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의 여름 방학 - 2000년 프랑스 크로노 상, 트리올로 상, 발렝시엔 상, 피티비에 상 수상작
야엘 아쌍 지음, 박재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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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들어오는 신간 어린이 도서는 빨리 읽을 수 있어서 틈나는대로 읽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책 '모모의 여름방학'이다. 처음에는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내용에 푹 빠진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 아니다. 이전에 [국화마을의 어린왕자, 모모]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원제목을 그대로 번역했던 것 같다. 책을 읽어보면, 수레국화마을에 사는 아랍계 이민자 소년 모모가 주인공이다. 수레국화마을과 국화마을은 느낌이 참 다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은, '모모의 여름방학'이라는 다소 밋밋한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의 어린왕자라는 단어가 싫었을까? 어쨌든, 그냥 손을 뻗어 책을 선택하기에는 꽤 심심한 제목이지만, 책을 읽어보면 첫인상은 지워진다.

수레국화마을에 사는 아랍계 이민자... 그러니까 모모는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이민자 집안의 아이이다. 수레국화마을은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낙후된 동네이고 형편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도 많다. 모모의 누나인 파티마와 엄마는 모모가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하기를 바란다. 모모를 찾아온 교장선생님은 모모에게 추천도서목록을 전해준다.


현재의 상황에서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생각을 바꾸고 의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책'만큼 좋은 자료가 있을까? 우리가 여전히 '책의 유용성'을 얘기하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다.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등록하러 간 모모. 도서관 등록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조금 의외지만, 어쨌든, 모모가 도서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누나가 도와준다.


도서관에서 모모가 빌린 첫 책은 [어린 왕자]이다. 그리고 누나로부터는 [방드르디, 야생의 삶]을 선물로 받는다.

도서관을 오가며 책을 빌리는 모모는 어느날 우연히 은퇴한 교사 에두아르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모모를 이주민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어린 왕자라고 불러주는 할아버지. 그리고 이동도서관의 수아드까지. 모모의 여름방학은 특별한 날들이 이어진다.


에두아르 할아버지는 모모의 책읽기를 도와준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책을 읽을 때 우리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작가를 알고 읽을 때 책의 내용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등등...


일부 부모들이 자녀에게 책을 읽어야한다고 강요만 하고, 정작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책을 읽으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모델이 되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이든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거나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억지로 하는 것은 제대로 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은 권수는 많지만, 책의 내용을 체화하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모모는 자신의 독서를 응원해주는 누나와, 즐겁게 책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할아버지와, 그리고 늘 모모의 책 읽기를 도와주는 이동도서관의 수아드까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준다.


언젠가 읽었던 어떤 책에서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전 마을이 함께 키워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러던 어느날, 에두아르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모모에게 해주었던 것들을, 이제 할아버지에게 돌려주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있는 요양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할아버지의 벗이 되어준다. 결국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맞이하지만, 모모는, 작가가 되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초등 5~6학년이 대상인 점에서 모모가 읽은 책을 함께 읽어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은 다음 다른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을 아이들이 기대된다. 방학 때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이 세상의 모든 어린 왕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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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정말 놀라워!
필립 번팅 지음, 황유진 옮김, 이태관 감수 / 북극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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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뇌의 그림이 있지만, 선뜻 손이 가게 생긴 그림책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표지부터 학습만화 분위기를 팍팍 풍겼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지를 넘겨 보면, 재미난 뇌과학의 세계로 떠나게 된다. 

원래, 첫번째 한 걸음이 어려운 법이다.


호주 CBCA 아너 상 수상작가의 그림책이다. 

우리가 매일 쓰고 있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뇌’에 대한 책이다. 

뇌과학 책을 쫌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어쨌든 이 그림책 『뇌는 정말 놀라워!』는 어린이들이 뇌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인 우리 뇌의 그림을 보면, 어쩜 이리 앙증맞고 귀엽게 그려놓았는지..


뇌는 머리뼈 속 눈 뒤쪽에 있는 호두처럼 생긴 신비한 덩어리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말하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그리고 ‘나’라고 느끼는 모든 활동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림책이라는 형식을 가져왔지만, 뇌의 구성 요소부터 감정, 기억, 감각 반응까지 많은 것을 다 소개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사실, 생각하는 뇌에서는 

얼마 전에 읽은 [생각중독]이 생각났다. 

가끔 읽고 있는 책들이 은근슬쩍 연결될 때가 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읽은 [왜 우리는 남들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역시 뇌과학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뇌를 잘 사용하는 법’을 소개한다.

충분한 수면, 감정 나누기,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그리고 즐거운 활동

그림책 한권에 담긴 지식들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리가 우리의 뇌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모든 뇌는 다 다르기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해요.”


아참!!!

서두에서 혼자 보면 심심할까봐 데려왔다는 친구를 다들 찾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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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남을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 혼내는 사람, 혼내지 않는 사람을 혼내는 사회
무라나카 나오토 지음 / 도서출판 더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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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내는 사람, 혼내지 않는 사람을 혼내는 사회...

왜 우리는 남을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요즘은 제대로 혼내지 않아서 문제야."

"혼내는 것과 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참 곤란하다."

"진심으로 혼내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들을 버릇없이 키우고 훈육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P.12)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듣는 소리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사람인데,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것 같다. 


실제로는 엄하게 혼내고 싶지 않은 보호자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다보면 마지못해 '보여주기식'으로 혼내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아이를 무조건 받아주지 말고 단호하게 혼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뿐만 아니라 학교 교사나 스포츠 지도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이다. 그리고 혼나는 일은 아이들에게만 일어나는 경험이 아니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혼이 나는 경우도 있다. 


"부하 직원을 혼내지 못하는 상사는 실격이다."

"엄하게 질책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P.15)


나는 이 책이 주로 아이들에 대해 써나가더라도 가능한 직장인에 대입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 아이가 성인이 되었고, 매일 부딪히는 직장에서의 일로 골머리를 썩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은 다르지만, 큰 틀레서는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혼내는 것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성과 부족에는 강한 질책으로 위기감을줘야 한다'(P.15)는 인식이 많은 조직문화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혼내면 안 된다'는 생각도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혼내지 않으면 혼난다'는 압박과 '혼내면 안된다'는 가치관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된 상황인 것이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모순'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 인식은 '혼내기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공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혼내기는 효과적이고 자녀교육, 인간교육, 인재 양성에 필수적이라는 믿음과 혼내기는 효과가 있지만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혼내기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윤리적 판단 때문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혼내기'라는 것이 왜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인지를 밝히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혼내기는 타인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즉 상대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혼내기는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혼을 내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혼내기가 아니라 불만 제기나 감정의 표출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혼내기는 어떤 행동일까? 우선, 타인의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설득, 지적, 타이름, 훈계, 촉구' 등 다른 단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혼을 낸다'는 것은 설명이나 지적이 아니라 강한 감정 표현과 처벌적 요소를 포함한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준다.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줌으로써 타인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는, '고통 없이는 사람은 변화하지 않는다. 배우지 않는다, 성장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우리의 뇌에 있는 편도체는 두려움과 불안에 반응한다.특정 자극을 두려움의 신호로 인식하고 기억하며, 이후에는 그 자극만으로도 공포반응을 유도한다. 따라서 혼내기라는 행위는 상대의 신경계에 '두려움의 기억'을 형성시키는 것이다. 편도체는 통증 그 자체보다, 통증이 예상될 때 두려움을 유발한다. 실제 통증을 처리하는 뇌의 여역은 섬피질이다. 섬피질은 신체적 고통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는데, 사회적 고통을 경험할 때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즉, 소외감, 고독감, 거절감 같은 감정적 고통에도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되면, 지적 활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된다고 한다. 즉,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학습'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학습은, 새로운 행동을 촉진하는 모험 시스템인 보상회로가 작동하는 원리이다. 보상이 주어지면 행동이 강화되고,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행동은 소멸한다. 이 보상은,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회피하는 것도 보상으로 인식한다. 


처벌은, 직접적인 이익은 없지만, 시간, 에너지, 자원의 소모라는 손해를 초래하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만족감이나 쾌감이 실질적인 손해보다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사회 질서와 규범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가 복수심이나 악의로 전이될 경우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정서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혼내기의 효과와 한계를 우선 설명한다. 효과는 위기 개입 효과와 억제력, 두 가지로 나눈다.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여 비이성적인 반응(회피, 투쟁)을 촉진하는 것이 위기 개입 효과이다. 즉 위험한 행동을 즉각 멈추게 하거나 급박한 상황에서 빠른 행동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생명의 위협이나 차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위험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억제력'을 강화시킨다. 혼내기의 억제력은 해당 행동을 했을 때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어야 발동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혼내기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즉, 임시방편적으로 덜 혼나기 위한 대처법을 배울 뿐, 적절한 행동을 배우지 못하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며 혼내는 일과 혼나는 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왜 이런 교육적 효과가 미비한 데도 불구하고 혼내기는 계속 되는 것일까?


저자는 혼내는 행위가 혼내는 사람 자신에게 일종의 자기보상처럼 작용한다고 말한다. 즉 자기효능감이라는 보상(내 행동이 효과를 냈다. 내가 개입하자 문제가 해결되었다. 내가 나서서 상황을 개선시켰다)이 혼내는 사람에게 무의식적인 정서적 보상을 하고, 혼내기를 반복하게 만든다. 또 하나는 '처벌 욕구의 충족'이다. 


또 저자는 혼내기의 의존증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니코틴 등의 물질 의존 외에도 도박, 쇼핑, 절도와 같은 반복적 행위도 행위 중독으로 본다. 그렇다면 혼내기는 어떤 의존증인가? 


혼내는 사람은 상대를 질책함으로써 상황이 정리되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그 과정에서 강한 정서적 충족감을 경험(P.79)한다. 이런 경험의 반복은 혼내기 또한 의존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혼내는 사람은 스스로 편안해지기 위해서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혼내기를 반복한다(P.81)는 것이다. 


이어서 이 책은 학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왜곡된 관계-트라우마적 유대, 괴롭힘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한다. 그리고 혼내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기 쉬운 '정당화 욕구'에 대해서 알려준다.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타인을 통제하는 사고방식이 정당화되면, 사회시스템, 교육, 인재양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왜곡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혼내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혼내기의 억제 효과는 특정 행동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효과적인 억제를 위해서는 '사전 예고'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혼을 내야 하는 생황이 발생했다는 것은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거나 조율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경우(P.175)가 많다. 혼내기 대신 이렇게 대화를 해보자.


"너는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게 가장 좋을까?" (P.178)


명확한 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상대의 바람도 존중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상상하고 준비하는 예측을 통해 예고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상대가 부적절한 행동을 보였을 때는 

"저 사람은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인가?"(P.185)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반응도 달라져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혼내지 않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요? 그렇습니다. 혼내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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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중독 - 불안과 후회를 끊어내고 오늘을 사는 법
닉 트렌턴 지음, 박지선 옮김 / 갤리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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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조금 회피하고 있던 책들이 있다. "너의 태도를 바꾸면, 너의 삶이 달라진다"는 종류의 책들이다. 실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짜증이 나는 책이다. 그래서 요 몇달은 좀 피하고 있었다. 이번에 읽은 이 책도 그런 종류의 책이다. 아마도, 나의 행동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생각 중독.

'중독'이란 무엇인가?



네이버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한다. 세 가지 뜻 모두 좋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결국 생각이든 무엇이든 중독은, 그러니까 과한 것은 아니한 만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 없이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결국, 내게 필요한 만큼 생각하고, 내 행동이나 삶이 나아질 정도만 생각해야지, 그것이 과해서 생각이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이 생각을 하다보면,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책에서는 "생각 과잉은 특정 사안을 지나치게 분석하고 평가하고 반추하고 걱정하는 것을 멈출 수 없어서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생각 과잉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왜 불안해 하는가? 생각 과잉, 생각 중독으로 이어지는 불안의 원인을 이 책에서는 자기 자신과 환경, 두 가지로 분석한다.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불안이 더 심한 성향을 타고나지만, 유전자가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생각을 한다->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있다-> 습관적으로 생각 과잉에 빠진다는 악순환을 이어간다. 그런가 하면 집과 사무실처럼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환경이 불안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수선하고 어둡고 시끄러우면 우리는 불안해진다. 그리고, 사회, 문화적 환경(인종차별이나 성차별 경험)때문에 불안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과잉은 신체적, 정신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의 어려움도 야기한다.


우리가 생각과잉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그것을 방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책에서는 4A 스트레스 관리법(4A: 회피, 변경, 수용, 적응), 스트레스 일기쓰기, 5-4-3-2-1 그라운딩 기법(감각에 집중) 등을 소개한다. 공황장애 같은 극단적인 상태에 몰린 사람들에게 유용한 기법이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불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직장인으로서 관심을 갖게 되는 영역이 있는데, 그것인 바로 잘못된 시간 관리다. 불안을 줄이려면 의식적으로 시간 관리를 해야 한다. 아주 흔한 처방이지만, 할 일 목록을 정기적으로 만들고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며 목표를 작은 단위로 나누는 것이다. 아니면, 앨런식 입력값 처리법(전화와 이메일처럼 아주 사소한 자극을 비롯한 입력값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하고 점검한 후 특정 자극에 다른 자극보다 먼저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계획하는 것)이나 스마트한 목표 설정도 유용한 기법이다. 목표를 매우 상세하게 기록하고, 목표 달성에 대한 측정 기준을 설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목표는 반드시 달성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목표가 자신의 가치 체계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이 목표를 달성하면 어떤 삶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지 평가하고, 합리적인 시간 안에 해내도록 한다.


이미 불안이 극에 달했거나 통제 불능 상태라고 느낄 때는, 자율 이완훈련, 유도 심상, 점진적 근육 이완, 걱정 미루기 등의 방법을 사용해볼 수 있다. 불안을 많이 유발하는 부정적인 사고 패턴에 갇힌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사고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더 긍정적인 태도로 바꾸어 정신 건강을 개선해야 한다. 자신이 빠지기 쉬운 인지 왜곡(흑백논리 사고 등)을 파악하고, 어떤 상황, 사람, 환경이 특정 사고 패턴을 촉발하는지를 확인한다. 이러한 인지 왜곡을 이해한 후에는 자신의 사고 패턴을 바꿀 방법을 알아야 한다. 책에서는 행동 실험 기법을 추천한다.


이 책에서는 불안과 생각 과잉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을 제시한다. 물론 그 전략이 아주 새롭거나 지금 당장 효과가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참고만 하자.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음가짐은 다음과 같다.

1.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2.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3.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집중한다.

4.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한다.


저자는 "반추는 불안을 키우고 비생산적으로 만드는 생각 과잉"이라고 말한다.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지짜 문제해결을 위한 생각인지, 단순히 반추인지 자문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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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수반캄 탐마봉사 지음, 이윤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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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반캄 탐마봉사는 라오스계 캐나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라오스 난민촌에서 태어났다는 작가는 

한살에 정부의 도움으로 캐나다로 이주하여 살았다고 한다. 


한살이라는 나이는, 

라오스에서의 생활을 전혀 기억할 수 없는 나이다.

과거의 우리나라 이민자들의 자녀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오히려 떠나온 나라보다, 살고 있는 그곳이

그들의 고향이고, 그들의 터전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원주민들의 눈에는

그들의 직업과, 그들의 세금과, 그들의 땅을 훔쳐가는 

이들로 보였을 것이다.


아, 지금도,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 많음을, 본다. 

그런 이들은 더 큰 소리를 낸다.

마치 우리가 많은 것을 그들때문에 잃는 것처럼.


그러니, 이 작가의 소설 곳곳에 드러난 

주인공들의 삶이 낯설지만은 않다.


책 제목이자, 맨 앞에 자리한 소설이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이다. 

왜 이 책의 제목이 되었는지,

소설을 읽자마자 알 수 있었다.

14개의 소설 중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 드러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나마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소설일지도..


라오스에서 온 조이는

학교에서 매일 쪽지를 받아오지만, 

조이의 부모는 그것을 읽지 않는다.


라오스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탄탄한 직장에 다녔던 아빠는

이곳에 온 다른 친구들이, 그리고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지금까지의 삶은 없었던 듯,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조이에게 라오어를 쓰지 말라고 한다. 


"네가 라오스인인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어디서 왔는지 말해서 좋을 게 없어."(p.13)


조이는, 

읽기연습을 하다 도저히 어떻게 읽어야할 지 모르는 단어를

아빠에게 물어본다.


"카-나-아이-프으, 카나이프"(p.15)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익히는 것과 같다.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것을

배워서 익히기위해서는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조이는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묵음을,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걸 알지 못한다고, 알지 못했다고 해서

아빠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벽에 핀 곰팡이는 바닥 부근의 검은색 작은 점에서 시작됐다. 

아무 조취도 취하지 않자 곰팡이는 천장까지 퍼져나갔다. 

마치 검은색 민들레로 뒤덮인 들판처럼 보였다. 

누군가 내게 어디 출신이고 어디서 자랐는지 물으면 나는 그 장면이 떠오른다." (p.183)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들.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나왔지만,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사람들.

나는, 이것이 굳이 국제적인 관계가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서도 아직은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슬픈...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계측과 계급으로 선이 그어져있음을 느낀다.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말 아닌 것일까.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을 읽다보면,

그 슬픔 속에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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