 인간으로서 권위를 주장할 수 있을까? -p126
생생한 묘사이다. 불쌍한 얼룩다람쥐의 모습이 그려진다. 살충제는 무차별적이다. 또 하나 아이러니 한 것은 특정한 해충을 죽이기 위한 살충제가 때로는 효과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살충제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특정 해충의 천적까지 모조리 죽여버린다. 때문에 그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해충이 쉽게 번성하여 오히려 살충제를 뿌리기 전보다 해충이 많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인용하고 싶은 글들이 더 있는데 분량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 이만 줄인다.
오래 전부터 알던 <침묵의 봄>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예전부터 읽으려 했지만 안 읽은 이유는 이미 우리는 살충제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충제로 인한 환경파괴는 과거의 지난 일이라 생각해서 책을 읽을 정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책을 읽지 않아도 그 내용을 알고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읽으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예상대로였다. 살충제로 인한 여러 사건들이 반복되자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살충제에만 국한해서 읽을 책이 아니다.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결코 살충제만이 아니다. 온난화, 수많은 쓰레기, 원자력 폐기물 등등 그 목록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우리는 아름다운 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점차 우리의 환경을 위협할 것이다. 이 책은 생태학, 환경학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지혜를 우리에게 준다. 소중한 책이다.
아직 <침묵의 봄> 반이 남았다. 그리고 <침묵의 봄> 이후도 궁금하다. 우리는 정말 살충제의 위협에서 벗어났을까? 지금 사용되는 살충제, 제초제는 안전한가? 그 외에 아직 폐해가 알려지지 않은 다른 위험한 물질은 없을까?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환경 파괴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더 알고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지금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과연 백신은 안전한가? 10년, 20년, 30년 후에도 백신은 안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무턱대고 회사와 정부 관리를 믿으면 안된다. 제약회사와 정부의 말도 신중하게 들어야 한다. <침묵의 봄>이 우리에게 알려준 교훈이다.
1950년대 살충제가 사용되었을 때 회사와 정부는 살충제가 무해하다고 했다. 수많은 생물들이 죽어나가고 있어도. 우리나라 군인들은 베트남 전쟁 때 DDT를 온몸에 뿌리기도 했다. 이것이 베트남 고엽제다. DDT 등의 살충제 사용이 중단된 것은 이 책이 출간된 1962년으로부터 10년 뒤 1972년이었다. 때론 지나고 보면 명백한 일들도 밝혀지고 바로잡히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