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빨래



  어제 하루는 빨래를 미룬다. 오늘도 빨래를 미룰 수 없다. 간밤에 끙끙 앓은 작은아이가 자꾸 덥고 간지럽다 해서 물을 따끈따끈 덥혀서 씻긴다. 옷을 갈아입힌다. 이러고 나서 따순 물로 나도 머리를 감고는, 이틀치 빨래를 한다. 곁님 핏기저귀는 오늘 여섯 장 빨래한다. 오늘까지 빨래를 미루었다가는 기저귀가 모자랐겠다.


  아침을 지나 낮이 되니 볕이 따끈하게 내리쬔다. 몸에도 천천히 기운이 오른다. 씩씩하게 옷가지를 비벼서 빨래를 한다. 다 빨아서 물을 짠 옷가지를 마당에 넌다. 햇볕이 좋으니 곧 마를 테지. 머리가 어지러워 빙글빙글 돌지만, 볕과 날이 좋을 때에는 빨래할 기운을 얻을 수 있구나. 4347.10.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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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핏기저귀 일곱 장



  밤에 핏기저귀를 일곱 장 빨래한다. 어제오늘 사이 핏기저귀 일곱 장이 모이는데, 밤새 핏기저귀가 더 나올 수 있구나 싶어 밤빨래를 한다. 핏물을 빼고 비누를 바르고 비비고 헹구고 다시 핏물을 빼고 비누를 바르고 비비고 하면서 핏기가 다 빠질 때까지 비비고 헹군다. 핏기저귀를 다 빨았다 싶을 무렵 곁님이 핏기저귀를 한 장 더 준다. 이 한 장은 새벽이나 아침에 빨까 생각하다가, 마저 빨기로 한다. 두 손과 온몸에 핏내음이 물씬 밴다. 나는 이 손으로 어떤 숨결을 만지면서 받아들이는가. 4347.10.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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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4-10-23 04:03   좋아요 0 | URL
음... 전생에 한 일이 이모저모 많았으리라 생각해요.
그나저나,
이 글은
우리 집에 찾아온 셋째 아이가 살짝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떠난 일을 적었어요.
어떤 이야기를 알려주려고
셋째 아이가 살짝 머물다가 떠났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어제오늘입니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몫은
덜 아프거나 안 아픈 사람 몫이라고 느껴요 ^^

하늘바람 2014-10-23 02:49   좋아요 0 | URL
아이고 님. 님도 맘이 아프실텐데요 참 멋지시단말밖엔

숲노래 2014-10-23 03:22   좋아요 0 | URL
나중에 다시 글을 쓸 테지만,
멋진 일은 아니고
마땅히 할 일을 할 뿐이랍니다
 

집에 돌아와서 빨래부터



  오늘은 아침에 도서관으로 책손이 온다. 아침밥을 차리고 나서 서둘러 도서관으로 간다. 세 시간 남짓 도서관을 지킨 뒤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이들은 마당에서 물놀이를 하도록 고무대야에 물을 받고, 나는 씻는방으로 가서 빨래를 한다. 등허리가 살짝 결려 드러누울까 싶기도 했으나, 아무튼 빨래부터 한다. 한가을인 터라 해가 하늘 꼭대기에 있을 적에 바지런히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널어야, 해거름까지 옷이 덜 말라도 집안으로 들일 만하다.


  두 아이는 마당에서 옷을 적시면서 논다. 새로운 빨래가 나온다. 일곱 살 큰아이와 네 살 작은아이는 스스로 옷을 갈아입는다. 고맙다. 빨래를 마친 뒤 옷을 내다 너니 팔과 어깨까지 쑤셔서 그야말로 아버지는 얼른 드러누울 판인데, 스스로 옷을 입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대견하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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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기벌레한테 물린 빨래



  쐐기벌레한테 오른손등을 쏘인 뒤, 오른손등에 물이 묻으면 전기로 지지듯이 몹시 따가우면서 아프다. 살짝 닿아도 아프고, 물에 담그면 참으로 아프다. 그렇지만 굳이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한다. 집일을 도맡아 하니까 물을 만지기도 해야 하는데, 어릴 적에 어머니가 어떤 몸과 마음으로 집일을 하셨을까 하고 돌아본다. 어머니는 참말 어떻게 날마다 도시락을 싸고, 집일을 도맡으면서 끼니마다 밥을 챙겨서 먹이며, 부업까지 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머니는 몸을 어떻게 다스렸을까.


  쐐기벌레한테 쏘인 첫 날은 몹시 괴로웠지만, 하루가 지나니 이럭저럭 견딜 만하다. 하룻밤을 더 자면 거의 나을까. 부은 자리는 다 가라앉는다. 부은 자리를 따라 빨간 자국이 아직 있다. 며칠 지나면 빨간 자국도 사라지겠지. 4347.9.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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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9-28 21:30   좋아요 0 | URL
으...쐐기한테 쏘이면...특히 감나무 주변에서 되게 당했죠.쏘인 부위가 무엇에 스치기만 하면 따끔하고요.그 상태에서 일까지 한다면 더 괴롭지요.

숲노래 2014-09-28 22:23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 님도 경험이 있으시군요 ^^;;

어제 감을 따는데 쐐기벌레가 방긋방긋 인사하려고
오른손등에 내려앉더라구요 ^^;;;
 

바깥마실 마친 빨래



  일요일 새벽에 시골집을 나서서 부산으로 바깥일을 보러 갔다. 월요일 새벽에 부산에서 길을 나서서 고흥으로 돌아온다. 이틀에 걸쳐 잠을 거의 못 자면서 시외버스로 여덟 시간 남짓 움직이니, 시외버스에서 살짝 눈을 붙이기는 했어도 잠이 잔뜩 쌓였다. 그러나 고흥집에 돌아온 내가 맨 먼저 하는 일이란, 마당에 있는 나무들한테 인사하기이다. 인사를 마친 뒤 마루문을 열고 들어와서 아이들 볼을 비비고, 곁님을 들여다보다가, 찬물로 몸을 씻은 다음, 빨래를 한다. 도시에서 묻힌 때와 먼지를 말끔히 씻고 빨래를 한다. 졸음이 가득한 몸이지만 씻고 빨래를 하면 무척 개운하다. 밀린 잠을 자더라도 씻고 빨래를 하면 잠이 한결 잘 온다. 4347.9.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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