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란 무엇인가 - 마스크 시대의 정치학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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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얄라얄라북사랑님과 함께 읽기 3번째 책이다. 이 책은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란 분이 쓴 책이다. 독일에서 21년 3월에 출간되었다. 독일 슈피겔 종합 베스트셀러 1위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팬데믹 시대에 국가의 역할과 시민의 의무에 대해 논의한 책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국가는 시민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 라는 논의를 다루고 있다.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2주간 격리, 모임 인원제한, 영업시간 제한, 백신 접종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시민권 제한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도 이 부분이 고민인 차에 잘 됐다 싶었다.


 하지만 많이 아쉬웠다. 일단 출간시기가 21년 3월이라 백신 접종이라는 중요한 골자가 빠져있다. 그 때는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정부의 백신 접종 강제가 심하지 않았던 시기라 이 책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내겐 이 부분이 가장 관심사인데 아쉬웠다. 


 그리고 두 번째 독일과 한국의 온도차로 인해 공감이 가지 않았다. 코로나 초기 한국은 마스크 쓰기나 거리 두기, 2주간 격리 등의 방역지침을 잘 따랐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큰 시위 등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았던 거 같다. 마스크 쓰기 조차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고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나보다. 그리고 각종 음모론도 많았던 거 같다. 코로나는 빌 게이츠가 뿌린 거라는 등. 

 코로나 초기 독일의 상황은 언론에서 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독일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유럽에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국 소식은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다 보니 더 기억이 난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하여 마스크를 쓰지 않고 코로나를 과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세번째 아쉬움은 정부의 방역 지침들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여부가 자세히 다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로 비판하고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 초기 마스크 쓰기 등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각종 음모론에 현혹되고 자신의 자유만 생각하고 타인의 안전이나 권리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저자도 이 부분은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며 넘어가고 주로 논의해야 할 사항은 정부의 방역 지침들이 적절했는가 하는 적절성의 여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부분이 세밀하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이 책은 대화라기 보다 독백에 가깝다. 비판받아 마땅한 사람들을 향해 당연한 비판을 한다. 굳이 철학적 논리를 내세우지 않아도 일반인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적절성의 여부다. 과연 코로나로 인한 피해와 방역조치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과 경제적 손실 중 어느 쪽이 클까? 코로나 사망자는 매일 언론에 보도되지만 자살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인원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과거 미국도 9.11 테러로 인해 일반인들이 테러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다. 때문에 공항 등의 시설에서 검문이 엄청나게 강화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런 검문으로 인한 이득보다 시민들의 불편 등의 경제적 손해가 크다는 것이 들어났다. 때문에 다시 검문은 완화되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무책임하고 탈도덕적이고 이기적이고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모두가 음모론을 믿고 자신의 지위가 낮음을 보상받으려는 비뚤어진 호승심, 영웅주의에 빠져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이 예전에 주장했던 사회적 의무 복무에 관한 비난, 비판들에 대해 6가지로 나눠서 하나씩 반박한다. 하지만 코로나에 대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난, 비판들은 세부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하나로 뭉뚱그릴 뿐이다. 좀 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논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네번째 아쉬움은 철학적인 분석으로는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이었다. 이 아쉬움은 이 책의 주제를 한참 벗어난 아쉬움이기 때문에 저자나 책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개인적 아쉬움이다. 나는 코로나와 방역조치들의 과학적, 통계적 근거들이 궁금하다. 언론, 정부, 제약회사 측의 주장이 아닌 팩트들이 궁금하다. 2년간 각국의 코로나 사망자 수, 사망률과 독감, 감기 등의 사망자수, 사망률의 비교분석, 암, 심혈관계 질환 등의 사망률의 코로나 전 후의 차이 등등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싶다. 그래야 납득이 갈 거 같다. 인터넷에 쪼개져 있는 단편적인 사실들을 확인하고 종합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이다. 이런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책은 언제 나오려나.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나 "의무란 우리에 대한 타인의 권리" 라는 니체의 말에 동의한다. 내가 궁금한 것은 팩트체크다. 과연 2-30대, 청소년, 영유아, 임산부에 대한 백신접종의 이득이 백신의 부작용의 위험과 전파 위험보다 클까? 이에 대한 답은 몇 십년 후에 알게 될 거 같다. FDA는 화이자는 백신 승인 관련 문서 완전 공개 시한을 55년 후에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는 20년 더 연장해서 75년 후에 하겠다고 요청했다. 한 세대가 통상 30년 임을 고려하면 2.5세대 후에 하겠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탈도덕화, 탈의무화에 대한 원인으로 자본주의를 지목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은 공감이 가고 좋았다. 그리고 그런 부분의 해결 방안으로 사회적 의무 복무를 제안한 점도 좋았다. 이는 이 책의 5, 6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궁금한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길.


  뷔켄푀르데 역시 세속화된 자유주의 국가에 대한 유명한 글을 쓴 지 40년이 지나서야 우리 민주주의의 위협이 종교적 의무의 부재에 있다기보다 무엇보다 뿌리째 흔들리는 우리 경제 체제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24


 민주적 시민 의식과 자본주의적으로 배양된 이기심이 단순히 보완 관계가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힘이라는 사실은 새로운 생각이 아니다. 시민 민주주의의 태동기에 이미 그렇게 생각한 인물이 있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다. -p125


 탈의무의 가장 깊은 뿌리는 멍청한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타인에 대한 의무를 내팽개치라고 끝없이 가르치는 변화된 우리 경제다.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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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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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15: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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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1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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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15: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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