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6.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2 임계장 고은 서정주 이원수



  허울스레 ‘훌륭한 말’만 골라 담았구나 싶은 책이 있습니다. 이런 책은 얌전히 도로 꽂고서 잊습니다. 몇 해쯤 지나면 ‘훌륭하게 꾸민 허울’에 숨은 속낯이 드러나더군요. ‘서정주·고은 글’을 그저 ‘글(문학)’로만 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으나, 서정주·고은은 여태 뉘우침글을 쓴 적이 없습니다. 이들이 참으로 오래도록 힘바라기(권력추종)·노닥질(추행)로 질펀하게 보낸 삶부터 제대로 바라보아야 이들이 남긴 글을 제대로 읽어내지 않을까요? 어떤 분은 ‘이원수 친일시’를 캐냈다면서 스스로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자랑하더군요. 그런데 그분은 ‘이원수 뉘우침글(참회록)’인 〈겨울 물오리〉는 늘 모르는 척합니다. 친일시를 부끄러이 여겨, 1945년 뒤로 이승만·박정희가 부린 서슬·총칼·굴레에서 어린이글을 지키는 울타리로 살았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한테서 사랑을 듬뿍 받은 ‘윤석중 동심천사주의’하고 맞선 이원수입니다. 1970년에 〈불새의 춤〉을 쓰며 전태일 넋을 기릴 뿐 아니라, 촛불(민주화)을 밝히자는 뜻을 끝없이 폈습니다. 우리는 글을 삶과 넋으로 읽는가요? 《임계장 이야기》는 책집에서 사라집니다. 글쓴이는 응큼질(성추행)에 뉘우침글을 썼을까요? 삶을 읽어야 참빛이 피어날 씨앗으로 갑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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