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루돌프 청년의 마음을 받았다. 잘 있어, 루돌프 청년. 취업 축하해. 악마는 커피를 받아 들고 한 모금 꿀꺽 마셨다. 악마만큼 검고 진하고 뜨거운 물이었다. 맛있네. 그 목소리만 남기고 악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P85
이 일상을 유지하려면 매번 이만큼 감정이 소모된다. 좋아하지 않아야 하고 좋지 않아야 한다. 좋은 게 널렸는데, 화목토면 좋은 걸 마 주치는데도 도무지 좋은 줄을 모르는 삶. ...... 악마 본연으로 그저 욕망이 없는 편이 나았다. 무능한 악마인 편이 나았다. - P84
악마 Z는 쓴웃음을 지었다. 인정받는 게 꿈이었지. 그런데 나는 이제...... 열심히는 하고 싶지 않아. 그저 저 뜨거운 커피를 받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내 마음대로. - P83
악마 Z는 설탕이 잔뜩 묻은 튀긴 빵을 질근질근 씹으며 이 명랑하고 해맑은 생물을 신기해했다. 그러면서도 생각했다. 내가 보는 걸 너는 못 본다. 네가 보는 걸 나는 보지 못하겠지. 그런 게 신기하다. 가려진 것 없는데 각자의 눈에만 담기는 것들이 있다. - P77
영혼의 지도는 이미 그려져 있다. 먼저 탐색했던 선조들의 선물이다. 여정에 오르면 수많은 난관을 맞닥뜨리고, 난파되고 표류할 것이다. 삶에 쉬운 길은 없지만, 나만의 길은있음을 믿는다. 모험으로 가득할 나의 길이 결국 풍요의 길이자, 영예로운 길이고, 또 유일한 길이다. - P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