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빛
한 번 빨아서 해바라기 시킨 양말을 목초액을 듬뿍 뿌린 물에 담가 하루를 묵힌 뒤 새롭게 빨래를 한다. 빨래를 하면서 큼큼 냄새를 맡는다. 처음 빨래를 할 적보다 냄새가 많이 가셨다. 헹구고 다시 헹구도 또 헹군다. 두 켤레씩 손에 쥐고 비틀어서 물을 짠다. 왼손 둘째손가락을 어제 다쳤는데, 빨래를 하는 동안 그리 따끔거리지는 않는다. 다만, 아물지도 않는다.
양말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넌다. 집게로 집지 않고 죽 펼친다. 두어 시간마다 뒤집는다. 양말을 뒤집을 적마다 세제 냄새가 살몃 풍긴다. 이렇게 빨고 말리더라도 세제 냄새가 다 가시지는 않는다. 앞으로 아이들이 이 양말을 신고 뛰놀면서 땀내음이 배게 하고, 땀내음을 다시 복복 비벼서 빨 적에 세제 냄새가 천천히 사라지려나.
햇살내음과 함께 풀내음도 바람내음도, 여기에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놀며 나누어 주는 소리빛도 곱게 받아들여 주렴. 4347.7.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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