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에 올려놓은 빨래



  곁님이 엊그제 뜨개질을 마친 뜨개옷을 세탁기에 올려놓았다. 다 떴으니 신나게 빨아서 햇볕에 잘 말리면 된다. 그런데 여러 날 이 옷을 빨아야 하는 줄 깨닫지 못한다. 아니, 빨래를 다 마치고 물기를 짠 옷을 세탁기에 한 벌씩 척척 올리다가 뒤늦게 알아본다. 아차, 이 뜨개옷도 함께 빨았어야 했는데.


  세탁기가 있어도 세탁기를 안 쓰고 손으로 빨래를 하다 보니, 세탁기에 얹은 옷가지는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코앞에 있어도 안 보인다. 빨래를 모두 마친 뒤에야 비로소 알아챈다. 여러 날 허허 웃다가 오늘 드디어 ‘세탁기에 올려놓은 뜨개옷’을 빨래한다. 4347.9.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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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립고 힘들어 손빨래



  졸립고 힘들다. 며칠 앞서 서울마실을 한 탓에 몸이 고단하다고 볼 수 있다. 좀 드러눕고 싶지만, 조금 더 견디자는 마음으로 찬물로 씻고 빨래를 하자고 생각한다. 씻는다. 번쩍 깨지는 않지만 한결 낫다. 알몸으로 손빨래를 한다. 졸립고 힘든 몸인 탓에 즐겁게 손빨래를 하면서도 어깨가 뻑적지근하다.


  속으로 노래를 부른다. 입에는 물을 한 모금 머금는다. 빨래를 하는 동안 입으로는 물 한 모금 머금으면서 마음으로는 노래를 부른다. 물 흐르는 소리도 복복거리는 소리도 아닌, 내 마음에서 흐르는 노래를 듣는다.


  빨래를 마치고 물을 짜는데 택배가 온다. 부엌에서 만화책을 보던 큰아이가 얼른 마루문을 열고 택배를 받아 준다. “벼리야, 고맙다고 인사를 하렴.” 일곱 살 큰아이가 택배 상자를 받은 뒤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한다.


  옷걸이를 챙겨 마당으로 내려선다. 하나하나 넌다. 햇볕이 따갑다. 여름 내내 비가 쏟아지고 우중충한 하늘이더니 한가위를 앞두고 하늘빛이 파랗다. 그래, 곡식이 여물 이즈음에라도 해가 나니 고맙다. 한가위 언저리에 이렇게 하늘빛이 파라니, 올해에는 아주 동그랗고 아주 밝은 달을 볼 수 있겠네. 마을 어른들이 농약을 안 쓴다면 밤에 달빛뿐 아니라 개똥벌레 불춤도 볼 테지만, 달이라도 밝게 보면 반갑다. 기지개를 켠다. 새롭게 기운을 내자. 4347.9.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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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투정



  아주 바쁘게 ‘한국말사전 만들기 글’을 쓰다가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흐르고 머리가 살짝 지끈거린다. 살짝 드러누워 쉬어야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빨래를 하면서 씻기로 한다. 잠을 자는 방에 있는 이불과 베개를 걷어 마당에 넌다. 잠자리 평상을 걷어 마당에 펼쳐 말린다. 방바닥을 비로 쓸고 걸레로 훔친다. 이러고 나서 빨래를 한다. 빨래를 하면서 몸을 씻는다. 비누를 묻혀 비빈 뒤 헹구는 동안 여러 차례 몸을 씻는다. 빨래를 마친 옷가지를 마당에 넌다. 걸레를 다시 빨아 방바닥을 더 닦고 마룻바닥을 닦는다. 피아노방까지 닦을까 하다가 다시 일손을 붙잡은 뒤, 졸음이 몰리면 그때 걸레를 새로 빨아서 닦기로 한다.


  아이들과 곁님은 날마다 빨래를 내놓는다. 아주 마땅한 노릇이다. 날마다 빨래할 일이 생긴다. 그런데, 날마다 빨래를 하면서, 또 여름에는 아침 낮 저녁으로 빨래를 하면서 싫지 않다. 빨래를 할 핑계로 몸을 씻고, 빨래를 하며 몸을 씻다가 걸레를 빨면 집안 곳곳을 훔치거나 닦을 수 있다. 빨래를 날마다 해야 한다고 투정을 부릴 일이란 없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나는 이렇게 살림을 이럭저럭 꾸리니까 즐겁게 맞이하는 빨래이지, 지난날 어머니들은 지나치게 많은 일거리를 짊어져야 했기에 몹시 고되었으리라 느낀다. 지난날 어머니들은 투정할 겨를이 없었겠지. 투정할 기운이나마 남았을까. 4347.8.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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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로 숨돌리기



  아침에 비가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구름이 사라지면서 하늘이 티없이 맑다. 햇볕은 따갑고 햇살은 눈부시다. 대단한 여름날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기에 엊저녁과 오늘 아침에 나온 빨랫감을 빨기로 한다. 찬물로 몸을 씻으면서 빨래를 한다. 복복 비비다가 몸에 찬물을 끼얹고, 또 복복 비비다가 몸에 찬물을 얹는다.


  빨래를 마친 뒤 마당에 넌다. 빨랫대에 펴서 널기도 하고, 빨랫줄에 빨래집게로 집어서 널기도 한다. 아주 잘 마르겠다. 그렇지만 이불이나 평상은 말리지 않는다. 땅바닥을 살피니 물 기운이 있는 듯하다. 땅바닥에 물 기운이 하나도 없이 바싹 말랐을 때에만 이불이나 평상을 내다 널며 해바라기를 시킨다. 씻고 빨래를 했지만, 방으로 돌아오니 다시 땀이 흐른다. 여름이지. 막바지 무더위이지. 4347.8.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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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며칠 미루기



  거센 비바람이 며칠 몰아친다. 집 안팎으로 축축한 기운이 감돈다. 우리 집 아이들이 갓난쟁이였다면, 이런 날씨에도 바지런히 기저귀를 빨았으리라. 그러나, 큰아이가 일곱 살이요 작은아이가 네 살이니, 이제는 이런 날씨에 살며시 빨래를 미룬다. 거센 비바람이 잦아들어 해가 빠꼼 고개를 내밀 때에 빨래를 하기로 한다.

  아이들 옷가지를 며칠 묵히거나 쌓아서 빨래를 한 적이 아직 없다. 참말 아직 한 차례도 없다. 언제나 그날그날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빨았다. 큰아이 일곱 살과 작은아이 네 살인 오늘 비로소 ‘빨래 며칠 미루기’를 해 본다. 홀가분하면서 재미있고, 어딘가 멋쩍으면서 웃음이 난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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