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 & 에이 Q 앤드 A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받으려고 발버둥치는 만화는 따분하다
 [만화책 즐겨읽기 6] 아다치 미츠루, 《Q 앤드 A (1∼2)》



 아다치 미츠루 님 만화 《Q 앤드 A》를 올 2010년 9월에 장만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아다치 미츠루 님 다른 만화 《크로스게임》 이어그리기가 17권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크로스게임》이 17권으로 끝나며, 곧바로 《Q 앤드 A》 1권이 나왔고, 이듬달 10월에 2권이 나왔습니다. 이제까지 아다치 미츠루 님 만화를 보면서 자꾸 느끼는데, 아다치 미츠루 님 만화는 날이 갈수록 무언가 확 하고 가슴으로 쩌릿쩌릿 와닿거나 마음을 촉촉히 적시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무언가 말할라치면 어영부영 끝나고, 이제 좀 이야기가 된다 싶으면 지루하게 늘어지며, 사이사이 쓸데없이 ‘여자 엉덩이’와 ‘여자 가슴’ 그림을 그려 넣습니다. 일본에서 ‘소년 만화잡지’에 그리는 만화이기 때문에 ‘소년한테 고마운 선물(?)’을 한다는 셈으로 넣는다 할 텐데, 이러한 선물을 넣는 틀이 서른 해가 넘도록 조금도 바뀌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만화쟁이 한길을 걸어온 마흔 해 삶에 걸쳐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만화를 그린다는 대목이 놀랍다 할 만합니다. 만화감은 그때그때 달라 언제는 야구 만화이고 언제는 권투 만화이며 언제는 달리기 만화(이번 새 작품 《Q 앤드 A》)라 할지라도 줄거리와 흐름과 만화결은 늘 같습니다. 아니, 오롯이 같다고는 할 수 없어요. 아다치 미츠루 님도 사람인 까닭에 해를 거듭할수록 차츰차츰 바뀌기는 합니다. 이를테면 1980년대 작품과 2000년대 작품에 나오는 계집아이 치마 길이가 바뀝니다. 얼굴 모양이나 몸매는 요즈음이 될수록 조금 더 몽글몽글합니다.

 그런데, 아다치 미츠루 님 만화를 즐겨읽는 분들은 ‘또 똑같은(이렇게 말하면 안 되니까, 또 거의 비슷한) 만화를 그렸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새로운 작품을 사들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사들여 읽으며 첫머리 1권에서는 ‘음, 언제나처럼 1권에서는 이제까지와는 뭔가 살짝이나마 다른 이야기를 펼치려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이 채 사라지기 앞서 1권이 끝나고 2권으로 접어들 즈음이면 ‘그래, 아다치 미츠루 님 그림결이 어디 가나?’ 하고 느낍니다. 주인공 형제와 이웃집 자매(또는 이웃집 계집아이와 또다른 이웃집 계집아이)에다가 주인공한테 곁달리는 거의 빈틈없어 보이지만 언제나 주인공한테 져야 하는 참말 빈틈없는 조연 사내아이.


- ‘형을 데려오면 팀에 넣어 줄게.’ ‘뭐야, 너 혼자냐?’ ‘형은 어딨어?’ ‘형은?’ ‘여어, 형은 잘 지내?’ ‘안녕! 그 형 동생 맞지?’ ‘형한테 안부 전해 줘!’ (1권 22쪽)
- “6년 만에 만났는데 할 얘기가 우리 형 얘기밖에 없냐?” “아, 미안 미안. 그래, 6년 만이지. 이야, 그때는 진짜 너, …… 뭘 했더라?” (1권 58쪽)


 《Q 앤드 A》 1권과 2권을 내처 읽으며 생각합니다. 아다치 미츠루 님 작품이 새로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사서 찬찬히 챙겨 읽는데, 아다치 미츠루 님 작품 가운데 한 번 다 읽고 나서 다시 손을 대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는 작품은 없습니다. 저로서는 두 번이나 세 번쯤 되읽는 작품이 없습니다.

 굳이 예전 작품을 되읽기보다 새로 나오는 작품을 읽으면 되기 때문일는지 모릅니다. 주인공과 줄거리와 흐름과 그림결은 늘 매한가지이니까요. 데즈카 오사무 님 작품은 열 번을 읽었건 스무 번을 읽었건 틈틈이 되읽습니다. 만화영화로 나온 〈블랙 잭〉은 만화책 《블랙 잭》을 생각하면 참 못 그렸습니다. 그러나 만화영화로 나온 〈블랙 잭〉도 즐겁게 봅니다. 다시 보는 재미가 있고, 거듭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다카하시 루미코 님 작품은 워낙 길기 때문에 《이누야사》라든지 《란마 1/2》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려고 하면 엄두가 안 납니다. 그러나 사이에 아무 권수나 뽑아들어 보노라면 이때부터 끝까지 다시 보도록 잡아당깁니다. 기나긴 이어그리기를 하더라도 낱권 하나마다 알뜰히 마무리되는 이야기가 있고, 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 삶이 오롯이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아다치 미츠루 님 작품에도 이렇게 삶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푸름이이든 어른이든 저마다 알차며 아름다이 영글어 놓는 꿈이 있었습니다.


- “미안해.” “어? 아, 아아, 아냐.” “그래, 저런 오빠라도 진짜 없어져버리면 쓸쓸하겠지. 하물며, 큐짱처럼 좋은 형이라면.” “…….” (2권 18쪽)


 아다치 미츠루 님 예전 작품들, 그러니까 2000년대로 접어들기 앞서 그린 작품들, 또는 1980년대에 그린 작품들을 읽을 때에는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말마디에서 적잖이 깊거나 너른 삶을 느끼곤 했습니다. 지난날 작품을 읽을 때에는 책장을 빨리 넘기지 않았습니다. 무척 더디게 넘기며 그림결하고 말마디를 오래도록 곱씹으며 이야기에 빨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작품들은 책장을 꽤 빨리 넘깁니다. 이번에 새로 나오는 《Q 앤드 A》를 1권과 2권을 두 달에 걸쳐 장만해 놓고는 비닐조차 안 뜯고 책상맡에 놓았는데, 적어도 두어 권을 한꺼번에 읽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책장을 빨리 넘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화 이야기에 흠뻑 젖어들도록 이끌지 못하고, ‘다음 줄거리나 다음 사건은 어떻게?’ 하는 데로만 눈길이 쏠리기 때문입니다. 낱권 하나하나를 가만히 되새기면서, 이 한 권을 읽으며 뿌듯하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어느새 이름값이 너무 높아진 탓일까요. 만화를 더없이 사랑하는 마음을 잃거나 잊었기 때문인가요. 제아무리 이름값이 높다거나 바삐바삐 새 작품을 그리는 분들일지라도 당신 작품을 그러모아 낱권책으로 하나 내놓을 때에는 으레 ‘새삼스레 고맙다’고 느끼며 더 고개숙이곤 하는데, 《Q 앤드 A》에서는 마치 부그러움을 잃거나 잊은 늙은이 같은 모습이 구석구석에 드러납니다. 예전에는 작품 사이사이에 ‘내 작품을 슬쩍 알리는 그림(그러니까 아다치 미츠루 님 만화라면 아다치 미츠루 님 다른 작품을 알리는 그림, 광고 그림)’이 귀엽다고 느꼈으나, 《Q 앤드 A》에서는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흐름에서 이런 광고 그림이 너무 자주 나오니 뻔뻔하다고 느낍니다. 더욱이 2권 68쪽이라든지 94∼96쪽이라든지 115∼119쪽이라든지 얼렁뚱땅 칸 잡아먹기를 하는 그림은 꽤 슬퍼 보입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고서는 만화를 그릴 수 없을 만큼 스스로 무너지는 셈인지요. ‘말 없이 그림 몇 장만으로도 주인공 마음을 보여주기’라든지 ‘넓은 자리에 그림을 거의 그려 넣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드러내기’라든지는 이제 더는 할 수 없을 만큼 스스로 갈고닦지 않는 셈인지요.


- “다친 곳 없어?” “아, 으응.” “내 라이벌은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거든. 감기 걸리지 마. 이도 열심히 닦아.” (2권 75쪽)


 만화 사이사이 깃들던 ‘썰렁하지만 빙긋 웃으며 마주하던 우스개’ 또한 자꾸 줄어듭니다. 누구나 나이가 더 들면 들수록 세상살이를 더 겪거나 부대끼면서 생각이 깊어진다든지 슬기를 길어올린다든지 하기 마련일 텐데, 《크로스게임》을 거쳐 《Q 앤드 A》로 오는 요즈음에는 ‘앙증맞게 보이려는 그림’은 있으나 ‘앙증맞으며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삶’은 그예 수그러드는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읽을 사람은 읽고, 즐길 사람은 즐기겠지요. 좋아할 분은 좋아할 테고, 아낄 분은 아껴 주겠지요. 다만, 싱거우며 텁텁한 맛을 만화쟁이 스스로 좋아하신다면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나, 싱거우며 텁텁한 맛을 자꾸자꾸 선보이다 보면 ‘인기’보다 ‘만화에 담는 사랑’과 ‘만화로 나누는 즐거움’이란 시나브로 옅어지다가는 아스라이 사라집니다. 만화를 그리는 분들은 연예인과 비슷하게 인기로 먹고산다고도 하지만, 인기란 그림을 더 귀엽게 그린다든지 계집아이 속옷을 자주 그린다고 찾아들지 않습니다. 다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 또한 ‘소년 만화’라 할 터인데, 다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에는 ‘계집아이 속옷 들추기’ 그림이 어느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계집아이 속옷을 자꾸 들춰 보이려 한다고 해서 조회수가 높아지거나 인기도가 높아지지 않습니다.

 《터치》는 ‘고전’으로 손꼽을는지 모르나, 《터치》나 《러프》나 《H2》처럼 손꼽는 고전 몇 가지를 뺀 다른 작품은 구슬픈 물거품이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이야기 있는’ 만화를 그릴 줄 알던 만화쟁이가 ‘이야기 없는’ 만화로 허덕이다가 그만 인기고 밥벌이고 만화고 뭐고 모조리 수렁에 휩쓸려 버리지 않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만화는 만화다운 길을 걸어야 하고, 삶은 삶답게 일구어야 합니다. 만화를 빚어 책이라는 그릇에 담는 일은 책을 하찮게 여겨서는 빛을 보지 못합니다. (4343.11.2.불.ㅎㄲㅅㄱ)


― Q 앤드 A (1∼2) (아다치 미츠루 글·그림,강동욱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10.9.15./4500원씩)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10-11-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만화는 언제나 청춘물인것 같더군요.그래서 안본 만화도 마치 언젠가 본듯한 느낌을 주네요^^

파란놀 2010-11-03 11:33   좋아요 0 | URL
'청춘물'이라기보다 '소년물'이라 할 만한데, 날이 갈수록 '힘이 딸리'고 있답니다. <쇼트 프로그램> 같은 멋진 만화는 이제 다시 못 그리시나 봐요..

아룡이 2010-12-31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던 사람입니다..
아다치미츠루의 작품은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처음접한것은 크로스게임을 통해서이지만요..ㅋ
글쓴이께서 적어놓신 스토리가비슷해서 읽은작품은 다시안보고 신작을 읽는다고 하신점은
저로썬 굉장히 아쉽습니다. ㅎㅎ..
왜냐 하면 아다치미츠루의 작품
터치 러프 H2 미유키 등..
지금까지 작품하나에 4번~6번은 재탕했는데도
그때마다 느끼는점도 다를뿐더러
놀랍습니다.
사람이이정도까지 그림으로 이렇게 감정을 표현해낼줄아는구나..
작품에 푹빠졋단거죠~
뭐 매번나오는 개와.. 스타일이 비슷한점은 조금아쉽습니다만..(이번 QandA에서는 H2에서본 미호가 생각나더군요..)
누군가 한명이죽는거나 사고당하는점도 .. 어... 생각하자면 다똑같지만
똑같아도 정말 뭐랄까..말로는못할? 그런느낌의 책인거같네요 ㅎㅎ..
시간나시면 다시한번 읽어보시는게어떠한가요?
뭐랄까..지나가는사람의 주접..거리였습니다 ㅎ

파란놀 2010-12-31 06:10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제대로 못 읽으셨기에 굳이 댓글을 달아도 못 헤아리시리라 생각하지만
...

아룡이 님이 말한 대목을 느끼기에 아다치 미츠루 님 작품을 봅니다.
그런데 아룡이 님이 말씀하신 작품들은 다 '예전 작품'이지
'새로 내놓는 작품'이 아닙니다.

아다치 미츠루 님이 새로 내놓는 작품들은 자꾸만
'계집아이 속옷 들추기'에 지면을 더 많이 쓰면서
정작 만화작품으로 선보일 이야기하고는 동떨어지고 맙니다.

이런 쓸쓸한 대목을 비판하는 글입니다.
그럼.

2011-03-2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끝까지 읽진 않았어요.. ㅋ 근데요 저는 생각이 좀 달라서요 아다치 미츠루님의 작품들이 무언가 말할라치면 어영부영 끝나버리고 , 이야기가 좀 된다 싶으면 지루해지고 이 말씀에서는 이해가 되긴합니다. 예를들어 카츠 같은경우도 갑작스럽게 끝내버리는.. 참 아쉬웠어요 끝을 좀 다듬으면 어땠을까하고 이야기가 좀 된다 싶으면 지루해진다는건 찬성하지 않구요.. 어느 작품을 콕찝어 말씀을 안하셨기에 그럴수도 있지만요 제가 본 아다치미츠루님 잡품에서 지루하다는 느낌을 거의 받은적이 없어요. 가끔 야시꾸리한 장면도 어느 만화책에서나 나올수있는거구요 심하지도 않고 그것들마저도 센스로 느껴지네요. 곳곳에 센스있는 뭐랄까 다른 만화에서는 느낄수없는 웃음코드가 느껴진달까요 피식피식?ㅎ 아다치 미츠루님 작품보면서 다른 만화랑 정말 다르다고 느낀게 센스, 감정표현 이었어요.. 특유의 매력이 있죠 항상 작품이 거기서 거기 라고 생각할수도있을정도로 비슷한 작품을 그리는거라고 생각할수도 있고 그런점이 아쉬운부분이긴 합니다만 각각의 매력이 있달까.. 줄거리의 흐름이랑 만화결이 같은건 아쉽게 생각할수있지만 아다치 미츠루님 만화만의 매력? 이라고 생각이 들구요. 아다치 미츠루님의 만화결이 어디가나 하고 느끼셨다고 하셨는데 전 그점이 다행이라고 느껴지구요. 저한테는 정말 작가님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님의 경우 한번 읽은 작품을 다시 손대어 처음부터 다시 읽는 작품은 없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사람마다 다른것같구요.. 저같은경우에도 몇작품을 3번이상씩은 처음부터 다시 봤거든요.. 글쓴이님의 의견도 존중합니다만 저의 생각은 이렇다는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위에 다른분에게 댓글다신거에서 말씀하신 새로 내놓은 작품에서의 속옷들추기?;ㅋ 에 지면을 더 많이 쓰면서 정작 만화작품으로 선보일 이야기하고 동떨어지신다고 하셨는데, q앤드a를 말씀하시는거죠? 저도 봣는데 제가 보기엔 그런장면때문에 이야기전개에 문제가 되는 느낌은 전혀 안들었습니다.. 이점에도 저와는 생각이 다르네요.. 그런장면이 심하게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그런것들 마저도 센스로 느껴졌구요. 그렇게 치자면 정말 이보다 심한 만화책들이 대부분입니다... 다그런건 아니지만 요즘만화들이 대부분 그런듯해요..

파란놀 2011-03-20 23:39   좋아요 0 | URL
요즘 만화들이 거의 모두 이와 같지는 않습니다.

'청소년 남자 독자 서비스'를 안 하면서 아름답고 재미있으며 알차게 엮는 신나거나 좋은 만화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한다면서 막상 지면 잡아먹기에 지나치게 빠지고 마는 만화도 제법 많습니다.

아다치 미츠루 님 같은 분이 나날이 이런 곁다리에서 헤맨다면, 아다치 미츠루 님 스스로 그다지 좋거나 즐거울 대목이란 없으리라 느낍니다. 농담 따먹기로도 만화를 그릴 수 있으나, 늘 똑같은 농담 따먹기만을 한다면, 이러한 만화를 사서 읽는 사람 가운데에는 '이제 더 사랑할 수 없겠구나' 하고 느낄 저 같은 사람도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오래도록 아다치 미츠루 님 만화를 꾸준히 즐기던 사람으로서 이번 <큐 앤 에이>는 더없이 질 떨어지고 덜 떨어진다고 느낍니다.

그럼.

2011-03-21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요즘만화들이 거의 모두 이와 같지는 않습니다라는 대목은.. 그럼 아다치 미츠루님 작품이 요즘 만화들에비해 그런씬들로 지면을 잡아먹는다는 말씀이신가요? 정말 이해가 안가네요;;; 큐앤에이에서 그런씬들이 대부분많이 차지해 이야기흐름을 방해한다구요? 한권당 몇컷이 나오나 직접 보세요 많아봤자 6~7?컷이죠 요즘 만화들 노출도를 봐서는 비중과 정도가 심한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어딜봐서 그런 지면들에 의해 선보일 이야기랑 동떨어진다는거죠? 큐앤드에이에서 여주인공의 노출의 원인이 대부분 뭔지 아세요? 귀신인 형의짓이죠. 귀신을 요소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위해 서비스적인 그런요소를 넣었다고는 생각이 안드나요? 정말 그씬들때문에 원래 얘기랑 동떨어졌나요? 그렇다면 님이 말씀하시는 아름답고 재미있으며 알차게 엮는 좋은 만화란게 뭔지 알고 싶네요.. 그런 장면 조금있다고 그런 말씀하신다면 요즘 만화책에서 나오는 서비스컷들은 뭔가요....... 나날이 이런 곁다리라니 뭘 두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거죠? 늘 똑같은 농담 따먹기라.. 뭘 두고 늘 똑같은 농담따먹기라고 말씀하시는거죠?; 예를 들어말씀하셔야 납득이가죠. 큐앤에이가 더없이 질떨어지고 덜떨어진다라는 말씀은 경솔하시네요. 이말씀에 욱했네요. 님말대로 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듯이 아다치 미츠루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으니까요.
현재 신간인 큐앤드에이
이제 시작한 만화를 가지고 그런 말씀하시는 근거가 납득이 안가네요. 아다치 미츠루만의 센스있는 전개랄까 다른만화랑 다른 특유의 전개와 중간중간 만화를 떠나 님이 말씀하신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친숙하게 느끼는 효과와 피식하게 만드는 유머이구요 이런 개그코드같은게 아다치 미츠루만의 요소로 매력이에요. 그리고 그림결이 항상 똑같다고 하시는데 예전에 비해 크게는 아니지만 나아졌구요 그만의 특유의 매력있는 그림체라 처음 이만화를 보는 사람은 꺼릴수있겠지만 원래 아다치미츠루님의 작품을 보던 독자들에게는 정겨운 그림체구요. 줄거리도 항상 똑같다고 하셨는데 스포츠를 요소로 자주 쓰긴합니다만 이번엔 다른작품들과 달리 심령적인 요소가 나온다는겁니다. 제말은 모두가 님처럼 생각하지 않으니까 막말씀하시지 않으셨음 한다는겁니다. 그렇게 대놓고 비난하실거면 납득할 제대로된 근거를 말씀하셨음하네요.
정말 궁굼하네요. 아다치 미츠루님의 작품을 정말 좋아하셨는지? 제대로 보신건지? 이번 신작이 대단하진않지만, 아다치 미츠루님만의 매력적인 표현법과 개그코드가 그대로 잘표현했고 특유의 그림체 때문에 더 정겹고 대부분이 그 매력에 아다치 작품을 좋아했기에 특유의 농담 즉 개그코드 , 그림체 가지고 뭐라하시는분은 거의없을텐데요 똑같은 스포츠소재와 비슷한 전개라면 납득하겠습니다만 -ㅅ-

파란놀 2011-03-21 07:24   좋아요 0 | URL
앞에서, 제가 쓴 만화이야기를 끝까지 읽지도 않았다고 밝히셨는데, 이 댓글은 제 글을 다 읽고나 썼는지 궁금합니다.

앞에 붙인 댓글에서도 적었지만, 재미있고 좋은 만화도 많으며, 재미없고 나쁜 만화도 많습니다.

아다치 미츠루 같은 분들이 '재미없고 나쁜' 만화로 기울어진다고 느끼니, 참 딱하고 안타깝기에 이런 글을 적었습니다.

그러나, 아다치 미츠루 님이 초기명작과 달리, 요즈음 작품이 이렇게 기울어진다고 하더라도 '아주 따분하고 아주 나쁜' 만화라 할 수는 없으니, 이런 만화도 좋아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만화도 '그림'이기 때문에, 그림결을 놓고도 얼마든지 말할 만하고, '아다치 만화 매력'은 틀림없는 매력이나, 이 매력을 작가 스스로 살리는 길과 살리지 못하는 길이 있습니다. 더욱이, 아다치 만화는 똑같은 소재에 똑같은 줄거리에 똑같은 상황설정에 똑같은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 똑같아도 아다치 매력이 있어, 이제껏 훌륭히 이야기를 엮으며 사랑받았습니다. 약발이 다 되어서가 아니라, 이번 작품에서는 어딘가 모자라거나 어리숙한 모습이 참으로 자주 보이니, 이러한 대목은 아다치이든 어다치이든 쓴소리를 들으며 작가 스스로 당신 만화길을 차분히 돌아보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독자는 이러한 대목을 읽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 알라딘서재에도 여러 가지 만화이야기를 걸치니까, 그 글이라도 찾아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다음주쯤 쓸까 생각하며 준비하는 만화이야기로 <게게게의 기타로>가 있는데, 이런 만화 또한 한번 찾아서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2011-03-2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제말은 그말이 아니라,, 님이 비판하는부분이 제생각과 다르다는건데요. 저는 고딩이 되서야 아다치 미츠루님 작품중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었던 아다치 미츠루님의 작품들까지 찾아서보게 됬었죠.. 한마디로 푹빠졌었습니다.
왜냐면, 다른만화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기때문이었죠..
전 님 글을 첫 댓글후 다 읽었구요.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작품들 대부분이 똑같은 흐름과 설정에 비슷비슷한 전개와 스포츠라는 매번 같은 요소들이라는건 저도 공감합니다. 그런부분들이 참 아쉽죠. 이것빼고
님이 비판하신 부분들이 대부분 제가 느끼기엔 매력적인 부분들이네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대부분 그런점들때문에 아다치 미츠루님의 작품을 좋아하지않나 싶은데요? 색다른 표현법, 감정표현 등등. 님이 말씀하신 유머,즉 농담따먹기, 뻔뻔한광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씬, 서비스씬 등등 님이 비판하신, 안타깝게 느끼셨다는 그부분들이 그작가만의 하나의 개성,매력, 센스 라고 생각하시진 않으신가요? 님이 말한 그런요소들, 개그코드가 다빠진다고 칩시다.
아다치 미츠루님 작품같을까요? 빠졌다면 그만의 매력, 개성이 없어졌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아다치 미츠루 작품이라기엔 뭔가 부족하고 휑한 느낌이 들것같다는 생각은 안드시나요? 님이 쓰신 글 마지막에
"만화를 빚어 책이라는 그릇에 담는 일은 책을 하찮게 여겨서는 빛을 보지 못합니다." 이 구절.. 이 말로 뭘 말씀하시고 싶으셨던건가요?
아다치 미츠루 작가가 자신이 그리는 책을 하찮게 여긴다는 말씀이신가요?
일부로 그런 요소들을 집어넣어 자신의 작품을 가볍게 느끼도록함으로서 친근함과 함께 유쾌함을 유도한거라는 생각은 안드시나보죠?? 만화책이란건 대부분 가볍게 본다는걸 아실텐데요 물론 만화책을 무시하는건 아니구요. 결국 제가 하고싶은말은 아다치 미츠루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요소들과 감정표현력에 매력을 느껴 아다치 미츠루님의 작품을 좋아한다는겁니다.

파란놀 2011-03-21 19:21   좋아요 0 | URL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좋아하시기 바랍니다.
님이 좋아하는 일도 자유고,
제가 비판하는 일도 자유입니다.
아시겠지요?

넓은 바다를 둘러보시고
만화라는 바다도 깊이 들여다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끝.

<네가 없는 낙원에서>라든지 <봄으로 가는 버스> 같은 만화책도
한번 읽어 보소서. <동경괴동>이라든지 <붉은 꽃다발>이라든지
<우리 집>이라든지 <여자의 식탁> 같은 작품도 보소서.

아다치 미츠루 만화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pive8 2011-05-16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쓴이는 너무 쉽게 단정짓는거 같고 쫌 편협하네요 일방적으로만 생각하네

물론 비판할수 있는부분이지만 '제 글을 제대로 못 읽으셨기에 굳이 댓글을 달아도 못 헤아리시리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말한부분이라던지 약간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잇는듯

즉 비판의 강도가 약간 수위를 아슬아슬하다고 해야하나,,

파란놀 2011-05-16 05:27   좋아요 0 | URL
편협하고 일방적인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
만화작품이 그다지 사랑스럽지 못하니
이런 글밖에 못 쓰고 마는군요 ^^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잘 헤아려 준다면
이 글을 달리 느낄 수 있겠지요.
 
달걀 한 개 보리피리 이야기 1
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 / 보리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가는 이야기가 가장 즐겁습니다
 [책읽기 삶읽기 21] 박선미+조혜란, 《달걀 한 개》


 어린이한테 이 나라 어른들 지난 삶자락을 들려주는 이야기책 《달걀 한 개》를 읽다. 《달걀 한 개》라는 이야기책은 경상남도 밀양에 있는 작은 마을 백산에서 1970년대에 어린 나날을 보내던 한 사람이 달걀이란 먹을거리를 놓고 겪거나 부대낀 삶을 담는다. 어떤 이한테 1970년대는 까마득한 옛날일는지 모르지만, 나이 서른을 넘은 사람한테는 그다지 먼 옛날이 아니고, 나이 마흔을 넘은 사람한테는 어렵잖이 떠올릴 어린 나날일 테고, 나이 쉰이나 예순을 넘은 사람한테는 어린 동생이나 아이를 돌보며 보내는 나날일 테지. 흔히 옛날이야기라 하면 범이 담배 피워 물던 이야기라든지 고려나 조선 때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그렇지만 바로 하루가 지난 어제 이야기만 하여도 옛날이야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에 겪은 이야기 또한 옛날이야기라 할 만하다. 멀디멀어 아주 까마득해야만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옛날이야기란 사람들이 이 땅에서 옹기종기 모여 오순도순 살아온 이야기이다.

 살아온 이야기는 기쁠 수 있고 슬플 수 있다. 웃음이 넘치던 지난 삶일 수 있고 눈물이 가득한 지난 삶일 수 있다. 기뻐 웃음이 넘치던 삶이라 하여 아름다운 삶이라고 여길 수 없고, 슬퍼 울음이 가득한 삶이라 하여 못마땅하거나 어설픈 삶이라고 여길 수 없다. 기쁘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 배만 부른 볼꼴사나운 이야기일 수 있고, 슬프다 하지만 뭇사람들 가슴을 저미는 촉촉한 이야기일 수 있다.


.. 병아리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여름쯤이면 마당이 그득해. 다른 집은 닭을 장에 내다 팔아서 돈벌이가 된다는데, 아야네는 그걸 한 마리 팔 새가 없어. 배 타는 삼촌 오면 고아 줘, 공부하러 간 오빠 오면 한 마리 잡아야지, 고모가 친정 오면 한 마리 해 먹이고, 또 돌아갈 때 보따리에 한 마리 묶어 보내야지, 큰 손 왔다고 상에 올려, 실한 놈은 키워서 씨암탉 해야지 ..  (24∼25쪽)


 내가 떠올릴 수 있는 1970년대는 조각조각 잘린 몇 토막 이야기이다. 다닥다닥 촘촘히 붙은 집들로 이루어진 인천 골목동네에서 놀던 일, 심부름하러 구멍가게에 달려 내려갔다가 달려 올라온 일, 겨울날 몹시 추웠다고 떠오르는 달삯집에서 네 식구가 쪼르르 모여 이불 돌돌 말아 자던 일, 어린 형하고 더 어린 내가 시멘트 담이 퍽 높구나 싶은 골목 한켠에 서 있던 일, 5층짜리 아파트 동네로 짐차를 타고 살림집 옮기던 일 ……. 고모 댁에 찾아갔을 때에 방에 다락이 있어 나무계단을 타고 다락에 올라가 먼지를 뒤집어쓰며 뒹굴던 일이 살짝살짝 떠오른다.

 《달걀 한 개》를 읽으면 “아야는 흰자만 까 먹고 노른자는 사탕 녹여 먹듯이 입에 넣고 굴리면서 아껴 아껴 먹었어(44쪽).” 하는 대목이 있다. 인천 골목동네에서 살던 나도 달걀을 마음껏 먹었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해가 갈수록 차츰차츰 좀더 자주 먹을 수 있었다고 느끼나 해를 거스를수록 드물었다고 느끼며, 충청도 시골집으로 방학 때마다 찾아올 적에는 닭장에서 한 알 고맙게 꺼내어 먹는 달걀이란 더없이 드물며 소담스러운 밥거리였다고 느낀다. 입이 짧은 나한테 외할머니가 날달걀 하나를 톡 깨서 밥에 풀어 주던 일은 오래도록 떠오른다. 이제 와 헤아리면 내 몸에는 삭인 밥거리들, 이를테면 동치미나 김치국물이나 찬국수물이 받지 않는다. 이제는 매운김치를 건드리지도 못하지만 맵지 않은 김치라 하더라도 삭인 밥거리인 만큼 잘 안 맞는다. 사람들은 으레 한국사람이 김치를 못 먹는다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김치처럼 삭인 밥거리가 몸에 안 맞는 사람이 없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물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기도 하는데, 삭인 밥거리 못 먹는 사람이야 마땅히 있을밖에. 아주 어릴 때하고 푸름이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는 나한테 찬국수를 사 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느끼는데, 아마 내가 떠올리지 못해서 그렇지, 아버지가 바깥밥 먹자며 식구들이 신포시장이나 동인천으로 마실을 나와 함께 찬국수를 먹다가 내가 크게 탈이 나는 바람에 나한테는 더는 안 사 주었을는지 모른다. 나한테는 따로 만두를 사 주거나(찬국수집에서는 으레 만두를 함께 파니까) 다른 뜨거운 국물을 사 준다. 오랜 동무가 내 몸을 잘 모르는 가운데 찬국수 잘하는 집이 있어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해서 억지로 한 그릇 먹은 다음 한 주 내내 배앓이를 하며 괴로운 적이 있다.

 《달걀 한 개》를 쓴 박선미 님은 달걀 노른자를 살살 녹여서 먹었다고 했다. 나도 어릴 때에 달걀 노른자를 살살 녹여서 먹었다. 박선미 님처럼 흰자를 먹을 때에는 아주 조금씩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어머니는 옆에서 이 꼴을 지켜보며 꾸짖었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이 맛있는 먹을거리를 금세 먹어치울 수 없는 노릇. 스물일곱 달째 함께 살아가는 어린 딸아이랑 도시로 마실을 나가면 전철간에서 으레 어르신들이 아이한테 사탕을 먹으라 건네주는데, 아이는 사탕을 받으면 늘 오래오래 낼름낼름 돌리며 녹여 먹는다. 길에서 얼음과자를 하나 사 줄 때에도 베어 먹는 법이란 없다. 얼음이 녹아 줄줄 흐르는 데에도 혀로 날름날름 핥아 먹는다. 그만큼 맛나고 좋다는 뜻일 테지.


.. 여자 아이들이 물을 이고 와서 솥에다 붓고, 달걀을 조심 조심 조심 …… 한참을 넣었어. 소금도 몇 줌 넣었나? 불을 때는 아이들은 코끝이 시커매진 것도 모르고 열심이야. 학교 밭에서 일할 때는 요리조리 빠져서 선생님한테 야단을 듣던 남자 아이들도 부지런히 삭정이를 주워 오고. 달려오다 넘어져 무르팍이 까지고 ..  (40쪽)


 이야기책 《달걀 한 개》에 나오는 시골학교 선생님은 몸이 퍽 여렸나 보다. 크게 병치레를 하고 일어나니까 마을사람마다 선생님 어여 몸 추스르라며 달걀을 보내 왔다는데, 선생님은 “아이구, 이 귀한 거를, 너거나 하나 더 먹이지. 엄마한테 잘 묵고 어서 낫겠다고 말씀디리라(39쪽).” 하고 얘기하더니, 얼마 뒤 아이들을 모두 모아 놓고는 “자아, 인자부터 달걀 삶아 먹는 공부를 할 끼다(39쪽).” 하면서 마을 어른들이 내어 준 달걀을 알뜰히 그러모아 한꺼번에 삶아서 아이들한테 골고루 나누어 준다. 이때 아이들 모습이 참 재미나다. 여느 때에는 개구쟁이에 말썽쟁이였다지만, 선생님이 ‘달걀 삶아 먹는 공부’를 하자니까 스스로 소매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삭정이를 주워 오고 물을 길어 오고 불을 때며 함께 달걀 삶기를 했다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부를 이렇게 아이들 스스로 신나게 할 수 있게끔 교육 얼거리를 짠다면 얼마나 좋으랴 싶다. 대학바라기가 맨 첫째로 눈길을 둘 일이라 할지라도, 아이들과 살아숨쉬는 공부를 하면서 숨돌리기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학교에서 함께 맛난 밥을 지어 먹기도 하고, 나무그늘에서 쉬기도 하며, 나무열매를 따먹는 날을 맞이하기도 하는 가운데, 흙과 바람과 해와 물과 풀을 가슴으로 살포시 껴안도록 이끌어야 비로소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서로서로 살가이 어깨동무할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그나저나, 이 책에 붙은 이름은 왜 “달걀 한 개”일까. 달걀을 셀 때에는 ‘한 알’ ‘두 알’ 하고 세야 옳지 않나. 올바로 말하자면 “달걀 한 알”이다. 그나마 “계란 한 개”라 하지 않으니 낫다 할 만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아이들한테 우리 어른들 살갑던 삶자락을 곰곰이 되씹도록 이끌어 주고자 하는 책이라 한다면, “달걀 한 알”이라고 책이름을 고치고, 책에 깃든 서너 대목에서도 “한 개”를 “한 알”로 고쳐야 마땅하다. 또는 “달걀 하나”라 해 볼 수 있겠지. ‘알’로 세기도 하지만 그냥 ‘하나 둘 서이 너이’ 하기도 하니까. 아니면, 책이름을 “달걀 이야기”라 해 보아도 된다. 말 그대로 달걀하고 얽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한 알’만 갖고 풀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달걀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리는 만큼 “달걀 이야기”라고 책이름을 고쳐도 잘 어울린다.

 왜 책이름을 따지느냐 하면, 《달걀 한 개》란 뭐 대단한 이야기책이 아닐 뿐더러, 아주 거룩한 이야기책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달걀 한 개》는 여느 사람들 여느 자리 수수한 이야기책이다. 이리하여 이 책에 깃든 말마디라든지 이 책에 붙이는 이름은 가장 수수한 자리를 찾아들어야 한다. 학교 문턱을 오래 밟았든 한 번도 밟지 못했든, 시골 농사꾼이든 도시 회사원이든, 똑똑한 어린이이든 시험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어린이이든, 누구나 손쉽고 즐거우며 살가이 마주하여 읽도록 글월 눈높이를 맞출 뿐 아니라, 가장 바르면서 곱고 착한 말씨로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임금님 달걀’이나 ‘대통령 달걀’도 아닌 ‘시골사람 달걀’ 이야기 아닌가. 조금 더 말결을 보듬으며 가다듬는다면 좋겠다.

 책끝에 ‘추천글’을 쓴 윤구병 님이 “그 입담에 스며 있는 건강한 교육관, 인생관도 퍽 대견합니다”라고 적는데, 어른들이야 윤구병 님이 박선미 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줄 알며, 이렇게 말할 수 있겠거니 생각할 테지만, 이 책을 읽는 어린이한테는 둘 다 똑같은 ‘어른’이다. 한 어른이 다른 어른한테 ‘대견하다’라는 말을 쓸 수 있는가.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자리에서는 ‘훌륭합니다’라든지 ‘알뜰합니다’라든지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해야 알맞다. 어른책에서도 말 한 마디 어설피 하면 안 되지만, 어린이책이라면 말 한 마디 더더욱 곱씹고 살피면서 해야 한다. 이밖에 박선미 님 말투에서 바로잡을 대목을 한두 가지 들어 본다면, 6쪽과 14쪽과 29쪽에 ‘것’을 너무 자주 쓴다. “소리질러 대는 게 자주 들리거든(6쪽)”은 “질러대는 소리가 자주 들리거든”으로 바로잡고, “알에서 모두 잘 깨어 나온 거거든(14쪽)”은 “알에서 모두 잘 깨어 나왔거든”으로 바로잡으며, “침 삼키는 것도 조심하면서(29쪽)”는 “침 삼키기도 잘 살피면서”로 바로잡으면 좋겠다. ‘조심’ 같은 한자말이야 익히 쓰기는 하는데, 예전 어르신들은 이 말을 안 썼다. 늘 ‘살피다’라는 말을 썼다. 사람들이 어른들을 떠나 보낼 때에 요사이는 “조심해서 들어가셔요.” 하는 말을 곧잘 하는데, 예전 어르신들은 노상 “살펴 들어가셔요.”나 “살펴 가셔요.” 하고 말했다. 《달걀 한 개》같이 옛날이야기를 구수히 들려주려는 책이라 할 때에는 ‘살피다’ 같은 낱말을 잘 갈무리해 주면 좋겠다. 10쪽에서 “너무 급한 나머지”는 “너무 바쁜 나머지”로 다듬고, 25쪽에서 “실한 놈”은 “통통한 놈”이나 “살찐 놈”으로 다듬으며, 30쪽에서 “머리가 아주 복잡해”는 “머리가 아주 어지러워”나 “머리가 너무 어수선해”로 다듬어 본다. 마지막으로, 54쪽을 보면 글쓴이가 따로 적바림한 글이 있는데, 이 글에서 “어린 아야만 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선생님이 되었어.”라고 했다. 이 대목은 아주 틀렸다. 내가 나 스스로를 일컬어 ‘선생님’이라 말할 수 없다. 내가 나 스스로를 일컬을 때에는 ‘교사’라 해야 알맞다. “어린 아야만 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교사가 되었어”라든지 “어린 아야만 한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있어”라든지 “어린 아야만 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처럼 고쳐야겠다.

 알뜰하고 알찬 이야기책 《달걀 한 개》인 만큼 곁다리라 할 만한 글투와 글쓰기를 이렁저렁 짚어 본다. 이런저런 글투와 글쓰기를 더 가다듬거나 추스를 수 있을 때에 이 이야기책은 훨씬 빛이 나면서 고운 물이 들리라 생각한다. ‘입말로 생생하고 재미나게 풀어써’서 어린이문학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들과 즐겁게 나눌 좋으며 곱고 착한 말’을 ‘살아숨쉬는 기운을 살며시 불어넣으며 한결 따스하고 사랑스레 펼칠’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가장 즐겁다.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 스스로 신나게 나눌 수 있을 때에 가장 즐겁다. 남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 너머로 구경하거나 호박씨를 까는 이야기보다, 나 스스로 내 온몸 바쳐 힘차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꾸밈없이 나눌 수 있으면 참으로 즐겁다. 문학이란 바로 삶에서 비롯한다. 어린이문학이든 어른문학이든, 또 판타지라 하든 공상과학이라 하든 뭐라뭐라 하든 삶에서 비롯하거나 삶에 바탕을 두지 않는 문학이란 없다. (4343.11.2.불.ㅎㄲㅅㄱ)


― 달걀 한 개 (박선미 글,조혜란 그림,보리 펴냄,2006.5.31./8000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을 맞는 마음


 퍽 모처럼 식구들과 함께 읍내 마실을 한다. 읍내 마실을 하면서 생각한다. 예전 사람들은 사일장이든 오일장이든 장날에 맞추어 읍내에 마실을 한다고 했다지만, 이런 읍내 마실조차 매우 드문 일이었으리라고. 한 달에 한 번쯤 마실을 했으려나. 두어 달에 한 번쯤 마실을 했을까.

 아이 엄마랑 아이랑 나란히 읍내 마실을 한 지 한 달쯤 되지 않았나 싶다. 이래저래 딱히 읍내로 마실을 할 일이 없었다. 모처럼 읍내에 나가서 중국집에 들러도 그닥 맛있지 않다고 한다.

 아이를 걸리다가 안다가 하면서 시골버스 타는 데로 간다. 집을 나서며 시골길을 조금 걷는데, 집 둘레 멧자락에서 보던 느낌하고 사뭇 다르다. 시골자락 가을은 이렇게 찾아오는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버스 타는 때를 맞추어야 하지만 살짝살짝 가을맛을 보면서 걷는다. 이러다가 어쩌면 늦을까 걱정스럽다. 저 앞 시골버스역에 서 있는 느티나무를 보며 걷다가 아이고, 내리막을 따라 시골버스가 탈탈탈 내려오는 모습을 본다. 큰일이다. 어, 아직 버스역까지 가려면 더 걸어야 하는데. 아이를 안고 헐레벌떡 달린다. 손이라도 흔들어야 하나 싶어 손을 흔들며 달린다. 아이도 아빠 품에 안긴 채 손을 흔들며 함께 소리를 질러 준다. 버스기사는 못 보고 못 들은 듯. 버스가 탈탈 움직이려 한다. 다시 부르고 자꾸 부르니 버스가 가려다 멈추고, 또 가려다 멈춘다. 아예 멈추어 주거나 뒤로 와 주어도 좋으련만. 왜 자꾸 갈 듯 말 듯 그러나.

 버스기사는 차갑게 떠나지 않았다. 버스에는 여고생 두 사람이 먼저 타고 있다. 어, 어느 마을에 사는 학생들이지? 탈탈 느릿느릿 달리는 버스는 손님을 한 사람 더 태우고 읍내로 들어선다. 모두 다섯 사람이 탔다. 여느 때에는 우리 식구들만 타기 일쑤이다. 장날이 아니라면, 또 주말이 아니라면 우리 식구들만 타는 널따란 택시와 같달까.

 버스가 달리는 산등성이를 따라 곱게 이어진 층층논에서 누렇게 익던 벼는 모두 베어내어 텅 비다. 누렇게 익은 벼가 찰랑거리던 때에도 곱고, 모두 베어내어 볏단을 묶은 때에도 곱다. 햇볕에 반짝이는 가을 은행잎은 금빛과 닮았고, 가을 은행나무 옆에서 나란히 자라는 감나무에 대롱대롱 달린 감알 또한 금빛과 닮았다. 감알은 보는 자리에 따라, 또 아침이냐 낮이냐 저녁이냐에 따라 빛깔이 사뭇 다르게 바뀐다. 시골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빛바뀜을 날마다 즐길 수 있어 고맙다. 멧자락에 깃든 감나무랑 읍내에 깃든 감나무랑 들판에 깃든 감나무랑 모두모두 빛과 모습이 다르다. 감알을 따서 책시렁 한켠에 얹어 놓고 날마다 들여다보노라면, 날마다 차근차근 익으며 보여주는 빛깔이 참 예쁘다.

 읍내로 마실을 나서는 길에 흔하디흔하다 할 만한 빨간 나뭇잎하고 어우러지는 노란 나뭇잎이랑 아직 푸른 나뭇잎이랑 빈 들판을 살며시 사진으로 담는다. 흔하디흔한 모습이기는 한데, 해마다 새삼스러운 흔한 모습이라 좋다. 우리 아이한테는 이제 막 새롭게 보는 흔한 모습이요, 앞으로 해마다 다 달리 마주하며 맞아들일 새 가을 빛깔일 테지. 나한테 사진기가 있어 이 모습을 담으니 좋고, 사진찍기를 하며 살아가니까 이 모습을 살뜰히 옮겨 딸아이랑 앞으로도 오래오래 즐길 수 있어 좋다. (4343.11.1.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찍새 어린이, 밥 안 먹고 어디 가셔요? 모양은 그럴듯하게 아빠를 흉내내었군요. -_-;;; 

- 2010.10.31.

 

 그래, 찍는 모습은 참 멋있다. 그러니까 밥은 좀 먹고 놀자?

 

 너 말야, 울지도 않으면서 어딜 우는 척... 연극도 잘 하셔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0-11-02 04:54   좋아요 0 | URL
아이쿠, 귀엽습니다. 엄마도 살짝 찬조 출연 해주셨네요?
맨아래 사진은 정말 우는 척 하는건가요?

파란놀 2010-11-02 06:46   좋아요 0 | URL
네, 우는 척하는 모습이 살짝 드러나 보이지 않나요?
^^;;; 아주 꾀쟁이랍니다..
 

 기찻길 옆 골목동네 한켠에서 놀고 있는 골목고양이. 참 느긋하네.

- 2010.10.28.인천 중구 신흥동3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