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투정



  아주 바쁘게 ‘한국말사전 만들기 글’을 쓰다가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흐르고 머리가 살짝 지끈거린다. 살짝 드러누워 쉬어야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빨래를 하면서 씻기로 한다. 잠을 자는 방에 있는 이불과 베개를 걷어 마당에 넌다. 잠자리 평상을 걷어 마당에 펼쳐 말린다. 방바닥을 비로 쓸고 걸레로 훔친다. 이러고 나서 빨래를 한다. 빨래를 하면서 몸을 씻는다. 비누를 묻혀 비빈 뒤 헹구는 동안 여러 차례 몸을 씻는다. 빨래를 마친 옷가지를 마당에 넌다. 걸레를 다시 빨아 방바닥을 더 닦고 마룻바닥을 닦는다. 피아노방까지 닦을까 하다가 다시 일손을 붙잡은 뒤, 졸음이 몰리면 그때 걸레를 새로 빨아서 닦기로 한다.


  아이들과 곁님은 날마다 빨래를 내놓는다. 아주 마땅한 노릇이다. 날마다 빨래할 일이 생긴다. 그런데, 날마다 빨래를 하면서, 또 여름에는 아침 낮 저녁으로 빨래를 하면서 싫지 않다. 빨래를 할 핑계로 몸을 씻고, 빨래를 하며 몸을 씻다가 걸레를 빨면 집안 곳곳을 훔치거나 닦을 수 있다. 빨래를 날마다 해야 한다고 투정을 부릴 일이란 없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나는 이렇게 살림을 이럭저럭 꾸리니까 즐겁게 맞이하는 빨래이지, 지난날 어머니들은 지나치게 많은 일거리를 짊어져야 했기에 몹시 고되었으리라 느낀다. 지난날 어머니들은 투정할 겨를이 없었겠지. 투정할 기운이나마 남았을까. 4347.8.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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