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들을 주문했다.

금요일 같은 월요일을 보내고 체력이 바닥나서 퇴근했는데 주문한 책(실은 굿즈)이 와있었다.

천정에 둥근 불빛을 은은하게 비취주는 모비딕 구슬램프는 참 예뻤다.

하루의 피로가 다 씻길 만큼.

 

그런데,

아침에 불이 켜지지 않아 충전하려고 잭을 꽂았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연결부위가 깊숙히 들어가버려서 전기가 통하지 않은거였다.

바닥을 뜯어내고 연결부위를 바깥쪽으로 밀어낸 다음 잭을 꽂자 불이 들어온다.

어젯밤의 기쁨이 짜증으로 바뀌는 순간.

 

알라딘 굿즈를 몇 번 구입한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뭔가 부족하다.

모양은 예쁜데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마감이 깔끔하지 않거나.

안 사면 되지 않느냐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게 된다.

 

그나저나 구슬램프 충전할 때마다 바닥 뜯어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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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 정도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불안에 대한 다양한 증상과 거기에 수반된 문제 상황들, 불안에 대처하는 약물요법, 심리치료까지 온갖 어려운 약물명과 기전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책이다.

 

저자는 긍정적으로 책을 끝맺었지만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편안한 관계를 맺기는 곤란할 듯하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고 뇌의 편도체가 과활성화 된 환자라 그렇다 하더라도 매일, 매순간 과하게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과 어떻게 평온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을까. 머리가 아프면 뇌질환을 의심하고, 심장이 좀 빨리 뛰면 심장병을 의심하면서 응급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다 보면 일상생활 유지도 어렵고 돈도 많이 든다. 저자는 자신의 병을 이해해주는 주변사람과 필요할 때 의료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가진 점을 인정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불안장애 때문에 삶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었다.

 

불안때문에 유리한 점도 있었다. 뺨에 생긴 점이 조금씩 커지는 것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바로 병원에 갔고 별 것 아니라는 의사의 말을 의심하여 여러 병원을 다닌 결과 흑색종으로 진단받고 수술했다. 나 같은 사람은 무시할 증상이다. 저자는 기자이고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방법이 많다보니 증상이 더 심해진 것 같다.  너무 많은 지식이 불안을 키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는 게 병이다.

 

'불안장애의 위험요소 중 하나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양육자, 특히 아버지는 딸의 불안에 대해서는 수용하고 회피하도록 하는 반면 남아는 맞서도록 한단다.  그래서 남아가 불안에 더 노출되어 이길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키워진 남아는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고 여아는 그 반대가 되어 자기 통제력을 얻지 못한 여아가 불안에 훨씬 취약하다고.  나도 자라면서 과잉보호된 측면이 있고, 자기 통제력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아 사실인 듯 하다.

 

불안장애를 건강염려증이나 괜한 호들갑으로 여기지 않고 깊은 관심과 변함없는 도움을 주는 남편과 동료들, 가족들의 태도를 보면서 공감이 환자에게 얼마나 큰 용기와 위안을 주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불안은 공포와 유관하면서도 구분된다. 공포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반면 불안은 그럴린이 말하듯 <지속된 불확실성>이다. 모호한 미래에 대한 만성적 불편함,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에 대한 정신을 갉아먹는 염려다. -22쪽

불안장애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불안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대략 두 배 높고 병세가 더 오래가며 증상이 더 심하고 생활에 지장도 더 크다. -123쪽

남자 아이들은 무모하게 구는게 남자로서 당연한 거라고 배우지만 여자아이들은 나쁜 일이 일어나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 -129쪽

육아방식 때문에 아동이 불안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동이 이미 불안증상을 보인다면, 통제적이고 과잉보호하는 육아가 아동의 불안을 부추기거나 유지시킬 수 있다. -351쪽

기묘하게도 불안은 내가 더 진정한 삶을 살게 해 준다. 그 삶은 남들에게 한결 공감할 수 있는 삶이기도 하다. 불안 덕분에 나는 도움을 구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고, 그 결과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387쪽

내가 불안하다는 것은, 매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무른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내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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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미있다.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소설을 잘 읽지 않기 때문에 요 네스뵈의 소설 역시 처음인데 왜 베스트셀러 작가인지 알겠다.

 

희곡, 그것도 검나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소설로 다시 썼다. 쇠락한 도시를 배경으로 마약판매상과 카지노 업자, 부패한 공권력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각자의 사연이 사건 전개에 따라 하나씩 드러나고 긴장감을 늦출 수 없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성의 역할이 모성애에 집중되는 것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원작이 나온 시기를 감안하기로 했다. 그래도 대부분 여자들이 성녀 아니면 요부라는 식의 설정은 마음에 안 든다.

 

원래 태극기 휘날리며풍의 영화, 드라마, 소설 등등을 싫어한다. 더 없이 평화로운 풍경과 걱정 없이 뛰노는 어린이들, 선한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들을 맘껏 보여준 뒤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그 모든 것들이 남김없이 파괴되고 허무만 남는 그런 거지같은 결말이 싫다.

 

맥베스도 장동건처럼 선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을 사랑해주는 단 한 사람(여자)을 위해서 욕망을 과다하게 추구하다 추락한다. 난 이 부분이 항상 궁금하다. 정말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지. 또 유부남을 사랑하고 그 유부남이 마누라랑 헤어지고 너랑 살겠다고 한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가 배신당한 여자가 그래도 그 남자를 잊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것도. 굉장히 아름다운 것처럼 포장하지만 전혀 아니다.

 

어쨌건 700쪽이 넘는 책을 이틀 만에 읽어버렸다. 하필이면 일요일 오후에 추켜드는 바람에 새벽 3시에 잠들어서 월요일 오전 내내 헤매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으니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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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상님 명절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가상 2019-02-03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님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 그 말 알아요? 아우슈비츠에서 자살한 사람보다 지금 도쿄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 그런데 어떻게 살았느냐? 희망을 버리니까 살았죠. 아이들이 태어났고 저 아이들을 위해서 살자, 일본에 돌아갈 꿈을 포기하자...... 아니 희망을 버린 것이 아니라 운명이 내 맘대로 내가 원래 계획했던 대로 되야 한다는 집착을 버린 거죠...... 그래서 살 수 있었어요." (198쪽)

 

공지영의 소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여러 매체에 쓴 단편들을 모은 것인데 소설의 주인공이 작가 자신인 경우가 몇 편 된다. 위의 말은 일본작가 H(스물 세살에 북한으로 납치되었다 24년만에 돌아온)가 공지영에게 한 말이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가슴이 뻐근한게 앉아있기 힘들었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일어서서 심호흡을 하며 걸어다녔다. 희망을 버리니까 살 수 있었다니, 그건 그냥 숨만 쉰거지 살았다고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럼 희망은 필요 없는 건가? 아니다. 그 깊은 절망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희망을, 집착을 버렸다는 건 삶을 포기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현실을 그냥 감당하겠다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답답함의 원인을 알 것 같다. 지금 내 처지가 그렇다. 나도 이렇듯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피하려 하지 않고 온 몸으로 부딪혀봐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답답해진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어딘가 빠져나갈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까.

생각해보니 나도 일을 시작한지 올해로 24년째다. 암담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는데 그만둘 수가 없다.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떠나면 그만이지 생각하면서도 집안일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살 수 있다고 한다. 그게 사는 것인가 싶다. 하지만 살아야하니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더 괴롭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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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시작하면서 두툼한 노트에 독서감상을 적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감상을 적은 다음 골라서 알라딘 서재에도 올려야지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노트에 쓴 글들이 알라딘 서재에 올리기엔 감정이 너무 앞선 글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읽을 것이라 생각하며 쓴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은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책 사는 것으로 풀었더니 겁이 날만큼 책이 쌓였다.

한 해동안 60여권을 읽어치웠으니 나름 많이 읽은 셈치자.

내년에는 책 사는 걸 자제하고 책장의 무게를 덜어내는 쪽으로 해보려 하지만 잘 되려나.

 

올해의 마지막 책을 읽고 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칼럼을 모은 책이다.

읽다가 밑줄 팍팍 그을 내용이 많다.

 

입시공부가 갖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공부를 싫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곳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가 싫어지는 체험을 해야하는 역설이 대학입시 공부에 있다. -74쪽

 

2년째 대학편입시험에 매달려있던 딸이 올해는 다행히 2차 면접시험까지 보게 되었다.

긴장되는데다 몇 년씩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집과 학원을 반복하다보니 애가 공부에 진절머리를 낸다.

대학에 들어가서 배워야 할 내용을, 들어갈 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을 치려고 사설학원에서 배우고 있으니 정작 대학에서는 뭘 가르쳐 주려고 그러나 싶다.

이 나라는 그 나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사교육을 통해 미리 배워오기를 원한다.

이미 우수한 애들을 데려다 더 우수하게 만들어 줄 것도 아니면서.

모름지기 학교란 공부가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곳이어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

 

그리하여 취업이라는 목표에 대학 시절마저 갈아 넣고 나면, 시험을 위한 수단이 아닌, 또 다른 종류의 공부가 존재한다는 것도 모르고 나머지 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자신은 공부라면 다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믿으면서. -75쪽

 

여러 곳에 쓴 칼럼을 모은 것인지 내용이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

그리고 중간 중간 실린 사진이 참, 좋다.

 

 

 

 

이 땅에 희망이 있어서 희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기에 희망을 가진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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