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빨래를 하다 보면



  손빨래를 하다 보면 빨래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러할 때는 참말 빨래를 미룬다. 하루나 이틀 즈음. 갓난쟁이 기저귀 빨래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었으니, 아이들 옷가지는 하루나 이틀 즈음 빨래를 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입힐 옷가지가 넉넉하다.


  손빨래를 하다가 내 옷가지는 이튿날 빨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옷이 많아서 미룬다기보다, 아이들 옷과 곁님 옷을 먼저 빨고 내 옷은 나중에 빨자는 생각인데, 일이 많거나 고단하면 으레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내 옷가지를 하루 미루고 이틀 미루면, 어느새 내 옷가지 빨래만 잔뜩 모인다.


  가을볕은 아주 짧다. 가을볕은 느즈막하게 올라와서 일찌감치 저문다. 봄과 여름에는 낮에 빨아서 퍽 늦게까지 마당에 널 만하지만, 가을에는 아침이 밝고 나서 얼른 마당에 널어야 하고, 낮 세 시를 넘어가면 바지런히 걷어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애써 햇볕을 먹인 옷가지에 다시 축축한 기운이 밴다. 십일월이 무르익는 날씨를 느끼며 아직까지 찬물로 손빨래를 하면서 하루를 돌아본다. 4347.11.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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