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 기계빨래



  오늘은 이른아침부터 기계빨래를 한다. 이틀 쌓인 옷을 손으로 빨까 하다가 기계한테 맡긴다. 곁님이 입는 두툼한 옷은 사흘 앞서 손으로 빨았기에 이틀치 빨랫거리가 쌓였어도 얼마 안 된다. 그냥 손으로 다 비비고 헹구고 짜서 널면 되지만, 이렇게 하는 데에 들일 이십 분을 아침에 나한테 쓰기로 하고 기계한테 빨래를 맡긴다. 손으로 빨래를 마치면 이십 분이면 끝이지만, 기계한테 맡기니 사십육 분이 걸린다고 나온다. 기계빨래는 손빨래보다 이십육 분을 더 쓰고, 물과 전기를 더 쓸 뿐 아니라, 이 기계가 태어나기까지 온갖 자원을 썼을 테지. 빨래 한 점을 손으로 하느냐 기계로 하느냐에 따라 지구별이 참으로 크게 달라진다.


  아침부터 일찌감치 밥을 짓고 국을 끓여 아이들을 먹인 뒤, 나는 혼자 광주로 마실을 간다. 광주에 있는 〈전라도닷컴〉 ‘글쓴이(작가) 모임’이 있어서 하루 말미를 낸다. 광주를 오가는 데에 들 찻삯 오만 원을 모으기에도 빠듯하지만, 이 마실길에 우리 도서관 지킴이를 여러 사람 모실 수 있기를 꿈꾼다. 그러니까, ‘도서관 지킴이’를 새로 받고 싶어서 광주로 마실을 간다. 4348.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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