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바지 빨래하기



  바깥잠을 사흘째 자면서, 이제 두꺼운 바지를 빨래한다. 두꺼운 바지를 집에서 빨까 나들이를 가고 나서 빨까 하고 생각하다가, 바깥마실을 퍽 여러 날 할 생각이기에, 사흘째 밤을 지새우고 나서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서 빨래를 한다.


  두꺼운 바지인 터라 비비기에도 헹구기에도 물을 짜기에도 힘이 제법 든다. 그렇지만 재미있다. 손빨래를 하는 까닭은, 바로 이런 재미 때문이라고 할 만하다. 가벼운 옷가지는 가볍게 비비고 헹구어 짤 수 있어 재미있고, 두꺼운 옷가지는 힘을 많이 들여서 부욱부욱 비비고 주욱주욱 헹구어 쪼옥쪼옥 짜면서 재미있다.


  두꺼운 바지를 빨아내니 홀가분하다. 홀가분하면서 싱그럽다. 이 기운을 잘 건사해서 오늘 하루도 잘 놀아야지. 4348.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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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신나게 빨래



  집에서도 빨래를 하고, 밖에 나와서도 빨래를 한다. 나는 옷을 입으며 살기 때문이다. 옷을 안 입는다면 빨래를 안 할 테지. 그리고, 옷을 안 입고 살면 몸을 씻을 일도 없으리라 본다. 옷이 없이 살 적에는 몸씻기나 빨래하기가 아니라 물놀이를 할 테지.


  나는 옷을 입는다. 옷을 입는 만큼 집에서나 밖에서나 신나게 빨래를 한다. 신나게 씻는다. 지저분한 때나 먼지를 털려고 하는 빨래가 아니라, 내 옷과 몸을 아끼고 싶어서 신나게 빨래를 한다.


  복복 비빈다. 북북 헹군다. 땟물이 빠진다. 잘 빨고 헹군 옷가지를 짠다. 물이 주르르 흐른다. 물줄기가 더 흐르지 않을 때까지 짜고, 다 짠 옷가지는 옷걸이에 꿰어 넌다. 아, 상큼해요. 밤새 잘 마르겠지. 4348.1.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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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아침 기계빨래



  오늘은 이른아침부터 기계빨래를 한다. 이틀 쌓인 옷을 손으로 빨까 하다가 기계한테 맡긴다. 곁님이 입는 두툼한 옷은 사흘 앞서 손으로 빨았기에 이틀치 빨랫거리가 쌓였어도 얼마 안 된다. 그냥 손으로 다 비비고 헹구고 짜서 널면 되지만, 이렇게 하는 데에 들일 이십 분을 아침에 나한테 쓰기로 하고 기계한테 빨래를 맡긴다. 손으로 빨래를 마치면 이십 분이면 끝이지만, 기계한테 맡기니 사십육 분이 걸린다고 나온다. 기계빨래는 손빨래보다 이십육 분을 더 쓰고, 물과 전기를 더 쓸 뿐 아니라, 이 기계가 태어나기까지 온갖 자원을 썼을 테지. 빨래 한 점을 손으로 하느냐 기계로 하느냐에 따라 지구별이 참으로 크게 달라진다.


  아침부터 일찌감치 밥을 짓고 국을 끓여 아이들을 먹인 뒤, 나는 혼자 광주로 마실을 간다. 광주에 있는 〈전라도닷컴〉 ‘글쓴이(작가) 모임’이 있어서 하루 말미를 낸다. 광주를 오가는 데에 들 찻삯 오만 원을 모으기에도 빠듯하지만, 이 마실길에 우리 도서관 지킴이를 여러 사람 모실 수 있기를 꿈꾼다. 그러니까, ‘도서관 지킴이’를 새로 받고 싶어서 광주로 마실을 간다. 4348.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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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잠옷 갈아입으면서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잠옷으로 갈아입을 무렵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어, 저기 네 잠옷 걸렸네? 아버지가 빨았나 보다. 그지?” “응.” “저기 누나 잠옷도 걸렸네. 누나 잠옷도 빨았구나.” “응.” 때는 한겨울이고 어제오늘 낮에도 바람이 제법 불어서 마당에 빨래를 널었더니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빨래를 집으로 들여서 널었지만 한밤 자고 나야 마를 듯하다. 두 아이는 이 옷가지를 보면서 몇 마디 주고받고는 새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4348.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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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 빨래



  오늘치 빨래를 할까 살짝 망설이다가 새해로 넘기지 말자고 생각한다. 한 해 마지막 날에 빨래를 하든 새해 첫날에 빨래를 하든 대수로울 일은 없다. 더욱이 새해 첫날에 아이들을 씻기면서 빨랫감이 잔뜩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섣달그믐에도 즐겁게 빨래를 해 보자고 생각한다.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입는 도톰한 조끼를 빨고, 작은아이가 빨래터에서 적신 바지와 양말을 빤다. 손닦개 한 장을 함께 빨아서 바람이 싱싱 불지만 겨울볕은 포근한 마당에 넌다. 이렇게 하고 나서 큰아이를 불러 읍내에 저잣마실을 간다. 올 한 해에도 빨래를 신나게 했고, 새해에도 빨래를 신나게 할 테지. 새해에는 큰아이가 제 옷가지 가운데 양말이나 속옷쯤은 혼자서 빨래를 할 수 있을까. 여덟 살부터는 큰아이한테도 손빨래를 시켜 볼까 싶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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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1-01 00:14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댁에 오면 항상 본받을 일만 한가득이라서 제가 참 모자른 사람 같아 보여요. 그래도 좋으니까 내내 함께 하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함께살기님 :)

숲노래 2015-01-01 00:51   좋아요 0 | URL
언제나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살려고 생각하면
누구나 서로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오붓한 하루가 되리라 느껴요.

저도 이웃한테 가르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이웃도 저한테 가르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언제나 서로 배우면서 가르치니까
함께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해가 밝는 아침에 환한 햇살 누리면서
따사로운 하루 지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