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잔뜩 빨아서 널기



  선물받은 옷을 빨래한다. 빨아야 할 옷이 워낙 많기에 빨래기계에 넣어 돌리기도 하지만, 양말은 손수 하나씩 빨래한다. 아무래도 양말만큼은 손으로 복복 비벼서 헹구어야 제대로 빨리지 싶다. 다른 옷도 손으로 비벼 헹굴 적에 제대로 빨린다고 느낀다. 그러나 오늘 하루 모든 옷을 빨래하지는 못한다. 선물받은 양말도 서른 켤레가 넘지 싶은데 스무 켤레 즈음만 빨래한다.


  햇볕이 좋으니 빨래가 곧 마른다. 빨래가 곧 말랐으나 그대로 둔다. 햇볕을 잔뜩 머금기를 기다린다. 앞으로 이 옷을 입고 이 양말을 신을 우리 아이들한테도 고운 햇볕이 따사롭게 깃들 수 있기를 꿈꾼다. 4347.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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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가 빨래 이야기를

꾸준히 쓴다고 느꼈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가

'빨래하는 삶'을 다루는 이야기로

책을 펴내겠다고 생각했다.


진작에 게시판을 따로 두려고 했으나

빨래하느라 바빠

미처 새 게시판을 열지 못하면서

글만 바지런히 쓰다가

비로소 

오늘 새 게시판을 연다.


바깥마실을 다녀오느라

아이들도 지치고 아버지도 고단한 밤에

잠자리에 들지 않고

예전 글을 추스른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즐겁고 좋다.

그동안 빨래와 얽혀 꽤 많이 글을 썼구나 싶다.


다 한 자리에 그러모으지는 못했으나

얼추 200꼭지는 쓴 듯하다.


빨래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쓴 사람이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에

몇이나 있을까?


아무튼, 빨래는 삶을 밝히고 살림을 살찌우는

멋진 일 가운데 하나라고 느낀다.


다른 육아일기보다 빨래일기를 

먼저 갈무리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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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누리는 빨래



  닷새에 걸친 바깥마실에서 돌아온다. 아이들 옷을 벗기고 씻긴다. 아이들이 무척 고단할 테지만 때까지 북북 밀면서 씻긴다. 머리를 감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힌다. 어때, 개운하니? 아무리 고단해도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너희들이 즐겁게 잠들 수 있단다.


  아이들이 벗은 옷가지는 이튿날에 빨 수 있지만, 오늘 빨기로 한다. 아이들을 먼저 씻긴 뒤, 나는 빨래를 하면서 몸을 씻는다. 복복 비비고 헹군다. 북북 다시 비비고 헹군다. 땟국물이 주르르 흐른다. 말끔히 빨아서 헹군 옷가지가 상큼하다. 시골집으로 돌아와서 시골물로 빨래하니 참으로 기쁘구나. 물냄새가 향긋하고 시원하다. 물빛이 맑고 상큼하다. 더운 여름날 방에 넌 옷가지는 천천히 마르면서 집안에 흐르는 바람이 부드럽게 도울 테지.


  노래를 부르면서 큰아이와 작은아이 몸과 팔다리를 주무른다. 한참 주무른다. 이제 너희들은 도시에서는 할 수 없던 노래하기와 춤추기와 뜀뛰기를 다시 실컷 할 수 있어. 알지? 도시에서는 버스에서나 전철에서나, 또 이모네 집에서나 큰아버지네 집에서나 마음껏 뛰지도 소리지르거나 노래하지도 못했잖아? 그곳에서는 악기를 켤 수도 없었지.


  우리 시골집에는 이모도 없고 큰아버지도 없고 할머니도 없고 삼촌도 할아버지도 없지만, 우리 시골집은 너희들이 마음껏 뛰놀면서 자랄 수 있는 곳이야. 앞으로 이 시골집에 이모도 큰아버지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삼촌도 찾아와서 커다란 식구로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꾸자. 우리가 즐겁게 꿈꾸어 멋진 삶을 이루자.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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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빨래 개며


  작은아이는 곯아떨어졌다. 어깨로 안아서 잠자리에 누이고 옷만 갈아입힌다. 작은아이는 누운 채 몸을 맡긴다. 이럴 적에 아버지가 옷을 벗기고 새옷 입히는 손길을 몸으로 알고 마음으로 느끼겠지. 하루 내내 맨발로 논 아이인데 아침에 씻겨야지. 큰아이는 이웃 언니랑 오빠랑 동생하고 논다. 늦은 때이지만 졸음을 참는다. 옷을 벗기고 씻기니 잠옷으로 온자 입는다. 베개에 두른 손닦개에 젖은 머리카락을 스스로 펼치고 눕는다. 땀으로 옴팡 젖고 때 많이 낀 아이들 옷가지를 빤다. 어제 빨아서 넌 옷가지는 다 말랐다. 축축한 옷을 넌다. 큰아이 이마를 어루만진다. 오늘도 잘 놀아 주었네. 예쁘 고맙다. 이내 꿈나라로 간 큰아이 옆에 앉아 마른 옷가지를 갠다. 불 끈 방에서 밤눈으로 옷을 갠다. 자는 방 한쪽에 놓는다. 이튿날 새롭게 놀자. 바깥마실 나흘째이구나. 4347.5.30.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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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할 적에



  어디에서나 언제나 빨래를 한다. 신문배달을 하던 스무 살 적에도 새벽마다 땀에 젖은 옷을 날마다 빨았다. 장마철에는 덜 마른 옷을 입고 신문을 돌려서 다시 땀투성이가 되면 또 빨고 이튿날에 덜 마른 옷을 입고서 새로 빨았다.


  아이들과 살며, 날마다 거를 수 없는 기저귀 빨래를 겪고 보니, 참말 언제 어디에서나 빨래를 한다. 길에서 똥을 눈 갓난쟁이를 안고 부랴부랴 뒷간을 찾아 밑을 씻기고 똥기저귀를 헹구었지. 고속도로 쉼터에서도 잽싸게 기저귀를 헹구었고 기차에서도 기저귀를 빨았다.


  고단하더라도 빨래를 해 놓고 본다. 아이들을 씻기고 나면 빨랫감이 수북히 나오는데, 하루를 미루면 이튿날 일감이 곱이 된다. 그날그날 빨고 말려 마실길에 홀가분하기를 바란다. 


  밖에서 자야 하면 빨래는 밤새 방에 물기를 내뿜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의 다 마른 옷가지를 보며 기지개를 켠다. 새 하루로구나.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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