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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남을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 혼내는 사람, 혼내지 않는 사람을 혼내는 사회
무라나카 나오토 지음 / 도서출판 더북 / 2025년 5월
평점 :
혼내는 사람, 혼내지 않는 사람을 혼내는 사회...
왜 우리는 남을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요즘은 제대로 혼내지 않아서 문제야."
"혼내는 것과 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참 곤란하다."
"진심으로 혼내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들을 버릇없이 키우고 훈육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P.12)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듣는 소리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사람인데,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것 같다.
실제로는 엄하게 혼내고 싶지 않은 보호자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다보면 마지못해 '보여주기식'으로 혼내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아이를 무조건 받아주지 말고 단호하게 혼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뿐만 아니라 학교 교사나 스포츠 지도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이다. 그리고 혼나는 일은 아이들에게만 일어나는 경험이 아니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혼이 나는 경우도 있다.
"부하 직원을 혼내지 못하는 상사는 실격이다."
"엄하게 질책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P.15)
나는 이 책이 주로 아이들에 대해 써나가더라도 가능한 직장인에 대입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 아이가 성인이 되었고, 매일 부딪히는 직장에서의 일로 골머리를 썩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은 다르지만, 큰 틀레서는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혼내는 것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성과 부족에는 강한 질책으로 위기감을줘야 한다'(P.15)는 인식이 많은 조직문화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혼내면 안 된다'는 생각도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혼내지 않으면 혼난다'는 압박과 '혼내면 안된다'는 가치관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된 상황인 것이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모순'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 인식은 '혼내기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공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혼내기는 효과적이고 자녀교육, 인간교육, 인재 양성에 필수적이라는 믿음과 혼내기는 효과가 있지만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혼내기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윤리적 판단 때문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혼내기'라는 것이 왜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인지를 밝히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혼내기는 타인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즉 상대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혼내기는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혼을 내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혼내기가 아니라 불만 제기나 감정의 표출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혼내기는 어떤 행동일까? 우선, 타인의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설득, 지적, 타이름, 훈계, 촉구' 등 다른 단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혼을 낸다'는 것은 설명이나 지적이 아니라 강한 감정 표현과 처벌적 요소를 포함한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준다.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줌으로써 타인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는, '고통 없이는 사람은 변화하지 않는다. 배우지 않는다, 성장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우리의 뇌에 있는 편도체는 두려움과 불안에 반응한다.특정 자극을 두려움의 신호로 인식하고 기억하며, 이후에는 그 자극만으로도 공포반응을 유도한다. 따라서 혼내기라는 행위는 상대의 신경계에 '두려움의 기억'을 형성시키는 것이다. 편도체는 통증 그 자체보다, 통증이 예상될 때 두려움을 유발한다. 실제 통증을 처리하는 뇌의 여역은 섬피질이다. 섬피질은 신체적 고통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는데, 사회적 고통을 경험할 때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즉, 소외감, 고독감, 거절감 같은 감정적 고통에도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되면, 지적 활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된다고 한다. 즉,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학습'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학습은, 새로운 행동을 촉진하는 모험 시스템인 보상회로가 작동하는 원리이다. 보상이 주어지면 행동이 강화되고,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행동은 소멸한다. 이 보상은,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회피하는 것도 보상으로 인식한다.
처벌은, 직접적인 이익은 없지만, 시간, 에너지, 자원의 소모라는 손해를 초래하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만족감이나 쾌감이 실질적인 손해보다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사회 질서와 규범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가 복수심이나 악의로 전이될 경우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정서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혼내기의 효과와 한계를 우선 설명한다. 효과는 위기 개입 효과와 억제력, 두 가지로 나눈다.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여 비이성적인 반응(회피, 투쟁)을 촉진하는 것이 위기 개입 효과이다. 즉 위험한 행동을 즉각 멈추게 하거나 급박한 상황에서 빠른 행동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생명의 위협이나 차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위험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억제력'을 강화시킨다. 혼내기의 억제력은 해당 행동을 했을 때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어야 발동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혼내기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즉, 임시방편적으로 덜 혼나기 위한 대처법을 배울 뿐, 적절한 행동을 배우지 못하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며 혼내는 일과 혼나는 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왜 이런 교육적 효과가 미비한 데도 불구하고 혼내기는 계속 되는 것일까?
저자는 혼내는 행위가 혼내는 사람 자신에게 일종의 자기보상처럼 작용한다고 말한다. 즉 자기효능감이라는 보상(내 행동이 효과를 냈다. 내가 개입하자 문제가 해결되었다. 내가 나서서 상황을 개선시켰다)이 혼내는 사람에게 무의식적인 정서적 보상을 하고, 혼내기를 반복하게 만든다. 또 하나는 '처벌 욕구의 충족'이다.
또 저자는 혼내기의 의존증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니코틴 등의 물질 의존 외에도 도박, 쇼핑, 절도와 같은 반복적 행위도 행위 중독으로 본다. 그렇다면 혼내기는 어떤 의존증인가?
혼내는 사람은 상대를 질책함으로써 상황이 정리되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그 과정에서 강한 정서적 충족감을 경험(P.79)한다. 이런 경험의 반복은 혼내기 또한 의존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혼내는 사람은 스스로 편안해지기 위해서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혼내기를 반복한다(P.81)는 것이다.
이어서 이 책은 학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왜곡된 관계-트라우마적 유대, 괴롭힘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한다. 그리고 혼내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기 쉬운 '정당화 욕구'에 대해서 알려준다.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타인을 통제하는 사고방식이 정당화되면, 사회시스템, 교육, 인재양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왜곡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혼내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혼내기의 억제 효과는 특정 행동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효과적인 억제를 위해서는 '사전 예고'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혼을 내야 하는 생황이 발생했다는 것은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거나 조율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경우(P.175)가 많다. 혼내기 대신 이렇게 대화를 해보자.
"너는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게 가장 좋을까?" (P.178)
명확한 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상대의 바람도 존중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상상하고 준비하는 예측을 통해 예고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상대가 부적절한 행동을 보였을 때는
"저 사람은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인가?"(P.185)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반응도 달라져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혼내지 않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요? 그렇습니다. 혼내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