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1 허울
스스로 쓸모있다고 여기니 쓸모있고, 스스로 값었다고 바라보니 값없어요. 스스로 웃으려 하니 웃고, 스스로 울려 하니 울어요. 스스로 꾸미니 겉치레로 나아가고, 스스로 노래하니 별이 됩니다. 스스로 좀 모자라다면 “그래, 난 모자라. 그렇지만 이렇게 모자란 나를 사랑해” 하고 웃으며 춤추니 꽃이 됩니다. 남을 따라할 까닭이 없습니다. 잘 하는 남이 있으면 손뼉을 치며 반깁니다. 스스로 하루를 짓고, 스스로 즐겁게 웃음짓고, 스스로 반가이 아침저녁을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새롭게 지음이(작가)인걸요. 글이나 책뿐 아니라, 삶도 밭도 마음도 이야기도 차곡차곡 짓습니다.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상냥하고 어여쁜 지음이입니다. 보기좋게 꾸미려 든다면 지음이하고 멀어요. 꾸밈이일 테지요. 참빛이며 참삶이며 참글이며 참말하고 동떨어진 ‘꾸밈이’로 지낼 적에는 허울좋은 눈가림입니다. 남처럼 걸어야 하지 않고, 남보다 빨라야 하지 않고, 남만큼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즐거이 수다를 펴면 되고, 즐거이 읽다가 덮으면 돼요. 잘난 지음이(작가)나 말꾼(비평가)처럼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날마다 걷는 길을 스스로 생각을 가꾸어 바라봅니다. 즐거움도 고단함도 모두 우리 삶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