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 빨래



  오늘치 빨래를 할까 살짝 망설이다가 새해로 넘기지 말자고 생각한다. 한 해 마지막 날에 빨래를 하든 새해 첫날에 빨래를 하든 대수로울 일은 없다. 더욱이 새해 첫날에 아이들을 씻기면서 빨랫감이 잔뜩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섣달그믐에도 즐겁게 빨래를 해 보자고 생각한다.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입는 도톰한 조끼를 빨고, 작은아이가 빨래터에서 적신 바지와 양말을 빤다. 손닦개 한 장을 함께 빨아서 바람이 싱싱 불지만 겨울볕은 포근한 마당에 넌다. 이렇게 하고 나서 큰아이를 불러 읍내에 저잣마실을 간다. 올 한 해에도 빨래를 신나게 했고, 새해에도 빨래를 신나게 할 테지. 새해에는 큰아이가 제 옷가지 가운데 양말이나 속옷쯤은 혼자서 빨래를 할 수 있을까. 여덟 살부터는 큰아이한테도 손빨래를 시켜 볼까 싶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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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1-01 00:14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댁에 오면 항상 본받을 일만 한가득이라서 제가 참 모자른 사람 같아 보여요. 그래도 좋으니까 내내 함께 하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함께살기님 :)

숲노래 2015-01-01 00:51   좋아요 0 | URL
언제나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살려고 생각하면
누구나 서로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오붓한 하루가 되리라 느껴요.

저도 이웃한테 가르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이웃도 저한테 가르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언제나 서로 배우면서 가르치니까
함께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해가 밝는 아침에 환한 햇살 누리면서
따사로운 하루 지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