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할 적에



  어디에서나 언제나 빨래를 한다. 신문배달을 하던 스무 살 적에도 새벽마다 땀에 젖은 옷을 날마다 빨았다. 장마철에는 덜 마른 옷을 입고 신문을 돌려서 다시 땀투성이가 되면 또 빨고 이튿날에 덜 마른 옷을 입고서 새로 빨았다.


  아이들과 살며, 날마다 거를 수 없는 기저귀 빨래를 겪고 보니, 참말 언제 어디에서나 빨래를 한다. 길에서 똥을 눈 갓난쟁이를 안고 부랴부랴 뒷간을 찾아 밑을 씻기고 똥기저귀를 헹구었지. 고속도로 쉼터에서도 잽싸게 기저귀를 헹구었고 기차에서도 기저귀를 빨았다.


  고단하더라도 빨래를 해 놓고 본다. 아이들을 씻기고 나면 빨랫감이 수북히 나오는데, 하루를 미루면 이튿날 일감이 곱이 된다. 그날그날 빨고 말려 마실길에 홀가분하기를 바란다. 


  밖에서 자야 하면 빨래는 밤새 방에 물기를 내뿜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의 다 마른 옷가지를 보며 기지개를 켠다. 새 하루로구나.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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