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아파
손가락을 여러모로 다친다. 다친 자리가 아물려면 일을 하지 말거나 물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집일을 하면서 일을 쉬거나 물을 안 만질 수 있는가. 내가 혼자 살면 모르되, 아이들과 복닥이며 하루를 누리는 삶인 만큼, 다친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똑같이 한다. 빨래를 하거나 밥을 지으면서 ‘아차, 내 손가락이 다쳤지.’ 하고 뒤늦게 깨닫지만, 뭐 그냥저냥 물을 만지고 일을 한다. 생채기에서 고름이 나오고 피가 흐르지만 ‘괜찮아, 이 일만 마치고 한동안 물을 안 만지면 되지.’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내 다시 일을 하고 물을 만진다. ‘아이고, 손가락을 또 잊었네.’ 하고 되새기면서 ‘미안해, 미안, 잘 봐 주렴.’ 하고 손가락한테 말한다. 내 손가락은 아픔을 잊다가 떠올리면서 온갖 일을 해 준다. 아이들 사이에서 새근새근 잠든다. 더없이 고맙다. 4347.7.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