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3 앓기에
앓기에 알게 마련입니다. ‘앓다’랑 ‘알다’는 말밑이 같습니다. 더구나 ‘앓다·알다’는 ‘알’이라는 말뿌리도 같지요. ‘알’은 ‘얼’하고 말밑이 같아요. ‘앓다·알다’랑 ‘알·얼’은 ‘아이·어른’하고도 말밑이 같습니다. 이 얼거리를 슬기로이 읽어낸다면 “아이는 앓으면서 튼튼하게 큰다”는 옛말을 마음으로 깨달을 만해요. 뼈마디가 자라고 키가 쑥쑥 오를 적마다 몸앓이를 하거든요. ‘앓이’는 나쁘지 않습니다. 아프거나 앓을 적에는 다 뜻이 있어요. 여태까지 입은 헌몸을 내려놓고서 새몸으로 나아가는 길목이기에 아프거나 앓습니다. 이러면서 무언가 배워 스스로 알아차리지요. 아프거나 앓지 말라면서 자꾸 미리맞기(백신·예방접종)를 시키는 일을 곰곰이 짚을 노릇입니다. 일부러 아프거나 앓아야 하지 않습니다만, 숲빛인 살림물(약)이 아닌, 잿빛(화학약품)으로 버무린 미리맞기를 몸에 집어넣는다면, 우리는 제대로 몸앓이를 할까요? ‘미리맞기 = 미리 몸앓이를 한다’는 얼개인데, 아직 몸앓이를 받아들일 만한 때가 아닌데 억지로 미리 잿빛(화학약품)을 몸에 넣으면 되레 몸이 망가지게 마련이에요. 이제라도 참길을 보고, 참삶을 읽고, 참사랑을 나누면서, 참빛을 깨우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