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차린 다음에 빨래



  아이들과 먹을 밥과 국을 마련한 다음 빨래를 하기로 한다. 아이들이 맛나게 수저질을 하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빨래를 한다. 우리 집 사람들이 어제그제 벗은 옷을 오늘 함께 빨래하기로 한다. 오늘은 내가 태어난 날이라 하고, 내가 태어난 날이든 다른 여느 날이든 언제나처럼 아침을 맞이하고 밥을 차리며 빨래를 한다. 부엌바닥을 쓸고닦은 뒤 밥상을 올린다. 바지런히 손을 놀린다. 밥을 짓는 동안 1분이나 10초라도 말미를 내어 책 몇 쪽 읽으려고 늘 밥상맡 한쪽에 책을 놓지만, 요 며칠은 부엌에서 밥을 지으며 한 쪽도 못 읽는다. 그러나 아이들이 밥을 잘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저 흐뭇하니까, 부엌일을 다 마치고 이따가 등허리를 펴면서 느긋하게 읽기로 한다.


  아이들 오줌그릇을 비우면서 앞마당 모과나무와 무화과나무와 복숭아나무한테 인사한다. 모두 이 겨울을 잘 나고 이듬해 봄에 무럭무럭 자라자고 말을 건다. 차근차근 숲집이 되고 나무가 우거지는 집이 되기를 바란다고 속삭인다. 우리 집 처마 밑 제비집에 겨우내 깃드는 참새와 박새는 먹이를 찾으려고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마을을 휘휘 날아다닌다. 4347.1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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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12-07 12:40   좋아요 0 | URL
음 생신이신가요? ^^ 축하드려요

숲노래 2014-12-07 12:50   좋아요 1 | URL
`생신`까지는 아니고,
그냥 `태어난 날`입니다.
한 해 내내 생일처럼 누리다가
비로소 오늘을 맞이했어요 ^^

고맙습니다~
 

새롭게 겨울빨래



  아침에 두 아이를 씻긴다. 어제 씻기려 했으나, 큰아이가 어제 안 씻겠다 하는 바람에 어제 낮 따스할 적에 못 씻겼다. 아침에는 아직 바람이 쌀쌀하니 춥지만, 어쩌는 수 없이 아침에 씻긴다. 노느라 땀에 전 옷을 빨래하려고 씻는방 바닥에 깐다. 두 아이를 씻기면서 튀는 물로 ‘빨래할 옷’을 적신다. 아침에 아이들을 씻기면 아침에 빨래를 해서 차츰 따스하게 올라오는 겨울볕을 따라 옷을 한결 잘 말릴 수 있다.


  다 씻은 아이를 자는방으로 들여보낸다. 두 아이는 스스로 이불을 뒤집어쓴다.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몸을 덥히는 아이들을 보다가 내 어릴 적을 떠올린다. 내가 어릴 적에도 겨울에 몸을 씻으면 추웠다. 그래서 어머니는 우리를 씻기기 앞서 자는방에 ‘이불을 잘 깔아’ 놓은 뒤, 다 씻기고 나서 얼른 이불로 파고들라 했다. 어릴 적에는 옷을 입히고 이부자리에 눕혔고, 좀 큰 뒤에는 알몸으로 이부자리로 파고들어서 꼼지락거리면서 옷을 꿰었다.


  아이들은 자는방 이부자리에 누워서 놀고, 나는 슬슬 빨래를 해야지. 4347.1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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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따순물 쓰는 손빨래



  2015년 올해에는 십일월 이십이일 아침부터 따순물로 손빨래를 한다. 오늘도 날이 폭하니 굳이 따순물을 안 써도 되지만, 새벽에 방바닥을 덥히면서 나온 따순물이 있기에 즐겁게 쓰기로 한다.


  아침에 아이들 옷을 갈아입힌 뒤 조물조물 빨래를 한다. 복복 비비면서 생각에 잠긴다. 오늘 하루 하고픈 일을 생각하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헤아린다. 아침밥을 어떻게 지을까 생각하고, 이렇게 폭한 날씨에 자전거를 몰고 어디까지 나들이를 다녀올 만할까 생각한다.


  빨래를 마친 옷가지를 복복 짠다. 마당으로 가지고 나가서 넌다. 빨래를 너는 동안 두 아이가 바깥을 내다보더니 맨발로 마당에 내려서서 달린다. 장난감을 하나씩 갖고 평상에 앉는다. 따순 가을볕을 쬐면서 소꿉놀이를 한다. 4347.11.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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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불 석 채



  네 살 작은아이가 지난밤에 밤오줌을 이불에 싼다. 이달 들어 세 차례째이다. 앞서 두 차례는 마당에 이불을 널어 햇볕에 말렸으나 오늘은 빨아야겠다. 오줌내음이 물씬 퍼진다.


  아침밥을 끓인 뒤 이불에 비누를 묻힌다. 이불 석 채에 비누질을 하자니 팔이 제법 저린다. 오늘은 오랜만에 빨래기계한테 맡기기로 한다. 그런데 이불 석 채를 넣으니 움직이지 않는다. 두꺼운 이불 한 채를 꺼낸다. 살살 움직인다. 남은 이불은 밥을 차려서 아이들을 먹인 뒤 따로 빨까. 아니면 빨래기계한테 한 번 더 맡길까.


  예전에 아이가 이불이 쉬를 하면 키를 씌워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다니라고 내보낸 까닭을 알 만하다. 그러면,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고, 어머니나 아버지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몸져누운 뒤, 늙은 어버이가 이불에 쉬를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어른이 된 아이’는 늙은 어버이 머리에 키를 씌우지 않겠지. 4347.11.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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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빨래를 하다 보면



  손빨래를 하다 보면 빨래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러할 때는 참말 빨래를 미룬다. 하루나 이틀 즈음. 갓난쟁이 기저귀 빨래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었으니, 아이들 옷가지는 하루나 이틀 즈음 빨래를 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입힐 옷가지가 넉넉하다.


  손빨래를 하다가 내 옷가지는 이튿날 빨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옷이 많아서 미룬다기보다, 아이들 옷과 곁님 옷을 먼저 빨고 내 옷은 나중에 빨자는 생각인데, 일이 많거나 고단하면 으레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내 옷가지를 하루 미루고 이틀 미루면, 어느새 내 옷가지 빨래만 잔뜩 모인다.


  가을볕은 아주 짧다. 가을볕은 느즈막하게 올라와서 일찌감치 저문다. 봄과 여름에는 낮에 빨아서 퍽 늦게까지 마당에 널 만하지만, 가을에는 아침이 밝고 나서 얼른 마당에 널어야 하고, 낮 세 시를 넘어가면 바지런히 걷어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애써 햇볕을 먹인 옷가지에 다시 축축한 기운이 밴다. 십일월이 무르익는 날씨를 느끼며 아직까지 찬물로 손빨래를 하면서 하루를 돌아본다. 4347.11.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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