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빨래 개며


  작은아이는 곯아떨어졌다. 어깨로 안아서 잠자리에 누이고 옷만 갈아입힌다. 작은아이는 누운 채 몸을 맡긴다. 이럴 적에 아버지가 옷을 벗기고 새옷 입히는 손길을 몸으로 알고 마음으로 느끼겠지. 하루 내내 맨발로 논 아이인데 아침에 씻겨야지. 큰아이는 이웃 언니랑 오빠랑 동생하고 논다. 늦은 때이지만 졸음을 참는다. 옷을 벗기고 씻기니 잠옷으로 온자 입는다. 베개에 두른 손닦개에 젖은 머리카락을 스스로 펼치고 눕는다. 땀으로 옴팡 젖고 때 많이 낀 아이들 옷가지를 빤다. 어제 빨아서 넌 옷가지는 다 말랐다. 축축한 옷을 넌다. 큰아이 이마를 어루만진다. 오늘도 잘 놀아 주었네. 예쁘 고맙다. 이내 꿈나라로 간 큰아이 옆에 앉아 마른 옷가지를 갠다. 불 끈 방에서 밤눈으로 옷을 갠다. 자는 방 한쪽에 놓는다. 이튿날 새롭게 놀자. 바깥마실 나흘째이구나. 4347.5.30.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이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