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누리는 빨래
닷새에 걸친 바깥마실에서 돌아온다. 아이들 옷을 벗기고 씻긴다. 아이들이 무척 고단할 테지만 때까지 북북 밀면서 씻긴다. 머리를 감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힌다. 어때, 개운하니? 아무리 고단해도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너희들이 즐겁게 잠들 수 있단다.
아이들이 벗은 옷가지는 이튿날에 빨 수 있지만, 오늘 빨기로 한다. 아이들을 먼저 씻긴 뒤, 나는 빨래를 하면서 몸을 씻는다. 복복 비비고 헹군다. 북북 다시 비비고 헹군다. 땟국물이 주르르 흐른다. 말끔히 빨아서 헹군 옷가지가 상큼하다. 시골집으로 돌아와서 시골물로 빨래하니 참으로 기쁘구나. 물냄새가 향긋하고 시원하다. 물빛이 맑고 상큼하다. 더운 여름날 방에 넌 옷가지는 천천히 마르면서 집안에 흐르는 바람이 부드럽게 도울 테지.
노래를 부르면서 큰아이와 작은아이 몸과 팔다리를 주무른다. 한참 주무른다. 이제 너희들은 도시에서는 할 수 없던 노래하기와 춤추기와 뜀뛰기를 다시 실컷 할 수 있어. 알지? 도시에서는 버스에서나 전철에서나, 또 이모네 집에서나 큰아버지네 집에서나 마음껏 뛰지도 소리지르거나 노래하지도 못했잖아? 그곳에서는 악기를 켤 수도 없었지.
우리 시골집에는 이모도 없고 큰아버지도 없고 할머니도 없고 삼촌도 할아버지도 없지만, 우리 시골집은 너희들이 마음껏 뛰놀면서 자랄 수 있는 곳이야. 앞으로 이 시골집에 이모도 큰아버지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삼촌도 찾아와서 커다란 식구로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꾸자. 우리가 즐겁게 꿈꾸어 멋진 삶을 이루자.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