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뇌 - 뇌를 치료하는 의사 러너가 20년 동안 달리면서 알게 된 것들
정세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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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몸을 움직여서 하는 그 어떤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운동과는 담쌓고 산다. 그 것은 내가 '운전'을 하지 않거나, '편식'을 고치지 않는 이유와도 같은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그 대체품이 존재하거나 하는 것이다. 일부러 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운전'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많은 편이고, 운동 삼아 오르지는 않지만, '산'을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물론, 일반적인 '이동'과 슬렁슬렁 올라가는 '등산'이 운동이 될 리는 없다. 그렇지만, 굳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도 '좋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가 굳이 '달리기'를 권하는 책을 읽은 이유는 함께 읽고 이야기하기로 한 약속때문이다. 


서두에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왜 뇌신경 분야 재활의학 전문의인 나는, 재활에 대한 내용보다 평소 운동하라는 글을 더 많이 썼을까? 그 이유는 뇌가 병들고 다친 후에 뇌를 원상으로 돌리는 것보다 쉬운 것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병을 막는 일이기 때문이다. 뇌가 병들거나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다. 뇌의 병을 어떻게 막느냐고? 뭐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내 몸이 건강해야 뇌도 건강하다. 그래서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노력이면 된다. 그리고 이 노력은 몸과 뇌가 병들기 전, 노쇠해지기 전부터 일찌감치 시작해야 한다." p.20~21


좋아, 인정.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란 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팔다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문제이다보니 굳이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조심하지만, 뇌에 생긴 문제는 터지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분야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징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러면, 달리기를 하면 뇌에 생기는 병을 막아줄까? 하고 읽어보니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달리기를 해도 뇌에 병은 생긴다. 그러나 회복력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러니 달리기를 하든 하지 않든 병에 걸릴 수는 있지만, 그 병에서 회복하는 데는 달린 사람이 빠르게 그리고 좀더 건강한 사람에 가깝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기'만 이런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저자의 주장은 그러하다.


저자가 만난 환자들의 예를 듣다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달리기를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서도 달리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런데 왜 나는 그들을 보면서도 달리고 싶지 않을까? 


"답은 '재미'에 있다. 달리기에 재미를 느끼면,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옆에서 뜯어 말려도 결국은 달리게 되어 있다.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달린다. 재밌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취미를 더 오래 유지하고 더 깊게 즐긴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로 입증된 사실이다." p.60


달리기에 대한 재미를 먼저 느껴야한다는 것. 물론 달리기를 해 봐야 그것이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게 되겠지. 달리기만 그러할까? 무엇이든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긴 시간 계속 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달리기를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들(자연의 변화를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운동 기구 위에서 뛰는 것보다 밖에 나가 뛰기를 권한다. 그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도 알려준다.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운동은 필요한 것이라고 인지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라는 운동을 따로 시작하고픈 마음이 아직은 없다. 체력이 좋아야 어려운 치료도 받을 수 있고,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려면 내 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아직 그걸 찾지 못했다. 저자는 일생에 걸친 습관은 몸에 새겨져 위기 때 힘으로 발휘된다(p.244)고 하였다. 


나는, 암 치료를 하면서 내가 몰랐던 나의 긍정 마인드를 깨달았다. 그리고, 편식은 할지언정 입맛을 잃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사람은 다 제각각의 건강 유지법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었다고 달리기를 시작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딱 싫어하는 움직임이거든. 


물론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운동은 치매약이나 항암제, 수술 못지 않게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나처럼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일어서지 않으면 운동이라는 좋은 약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달리기가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라 할지라도 내게 맞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내가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재미를 주지 않아도 그렇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달리기'라는 좋은 약이 처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은, 이제 나의 몫이 아닐까? 점점 늘어나는 수명에 따른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면, 나의 시간과, 나의 경제력과, 나의 재미가 딱 어우러지는 그런 '처방'을 언젠가는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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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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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프리다 칼로라는 화가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다. 관련 책도 읽었고, 그림도 보았다. 뮤지컬 프리다를 보았을 때, 프리다 칼로의 삶에 대해 더 알아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서정욱은 대중이 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썼다.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친절한 책이어서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그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프리다 칼로 본인이 말한 의미, 그리고 저자의 설명까지 더해지고 나면, 나의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어서 조금 아쉽다. 


얼마전부터 부산에서도 프리다 칼로의 그림 전시가 있어서 관심을 가졌는데, 레플리카전이기는하지만 한번 가서 보는 것도 좋겠다. 


1970년대 초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 페미니스트들을 열광시켰다고 한다. 직선적이고, 자신감이 넘치고, 여자의 감정을 드러낸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는 이 그림들을 누군가가 봐달라고 그리기보다, 자신의 일기를 쓰듯이 그렸다. 그렇지만 <벨벳 드레스를 입은 자화상, 1926>은 자신을 떠나려는 남자 친구 알레한드로를 붙잡으려고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이고, 교통사고로 인생이 바낀 때였으니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초상화를 보내기도 했지만, 알레한드로의 초상도 그렸다. 그 작품은 21살에 그렸지만, 45살이 되어서야 서명을 새로 하고 프리다 칼로가 세상을 뜨기 2년 전에 알렐한드로에게 보냈다. 그 그림은, 세상에서 사라졌다가 알레한드로가 죽은지 4년이 지난 후 1994년에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알레한드로에게 프리다 칼로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디에고 리베라와의 관계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라한드로가 궁금해졌다. 


프리다 칼로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는 민족주의 화가로 고대 아즈텍 문명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디에고 리베라는 벽화로 유명해진 화가로 대중성이 있었다. 디에고의 벽화에는 사회계층의 실생활을 그리고, 계층 간의 격차, 불평등, 그리고 자본주의와 산업화를 비판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프리다 칼로는 결혼 후부터는 남편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살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녹색, 하얀색, 붉은색(멕시코 국기에 사용되는 색)을 자주 사용하여 멕시코의 뿌리가 녹아든 그림을 그렸다. 


디에고 리베라는 왜 프리다 칼로와 결혼을 했을까? 결혼 생활을 하는 내내 바람을 피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혼을 했다가도 다시 재혼을 하면서까지 같이 살았다. 디에고는 끊임없이 바람을 피웠다. 하물며 프리다 칼로의 여동생과도. 남편이 계속해서 바람을 피웠지만, 프리다 칼로는 오히려 디에고의 바람 상대와도 친구처럼 지냈다고 한다. 남편이 아무리 바람을 피워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제3의 눈이 있을 만큼 위대한 천재화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프리다 칼로는 그와 헤어지지 않았다. 물론 디에고도 프리다에 대해 "만약 내가 그녀를 알지 못하고 죽었다면, 나는 진짜 여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었을 거에요!"(p.127)라고 말한다. 범인인 나는 이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지만, 천재성을 지닌 예술가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보다.  


초현실주의를 주장한 앙드레 보르통, 파블로 피카소, 바실리 칸딘스키로부터도 극찬을 받았던 프리다 칼로의 그림이 있다. <두 명의 프리다, 1939>라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보자 그 당시 유행하던 초현실주의 미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리다 칼로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렸다기 보다 자신의 안타까운 처지를 현실적으로 그렸냈을 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결론은 그렇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아픈 현실을 그림을 그려냈고, 그 그림을 통해 그 자신이 위로를 받았고, 자신이 다짐이나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바꾼 버스 사고로 인한 고통, 남편인 디에고의 끊임없는 바람, 계속된 유산, 그리고 고대 아즈텍 사상과 멕시코의 민속 문화를 떠올리는 소재들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 책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프리다 칼로의 인생이 그려진 그림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다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주제가 책을 읽는 재미는 떨어뜨린다. 만약 프리다 칼로의 그림 중에서 각각의 소재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설명을 읽었다면, 저자의 설명에서 한발짝 물러나 각자가 그림의 해석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견딜 수 있답니다."(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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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토끼, 커피, 눈풀꽃
베티나 비르키에르 지음, 안나 마르그레테 키에르고르 그림, 김영선 옮김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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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치매'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고, 언젠가는 나에게도 다가올 질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치매 보험도 들고, 나를 간병할 누군가를 위해 간병 보험도 들었다. 물론 보험이 전부는 아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고 생을 마감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시도해보고 있다.


병이라는 것이 내가 대비한다고 해서 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조금씩 생활을 바꿔가고 있다. 도서관에서 연이어 치매에 관한 그림책을 읽는다. 누구나 가족 중에 치매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한번 쯤은 고민해보면 좋겠다.


오늘 읽은 그림책은 [잃어버린 토끼, 커피, 눈풀꽃]이다. 제목이 독특하다 생각했다. 눈풀꽃은 어떤 꽃인지 잘 모르겠다. 표지를 본다.


이 그림책에는 '새싹'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와 카이 할아버지, 게르다 할머니가 나온다. 새싹이는 할아버지 집에 자주 놀러 가는데, 그 집에는 햇빛이 잘 드는 온실이 있고, 카이할아버지는 123가지나 되는 꽃을 키우고 있다. 그 꽃의 학명을 다 외우고 있을 만큼 할아버지의 기억력은 좋다.


온실에서 할아버지와 새싹이가 마주 보고 있는 장면은 따뜻하다.

할아버지는 커피향을 좋아하고, 할머니는 십자말풀이를 좋아한다. 할머니가 십자말풀이를 하다가 '이른 봄에 피는데 눈이 내려앉은 것처럼 생긴' 눈풀꽃(갈란투스 니발리스)이라는 단어를 적는다. 세 사람이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다정스럽다.


또 할아버지와 새싹이는 퍼줄 맞추기도 좋아한다. 눈 속에 있는 토끼 퍼즐 1,000조각 짜리를 맞추며, 어린 시절 키웠던 새싹이라는 토끼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처음 부분을 읽어가는 동안, 이 그림책의 제목에서 나온 눈풀꽃, 커피, 토끼를 모두 찾았다. 그러나 제목에서는 이것들을 잃어버린다. 뒷 내용이 살짝 짐작이 간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십자말 풀이를 하다 학명은 커녕 꽃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할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눈치 챈 사람은 나 뿐이었어요. 마치 할아버지에게서 낱말들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시간이 갈수록 할아버지에게서는 더 많은 낱말들이 떨어지고, 실수도 잦아지고, 창밖만 오도카니 바라보는데도, 할머니는 그저 할아버지가 따분한가 보다 생각한다. 할아버지의 온실의 꽃들이 모두 시들시들해지고나서야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상태를 눈치챈다. 한밤중에 토끼를 찾아 나왔다가 무엇을 하러 나왔는지 잊어버린 채 앉아있던 할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날 이후 할머니와 새싹이는 할아버지의 행동을 보완해주기 시작한다.


앞서 읽었던 그림책에서도, 치매환자가 된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고 기억을 일깨워주었는데, 이 그림책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결혼 사진이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토끼를 선물한다. 그 토끼의 이름은 새싹이다.


이 그림책 속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낱말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좋았던 기억과 경험을 이용하여 대화하고 교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치매 환자들은 최근 기억인 '단기 기억'은 잊어버리지만, 오래 전 기억인 '장기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그래서 그 기억 중에서도 좋았던 기억, 긍정적인 기억을 되살려서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이는 노인들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드는 일이 어른들보다 더 쉽다고 한다. 그래서 자녀들보다는 손자 손녀와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사진, 편지, 그림 엽서, 공책, 일기 등을 이용하면 좋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것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함께 기억을 떠올리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만약 나라면, 내 주변 사람들이 나와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는 자료로 블로그나 인터넷 속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이용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의 기억과 함께 남아 있는 물건들을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치매 환자는 증세가 나빠질수록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점점 더 잃게 되므로, 이에 대비해 주변 사람들은 의사소통 기술을 더욱 많이 기르고 발전시켜야 합니다."라고 그림책 뒤에서 설명하고 있다. 치매를 앓는 사람의 개인적인 물품도 좋지만, 과거의 물건이나 공식적인 기록 자료 등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제는 남의 일 같지 않은 치매 환자들의 이야기라, 그림책의 내용이 꽤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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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사과 할머니를 좋아해요 북멘토 그림책 17
카트린 호퍼 베버 지음, 타탸나 마이-비스 그림, 마정현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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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치매관련 그림책 전시를 하고 있어서 읽게 되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그런 주제임을 알 수 없었지만, 북큐레이션되어 있어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그림책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림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치매'환자의 특징을 알게 되고,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힌트도 얻게 된다. 


평균 수명의 연장은, 건강하게 나이드는 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치매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사는 법에 대해서도 궁금함이 넘쳐난다. 그런 점에서 이 그림책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치매 증상을 마주치게 되는 어린 손자 손녀의 입장과, 치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안나에게는 사과할머니라 부르는 할머니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를 그 지역 이름을 붙여 괴정할머니, 김해할머니라 부르는 것과 같다. 예전부터 부산댁이니, 울산댁이니 하며 지역명으로 부르는 게 참 이상했는데, 어르신들을 부를 때도 이리 부르고 있었구나, 새삼스레 느낀다. 어쨌든 안나에게는 사과나무가 있는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


그림책의 표지를 넘기면 수많은 사과가 나타난다. 이 그림책에서 사과는 분명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 짐작이 된다. 안나는 사과나무에 올라가 사람들을 몰라 엿보는 것을 좋아했다. 한때 단란하고 행복했던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할머니가 양로원에서 지낸 후부터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할머니가 살던 집도, 할머니도.


사과할머니를 찾아가면, 할머니의 얼굴에서 슬픔이 보인다. 말없이 물끄러미 창밖만 보고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신문에서 젊은 남자의 사진을 보며, 자신이 아는 '카를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안나의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기도 하고, 물어도 답이 없기도 하다. 할머니가 좋아할 것 같은 그림을 그려가도 할머니는 보지 않는다. 점점, 안나는 할머니의 행동에 짜증이 난다. 


안나는, 할머니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도, 많은 손자 손녀들이 그럴 것이다. 아빠와 엄마는 안나에게 '치매'라는 병에 걸렸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치매에 걸리면 잘 알아듣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하니 대답도 못하는 것이라고, 오래전의 기억은 하지만 최근의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지만 안나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날, 안나는 오래전 할머니의 사진을 발견하고, 할머니에게 가기로 한다. 치매라는 증상에 대해 안나는 어떤 이해를 하게 된 걸까? 


이 그림책의 뒤에는 치매와 그 증상에 대한 설명이 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니 함께 읽는 어른이 참고하면 되겠다. 


가장 흔한 치매의 유형은 알츠하이머 치매이고, 그 다음은 혈관성 치매로 뇌혈관 손상이 그 원인이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이 쇠퇴한다. 언어, 방향 감각, 사고력, 이해 능력, 집중력 등이 저하되면서 전반적인 기억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게 되니, 남의 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슬픔과 무감정, 불안과 공격적 행위를 하여 간병하는 이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가족들이 치매라는 질병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이 그림책이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약물 치료도 해야 하고,  인지 능력 훈련, 운동 훈련, 환경 치료, 미술 치료, 기억 치료 등을 할 수 있다. 이 치료 단계에서 가족들은 환자의 가까운 곳에서 믿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 진단을 받은 가족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치매가 발병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치매의 증상을 잘 알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해나갈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고, 증상도 어느 정도 호전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따뜻하고 예쁜 색감의 그림과, 안나와 안나의 가족들의 모습은 치매를 두렵고 어렵고 힘든 병이라기 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며, 노화나 치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도 어떻게 받아들일수 있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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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어나더커버)
태수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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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단하지 않은 날 나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中에서


다정함의 총량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는 저자는, 그러니까, 혼자라면 이런 것이 필요없겠지만, 결국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 사람들과 함께 하려면 그만큼의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좋다. 


물론 이 혼자라는 것은 '집'에서의 혼자를 말한다. 밖에서는 사회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사회생활에서 쏟는 에너지가 큰 편이다. 에너지를 크게 쓴다는 것은, 밖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그들과 나누는 대화도 나에게는 에너지가 소진되는 활동이다. 그러니 집에 돌아 오면, 나는 나의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쉬어야 한다.


그 쉼은, '잠'으로도 보충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것으로도 충족된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누군가의 뒤치닥꺼리, 누군가를 위한 이런저런 일들이 있기 때문이고, 나의 성격을 알아서 매번 연락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아무 일 없는 것이라 여기는 친정 식구들이 비해, 그것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요구하는 시어머니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신경도 써야한다. 


나는, 저자처럼, 그 다정함을 계속 보여주기 위해서 체력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책을 읽어도 가끔 이렇게 생각이 다른 문장들을 만나기도 한다. 


나는 더이상 서운해하는 것도 지쳐 그냥 기대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틀었다.

-나는 가끔 너에게 이유없는 칭찬을 주고 싶다 中에서


굳이 사람들의 칭찬에 목말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동기 유발과 성장을 독려하는 측면에서 칭찬도 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보여준 노력도 찾아서 칭찬을 전달한다. 어쩌면 계산된 칭찬인데도, 이게 회사라는 사회에서는 의미있는 칭찬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매번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칭찬을 가장한 남들의 관심에 기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소년의 인생은 즐겁다.

청년의 인생은 힘겹고

아빠의 인생은 무겁다.

-살아남았다는 건 강하다는 것 中에서-


저자는, 누군가가 해주지 않는다면, 나 자신이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을 곳곳에 드러낸다. 굳이 남이 해주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 나에게 칭찬도 하고, 격려도 한다. 도망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 넌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연예인, 아이돌을 응원하다가도, 누군가가 나에게 그만큼 응원받은 적이 있는가 생각한다. 실패도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내 자존감을 태워줄만큼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를.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힘을 주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자존감, 저자도 '지겹지만'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나 없나'하는 것은 타인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남이 시선에 따라 나의 자존감을 높여야 하는데 관심을 주지 않으니, 남을 내려쳐서 나를 위로 올린다. 그래서 남을 조롱하고 미워하고 혐오한다. 그래서 요즘 세상이 이리 각박한 걸까?


"관심받고 싶어서" 명품백을 들고 삼각김밥을 먹는다. SNS로 보는 내 모습은 행복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내 모습을 위해, 대출 한도를 늘려가며 명품을 찾는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살아야할까? 나 역시 SNS로 다른 이들을 -보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명품이나 좋은 차가 부러웠던 적은 없다. 


관심받고 싶어서 명품백을 산다는 그 말에는, 그 자신 역시 남을 볼 때 '사람'이 아닌 '물건'을 본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걸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인'의 문제도 많다고 본다. 관심 받고 싶어서 할 수 있는 행동에는 '좀 더 괜찮은 방법'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이 조금 가볍다고 느꼈다. 과연 이 책이 어른의 행복을 이야기한 책이 맞는가 생각해본다. 성인이 되면 어른인걸까? 그럴수도 있겠다. 내 나이 쉰에 생각하는 어른의 행복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는 젊은 친구들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하고,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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