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손수 뜨개질을 해서 내어준 양말을 신고 웃는 돼지돼지말괄돼지. 

 - 2010.12.3.

 

 예쁜 발가락 모두어 앉기. 아이한테는 꿇어앉기가 참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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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0.12.5.
 : 모자 안 쓰려면 내려



- 찬바람 씽씽 부는 날 수레에 아이를 태우고 마실을 하면서 생각한다. 애 아빠는 왜 찬바람 불 무렵부터 자전거에 수레 붙일 생각을 해서 스스로 몸을 힘들게 한담. 진작에 따순 날씨일 때부터 자전거에 수레를 붙이며 아이랑 마실을 다니지, 원.

- 날이 찬데, 수레에 가만히 앉아야 할 아이가 모자를 안 쓰겠다며 버틴다. 쳇, 네가 그렇게 굴면서 마실을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래, 모자 안 쓰니? 그러면 아빠 안 갈래.” “아냐, 모자 써, 쓰잖아.” 아이는 모자를 쓴다. 그러나 막상 자전거를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벗었다. 요 깜찍한 놈.

- 장갑을 끼고 달릴 생각이었는데, 한창 달리고 보니 손이 시렵다. 어, 장갑 안 꼈네. 그러나 자전거를 멈추지 못한다. 낑낑대며 오르막을 오르던 길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르막을 다 오르고 나서는 이내 내리막. 이야, 이제 숨을 좀 돌리는구나 하는 생각만 할 뿐, 살짝 자전거를 멈추어 겉옷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어 낄 생각을 깜빡 잊는다.

- 마을길을 달려 큰길로 나오는데, 큰길을 코앞에 두고 길에 하얀 가루가 잔뜩 뿌려진 모습을 본다. 뭘까 하고 생각해 보니, 이곳에도 무슨 구제역인가 해서 뿌린 약가루가 아닌가 싶다. 겨울이라 우리 마을 닭공장은 쉬는데 무슨 약가루를 뿌린담, 하고 헤아리지만, 글쎄, 여기에만 이렇게 뿌린다고 무슨 병균이 안 퍼질까 궁금하지만, 이렇게라도 뿌려야 하겠지.

- 마을 어귀 보리밥집에 들러 아이 까까랑 아빠 보리술을 산다. 보리밥집 할머니가 아이한테 바나나 하나를 내어준다. 아이는 좋아서 방방 뛴다. 수레에 앉히니 좋아하는 몸짓이면서 퍽 졸린 얼굴이다. 그래, 좀 자 주련? 아이는 잘 듯 말 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논둑길로 잡는다. 아이는 곯아떨어질 듯 말 듯하더니, 끝내 안 잔다. 조금 더 멀리 돌아다니는 마실이었으면 수레에서 곱게 잠들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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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0.12.2.
 : 버스 타고 가요?



- 아빠랑 엄마 모두 집에 콕 박힌 채 바깥으로 좀처럼 나다니지 못하다 보니 아이는 좀이 쑤시겠구나 싶다. 산에 올라 이오덕자유학교 언니 오빠들이랑 놀도록 하면 가장 나을 텐데, 학교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때에 맞추어 산에 가지 못한다면 읍내 마실이라도 해야겠다 생각한다. 시골버스 때에 맞추어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아이를 안고 헐레벌떡 버스 타는 데로 나가려는 때, 옆지기가 문득 묻는다. “버스 타고 가요?” 응? 뭔 소리인가, 그럼 버스 타고 가야지. 버스 탈 때에 놓칠까 걱정스러워 땀 뻘뻘 흘리면서 달린다. 아이는 내려서 함께 걷고 싶단다. 버스 놓칠까 봐 “안 돼, 이렇게 가자.” 하고 말하지만 내리고 싶다며 자꾸 말하기에 내린다. 아이도 아빠랑 함께 달린다. 막 웃으면서 달린다. 그래, 너도 이렇게 신나게 달음박질을 해 보고 싶었구나. 그러나 이내 지쳤는지, 또는 졸린지 안아 달라 한다. 아이 눈을 살핀다. 눈가가 바알갛다. 졸립구나. 졸린데 읍내 마실이 괜찮을까? 아무렴, 자도 돼. 아니, 자 주면 더 좋지. 네가 요새 거의 낮잠을 안 잤잖니. 버스 타는 데에 닿는다. 버스는 아직 안 왔다. 히유, 한숨을 돌린다. 사 분쯤 있자니 버스가 온다. 버스를 타고 표를 낸다. 자리에 앉는다. 아이는 신이 나서 방방 뛴다. 이제 비로소 느긋하게 생각을 가다듬는다. 버스 탈 때를 놓치면 그냥 시골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와도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굳이 읍내를 다녀와야 할 일은 없다. 오늘이 음성읍 장날이기는 하지만, 장날이라 해서 딱히 무언가를 더 사지는 않는다. 다만, 오늘은 쥐끈끈이를 더 사야 하기는 했지. 그런데 나한테는 자전거가 있고 아이를 태울 수레가 있다. 음성읍 갈 때보다 고단한 길인 금왕읍으로 가는 길도 아이를 태우고 신나게 오갔는데, 음성읍이야 거뜬한 길 아닌가? 집을 나설 때 옆지기가 문득 물은 말이 떠오른다. 그래, 버스 아닌 자전거를 타도 되었지. 아니, 진작에 자전거로 올 생각이었으면 한결 느긋하게 집에서 길을 나서지 않았을까. 애써 바쁜 걸음을 하기보다 찬찬히 너그러운 마음과 몸으로 가붓하게 마실을 나올 때에 나도 좋고 엄마도 좋고 아이도 좋을 텐데, 참말 늘 잊는다. 어쩌면 늘 생각을 안 하며 산달지 모르겠다. 입으로는 느긋하게 살자 외면서, 정작 몸과 마음은 느긋하게 못 사는 바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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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금과 글쓰기


 하루 내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칭얼거리는 아이한테 주려고 능금 두 알 껍질을 깎아 작은 접시에 담는다. 부디 차분해지기를 바라면서 아이한테 들고 가 보니, 아이는 어느새 엄마 무릎에 누워 잠이 들었다. 칭얼거릴 때에는 그토록 끔찍히 얄밉더니, 잠들고 나서는 참으로 아늑하며 고요하구나.

 생각해 보면, 아이는 제 어버이가 저랑 제대로 놀아 주지 않으니 칭얼거린다. 아비 된 몸으로서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아이가 칭얼거린다 할 때에는 아비가 아비 노릇을 못했으니 칭얼거리지 않겠는가. 아비는 아이가 새근새근 잠든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푹 숙이다가도 살며시 웃는데, 아이는 제 아비를 바라보며 어느 때에 방그레 하고 웃을까.

 어깻죽지를 꾹 잡고는 얍 하고 들어올릴 때? 온몸으로 꼬옥 껴안아 줄 때? 맛난 밥을 차려 줄 때?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을 때? 팔베개를 해 주며 함께 잠들 때? 자전거 수레에 태워 함께 마실을 다닐 때? 엄마랑 아빠랑 함께 손을 한쪽씩 잡고 멧길을 거닐 때? 얼음과자나 사탕을 사 줄 때? 씻는방에서 함께 씻을 때? 텃밭에서 맨발로 함께 뒹굴며 흙을 만질 때? (4343.1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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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책 읽는 즐거움 ㉣ 사진책과 함께 놀기
 ― 내 삶인 사진을 새롭게 빚어내기



 누군가는 프랑스라는 나라를 수월히 오가면서 프랑스 문화와 삶과 사진을 온몸으로 맛봅니다. 누군가는 프랑스는커녕 이웃한 일본이나 중국조차 거의 드나들지 못할 뿐더러, 아예 드나들 틈을 못 내는 가운에 이 나라에서 살아갑니다. 프랑스를 맛볼 수 있는 사람으로서는 프랑스를 맛보지 못하는 사람하고 견주어 프랑스를 한결 잘 알거나 한껏 가슴으로 껴안는다 여길 만합니다. 이와 함께 한국땅에 뿌리박은 채 나라밖 마실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한국땅 삶터와 삶자락과 사진을 조금 더 헤아린다 할 만할까요.

 가난한 사진쟁이인 저는 프랑스라는 나라를 밟아 보지 못했고, 이 나라를 밟을 만한 살림돈은 없지만, 헌책방마실을 하면서 프랑스 사진잡지 《PHOTO》를 곧잘 장만합니다. 그나마 새책으로도 못 보고 헌책으로 보지만, 이 사진잡지를 새책으로 장만하여 읽어 준 ‘한국 사진쟁이’나 ‘여느 한국사람’이 있기 때문에 고맙게 헌책방에서 조금 눅은 값으로 장만하여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잡지 《PHOTO》는 다달이 나옵니다. 얼마 앞서 서울마실을 하면서 이 사진잡지를 대여섯 권 장만했습니다. 2008년 12월치를 보니 455호라 합니다. 한 해에 열두 권이니 열 해면 백스무 권, 서른 해일 때에 삼백예순 권이니만큼, 마흔 해가 조금 못 되는 발자취인 《PHOTO》입니다. 사진잡지 하나가 마흔 해 가까이 꾸준하게 나올 수 있다니 대단한데, 일본에서는 《アサヒカメラ》라는 사진잡지가 1949년부터 한결같이 나오니까 훨씬 대단하다 할 만하겠지요. 사진잡지 나이만 보아도 예순한 살이 넘잖아요.

 문득 궁금해서 잡지를 뒤적여 누리집이 있나 살핍니다. “www.PHOTO.fr”이라는 주소가 있어 들어가 봅니다. 프랑스 사진잡지를 그때그때 사 읽을 수는 없으나 프랑스 사진잡지 누리집에 틈틈이 들어가며 프랑스에서 일구는 사진밭 흐름을 찬찬히 살필 만합니다. 사진잡지 《PHOTO》를 보면 다달이 눈여겨볼 만한 사진책을 죽 보여주는 자리가 있으나 언제나 그림떡이라고 느껴 슬픈데, 아쉬우나마 이렇게 누리집으로 나라밖 사진 이야기를 엿볼 수 있으니 고마워요. 참말, 프랑스 사진잡지 《PHOTO》에서 다루는 숱한 사진책이랑, 일본 사진잡지 《アサヒカメラ》에서 손꼽는 수많은 사진책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기쁘게 들여다보며 사진을 익힐 나날을 언제쯤 맞이하려나 궁금합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 나라에는 어린이책 도서관부터 제대로 있지 않지만, 청소년책 도서관이든 어른책 도서관이든, 또한 문학책 도서관이든 잡지책 도서관이든 과학책 도서관이든 철학책 도서관이든 그림책이나 사진책 도서관이든 무엇 하나 알뜰히 건사하는 도서관이란 없어요. 사진책을 마음껏 즐기며 사진놀이를 하고파도 좀처럼 숨구멍을 트지 못합니다.

 그러나, 아예 없는 터전을 하루아침에 바랄 수 없습니다. 아예 없으니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일구어야 합니다.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일구되 잔뜩 찌푸린 얼굴이 아닌 활짝 웃거나 방그레 웃음짓는 매무새로 일구어야지 싶어요. 왜, 예부터 어릴 적에 마을에서 놀이를 할 때에는 돌멩이나 나뭇가지 하나로도 신나게 놀잖아요. 흙땅에 금을 죽 긋고는 갖가지 놀이를 즐겼어요. 사진기가 없으면 손가락으로 사진기 모양을 만들어 찰칵찰칵 하면서 신나게 사진을 찍었고요.

 빼어나거나 뛰어난 사진책을 기쁘게 맞아들일 수 없는 이 나라이지만, 우리가 알차며 어여쁜 사진책을 하나씩 엮으면 됩니다. 다른 사람한테 바라기 앞서 나 스스로 아리땁게 사진책 하나 만들 수 있어요. 내 살가운 벗을 찍은 사진으로 사진책을 만들고, 내 아버지나 내 아이 사진을 찍어서 사진책을 빚으면 돼요. 꼭 책방에 꽂혀 여러 사람한테 사랑받아야 하지는 않아요. 우리 집 책꽂이에 곱게 꽂아 놓고는,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한테 즐거이 보여주면 흐뭇해요. 사진책 《윤미네 집》이 괜히 태어났겠어요. 다시 나온 책을 읽으면, 집식구들은 이렇게 사진책을 새롭게 펴내는 일을 썩 달가이 여기지 않으셨다는데, 우리 스스로 우리 살붙이 살림살이를 어여삐 사진으로 담아내면서 먼 뒷날 또다른 “아무개네 집” 사진책을 내놓을 만해요. 사진이란 삶이잖아요. 사진이란 삶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 내 삶을 마음껏 즐기며 노는 모양새 그대로 신나게 가꾸거나 보듬거나 보살피거나 꾸미면 넉넉합니다. 사진으로 놀고 사진으로 일하면서 사진으로 이야기하면 돼요.

 삶인 사진이기에, 사진은 언제나 내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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