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새로 엮기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며 빨랫줄을 잡아당기곤 했다. 평상에 올라서면 빨랫줄에 손이 닿기도 했고, 평상에 올라서지 않더라도 폴짝폴짝 뛰면 손에 닿곤 해서, 자꾸 줄을 잡아당겼다. 하도 잡아당기고 놀아 여러 차례 끊어졌는데, 잇고 다시 잇다가 열흘쯤 그대로 두는데, 빨래를 널 적마다 성가시다. 빨랫줄을 다시 잇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껴 새로 잇는다. 예전처럼 외가닥으로 이을까 하다가 처마 밑에 못이 박힌 자리가 있는지 헤아려 본다. 곳곳에 있다. 아마 예전에 빨랫줄을 잇던 자리이지 싶다. 집 왼쪽 처마 밑에 있는 못자리 한 곳에서 줄을 새로 잇는다. 광에서 잇는 줄이랑, 집 오른쪽 처마 밑에 있는 못자리에서 잇는 줄하고 함께 잇는다. 세가닥 빨랫줄이 된다. 어른이 위로 팔을 뻗어야 닿을 만한 높이가 되고, 평상에서 퍽 떨어진 자리에 드리운다. 아이들도 이제 빨랫줄은 잊고 다른 놀이를 할까. 세가닥 빨랫줄로 하니, 옷가지나 얇은 이불을 더 널 수 있다. 그래,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지.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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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닦개(수건) 빨래



  비가 여러 날 그치지 않는다든지, 아이들 여럿과 함께 나들이를 온 손님이 있다든지, 이럴 적에는 손닦개가 갑자기 많이 든다. 그럴밖에 없다. 이때에 다른 어느 빨래보다 손닦개 빨래를 바지런히 한다. 비가 도무지 그칠 낌새가 없다면 이틀에 걸쳐 말리려는 마음이 되고, 아이들이 여럿 놀러오면 아이들을 씻기며 손닦개가 많이 드니까 해가 나기를 바라는데, 해마저도 안 들면서 손닦개를 많이 써야 하면, 하루에 예닐곱 장씩 빨곤 한다.


  여러 날에 걸쳐 고흥집에 머물던 손님이 모두 돌아가고 나서 빨래를 신나게 한다. 미리 빨래해서 널어 놓은 손닦개는 천천히 마르고 새로 빨래하는 손닦개는 오늘쯤 마를까. 그러나 비가 그쳐야 제대로 마르던가 하지. 우리 집에도 아이가 둘 있는 터라 손닦개를 열서너 장쯤 두는데, 손님이 올 때를 헤아리면 너덧 장은 더 두어야겠다고 느낀다. 4347.7.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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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아파



  손가락을 여러모로 다친다. 다친 자리가 아물려면 일을 하지 말거나 물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집일을 하면서 일을 쉬거나 물을 안 만질 수 있는가. 내가 혼자 살면 모르되, 아이들과 복닥이며 하루를 누리는 삶인 만큼, 다친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똑같이 한다. 빨래를 하거나 밥을 지으면서 ‘아차, 내 손가락이 다쳤지.’ 하고 뒤늦게 깨닫지만, 뭐 그냥저냥 물을 만지고 일을 한다. 생채기에서 고름이 나오고 피가 흐르지만 ‘괜찮아, 이 일만 마치고 한동안 물을 안 만지면 되지.’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내 다시 일을 하고 물을 만진다. ‘아이고, 손가락을 또 잊었네.’ 하고 되새기면서 ‘미안해, 미안, 잘 봐 주렴.’ 하고 손가락한테 말한다. 내 손가락은 아픔을 잊다가 떠올리면서 온갖 일을 해 준다. 아이들 사이에서 새근새근 잠든다. 더없이 고맙다. 4347.7.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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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2014-07-03 10:31   좋아요 0 | URL
많이 불편하시겠네요.
물 닿으면 계속 덧날거에요.
손가락 상처가 아물때까지만이라도 고무장갑을 사용하면 좋을텐데요.
상처 난 손으로 음식 만드는게 더 안 좋거든요.
전 종이 셀 때 손가락에 끼우는,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그 고무를 손에 끼우기도 합니다.
임시방편은 되더라고요.
얼른 낫기를 바랍니다.



숲노래 2014-07-03 10:42   좋아요 0 | URL
집에 고무장갑을 아예 안 두다 보니... ^^;;;
손가락씌우개도 있는데,
손가락씌우개를 써도 물이 스미더라구요 ㅠ.ㅜ

그래서 그냥 밴드를 붙였습니다.
이 손가락들이 얼른 아물어야지요~!!!
이궁~ 고맙습니다~~
 

양말빛



  한 번 빨아서 해바라기 시킨 양말을 목초액을 듬뿍 뿌린 물에 담가 하루를 묵힌 뒤 새롭게 빨래를 한다. 빨래를 하면서 큼큼 냄새를 맡는다. 처음 빨래를 할 적보다 냄새가 많이 가셨다. 헹구고 다시 헹구도 또 헹군다. 두 켤레씩 손에 쥐고 비틀어서 물을 짠다. 왼손 둘째손가락을 어제 다쳤는데, 빨래를 하는 동안 그리 따끔거리지는 않는다. 다만, 아물지도 않는다.


  양말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넌다. 집게로 집지 않고 죽 펼친다. 두어 시간마다 뒤집는다. 양말을 뒤집을 적마다 세제 냄새가 살몃 풍긴다. 이렇게 빨고 말리더라도 세제 냄새가 다 가시지는 않는다. 앞으로 아이들이 이 양말을 신고 뛰놀면서 땀내음이 배게 하고, 땀내음을 다시 복복 비벼서 빨 적에 세제 냄새가 천천히 사라지려나.


  햇살내음과 함께 풀내음도 바람내음도, 여기에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놀며 나누어 주는 소리빛도 곱게 받아들여 주렴. 4347.7.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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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7-01 14:56   좋아요 0 | URL
우와~!!!!!!!
양말이 너무 많은데요~
근데 색깔이 참 곱습니다!!^^

숲노래 2014-07-01 15:48   좋아요 0 | URL
모두 선물받은 양말이에요.
엄청나지요?
앞으로 두 해쯤 양말 걱정 없겠어요 ^^;;;

이제 작은아이가 입을 내복을
이웃한테서 얻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___^
 

물려입는 옷에서 풍기는 세제 냄새



  이웃한테서 옷을 물려입을 적에는 늘 세제 냄새를 맡는다. 세제 냄새를 빼려면 며칠쯤 옷가지를 해바라기 시킨다. 그러고 나서 물에 담가 하루를 불리고서 이튿날 복복 비벼서 손빨래를 한다. 잘 빨고 헹구어 물기를 짠 옷가지를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킨다. 이렇게 하면 세제 냄새가 많이 가신다. 그렇지만 다 가시지는 않는다. 두 번 세 번 네 번쯤 빨래를 하고 해바라기를 시키면, 어느새 세제 냄새는 거의 사라진다.


  그런데, 이웃한테서 물려입는 옷에서 나는 냄새는 세제 냄새뿐이 아니다. 그러면 무슨 냄새일까? 수돗물 냄새이다. 세제와 수돗물이 섞인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곰곰이 돌아본다. 내가 제금을 나기 앞서, 우리 어버이와 살아가는 동안 우리 집에서도 빨래기계와 세제를 썼다. 우리 어머니(아이들 할머니)는 오늘날에도 세제를 쓰신다.


  빨래를 마친 옷에서 보송보송한 햇볕내음과 바람내음이 묻어나자면, 화학세제가 아닌 비누를 써야 한다. 그리고, 졸졸 흐르는 맑은 물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햇볕을 쬐어야 하고, 풀내음과 흙내음을 먹어야 한다. 이때에 빨래가 가장 싱그러우면서 맑은 빛을 띤다.


  요즈음은 거의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 산다. 도시에서도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에 산다. 도시에서 빨래를 할 적에 수돗물 아니고는 쓸 물이 없다. 게다가 햇볕에 빨래를 말리기란 얼마나 힘든가. 도시에서 지내는 이웃은 세제와 수돗물을 쓸밖에 없고, 옷가지를 햇볕에 말리는 일은 꿈조차 꾸기 어렵다. 도시에서 빨래를 널어서 말리더라도, 둘레에 흙이나 풀이나 나무가 얼마나 있는가. 나뭇가지에 줄을 잇고 바지랑대를 받쳐서 바람에 한들한들 옷가지를 말릴 만한 보금자리는 도시에 몇 군데쯤 있을까.


  선물받은 ‘아이들이 물려받아 입을 옷’ 가운데 양말을 스무 켤레 즈음 빨아서 마당에 너는 동안 곰곰이 생각한다. 옷을 옷답게 건사할 만한 터전에서 살아야 몸을 몸답게 건사할 수 있을 테고, 마음을 한결 맑으면서 밝게 돌볼 만하겠지. 옷과 밥과 집은 동떨어지지 않는다. 늘 함께 흐른다. 지구별 모든 이웃이 맑은 물과 볕과 바람과 풀과 숲을 누릴 수 있기를 꿈꾼다. 4347.6.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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