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휴식 찾기의 기쁨 - 지금의 나를 건강하게 하는 제철휴식
유보라 지음 / 북스톤 / 2025년 2월
평점 :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늘, 지금일 거예요.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은 금방 상해버리니까요."(p.9)
공부도 잘 쉬어야 잘 할 수 있고, 일도 잘 쉬어야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 말을 잘 생각해보면, 뭔가를 잘 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있는 쉼이다.
그래서였을까. 쉬고 나서도 충분히 쉬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은. 휴식하는 동안에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제 다시 뭘 해야 하지?'를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휴식찾기의 기쁨』을 읽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나에게 '쉼'은 무엇일까?
50대가 되어 시작한 본격적인 '혼자 놀기'
3~40대의 시간을 보내면서는 잘 생각하지 않았던 소재이자 주제이다. 50대의 나는 '혼자 놀기'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뭔가를 할 때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여행을 하고, 혼자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기도 한다. 혼자 다니는 모습이 마치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친구가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신경 쓰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요즘 혼자인 시간이 첨 좋다.
혼자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보고 싶은 전시가 있으면 혼자 기차를 타고 가기도 하고, 공연 하나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기도 한다.
누군가와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쉬어가고, 배가 고프면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서 먹는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오래 머물고, 별로라면 미련없이 돌아선다.
무엇보다 편안한 것은 내 뇌가 동반자인 누군가와 끊임없이 보폭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저 사람은 괜찮을까?'
'힘들지는 않을까?'
'이걸 먹고 싶어할까?'
'이제 이동해야하나?'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배려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오롯이 내 기분과 내 몸의 신호에만 귀를 기울이면 된다.
그래서 내가 혼자 노는 시간은 단순히 혼자 보내는 시간이 아니다.
회사 업무로 지친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놓는 시간이고.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서 해야 하는 일에서 잠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다.
쉰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쉼은 나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무엇을 더하거나 덜어낼지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시간이다. 산책을 하기로 결심하거나 특정 모임을 가지 않기로 선택하는 일도 포함된다. 결국 쉼은 내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일이다. (p.16)
산책을 하기로 하는 것도 쉼이고, 가고 싶지 않은 모임에 가지 않기로 하는 것도 쉼이다. 늘 가던 길 대신 다른 길을 걷고, 낯선 음식을 먹고, 평소 듣지 않던 음악을 듣는 것도 휴식이 될 수 있다.
책에서는 '일상에 균열 만들기'(p.56~57)를 소개한다.
장소와 사람, 익숙한 경로를 바꾸는 물리적 균열. 새로운 음악과 음식, 전시를 만나는 감각적 균열. 늘 반복하던 감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다른 방식으로 반응해보는 정서적 균열. 기록을 통해 나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인지적 균열.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소통의 균열.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혼자 놀기도 이런 ‘균열 만들기’에 가까웠다.
늘 반복되는 출근과 퇴근, 일과 집안일의 리듬에서 잠시 빠져나와 낯선 곳으로 가는 것. 평소와 다른 풍경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전시와 공연을 만나는 것.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일상에 작은 틈 하나를 내는 것만으로 숨통이 트일 때가 있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잘 대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스스로를 돕는 마음이다. 나에게 정성을 쏟는 시간, 그 일상에 모여 거대한 회복의 에너지를 만든다.(p.65)
모든 시간을 낭만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만, 반대로 모든 시간을 효율만 추구하며 살아갈 수도 없다. 중요한 건 효율적이어야 하는 상황과 비효율로 남겨두어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잘 구분하는 일이다. (p.43)
나는 효율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일을 할 때도 같은 시간이라면 조금 더 잘하고 싶고, 불필요한 것은 줄이고 싶다. 특히 업무를 할 때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삶 전체로 넘어오면 문제가 생긴다.
휴일에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여행을 가면 여러 곳을 봐야 할 것 같고, 책을 읽으면 무엇이라도 얻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쉬는 것조차 잘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휴식까지 생산적일 필요는 없다.
아무런 결과가 없어도 좋고, 남는 것이 없어도 좋다. 멀리까지 갔다가 카페 한 곳에 오래 앉아 있다 돌아와도 되고, 전시를 보고 아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해도 괜찮다. 그 시간이 즐거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효율적이어야 할 시간과 굳이 효율적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구분하는 것. 어쩌면 그것도 나이가 들면서 배워가는 삶의 기술인지 모르겠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쉼의 모든 동기를 사랑으로 새로 쓰겠다는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더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도, 게으른 나를 다그치기 위해서도 아닌, 오직 나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휴식을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끈질기고 단호하게 지금 나는 괜찮은지 물어보는 다정함으로 쉼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 마음과 함께라면 좋은 쉼의 절반은 아미 완성이다.(p.222~223)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쉼의 동기를 ‘사랑’으로 다시 쓰자고 말한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아끼기 때문에 쉬는 것. 다시 열심히 달리기 위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괜찮은지 살피기 위해 멈추는 것.
『휴식찾기의 기쁨』을 읽고 나니 내가 요즘 즐기고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혼자 카페에 가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공연 하나를 보겠다고 훌쩍 기차를 타는 것도 굳이 의미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아니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편안하니까.
그 시간이 나를 기분 좋게 하니까.
그것으로 충분했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잘 대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스스로를 돕는 마음이다.”(p.65)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정말 오늘인지도 모르겠다.
내일 조금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나를 잘 살아내기 위해서 쉬는 것.
이제 내가 찾고 싶은 휴식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