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0.12.2.
 : 버스 타고 가요?



- 아빠랑 엄마 모두 집에 콕 박힌 채 바깥으로 좀처럼 나다니지 못하다 보니 아이는 좀이 쑤시겠구나 싶다. 산에 올라 이오덕자유학교 언니 오빠들이랑 놀도록 하면 가장 나을 텐데, 학교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때에 맞추어 산에 가지 못한다면 읍내 마실이라도 해야겠다 생각한다. 시골버스 때에 맞추어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아이를 안고 헐레벌떡 버스 타는 데로 나가려는 때, 옆지기가 문득 묻는다. “버스 타고 가요?” 응? 뭔 소리인가, 그럼 버스 타고 가야지. 버스 탈 때에 놓칠까 걱정스러워 땀 뻘뻘 흘리면서 달린다. 아이는 내려서 함께 걷고 싶단다. 버스 놓칠까 봐 “안 돼, 이렇게 가자.” 하고 말하지만 내리고 싶다며 자꾸 말하기에 내린다. 아이도 아빠랑 함께 달린다. 막 웃으면서 달린다. 그래, 너도 이렇게 신나게 달음박질을 해 보고 싶었구나. 그러나 이내 지쳤는지, 또는 졸린지 안아 달라 한다. 아이 눈을 살핀다. 눈가가 바알갛다. 졸립구나. 졸린데 읍내 마실이 괜찮을까? 아무렴, 자도 돼. 아니, 자 주면 더 좋지. 네가 요새 거의 낮잠을 안 잤잖니. 버스 타는 데에 닿는다. 버스는 아직 안 왔다. 히유, 한숨을 돌린다. 사 분쯤 있자니 버스가 온다. 버스를 타고 표를 낸다. 자리에 앉는다. 아이는 신이 나서 방방 뛴다. 이제 비로소 느긋하게 생각을 가다듬는다. 버스 탈 때를 놓치면 그냥 시골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와도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굳이 읍내를 다녀와야 할 일은 없다. 오늘이 음성읍 장날이기는 하지만, 장날이라 해서 딱히 무언가를 더 사지는 않는다. 다만, 오늘은 쥐끈끈이를 더 사야 하기는 했지. 그런데 나한테는 자전거가 있고 아이를 태울 수레가 있다. 음성읍 갈 때보다 고단한 길인 금왕읍으로 가는 길도 아이를 태우고 신나게 오갔는데, 음성읍이야 거뜬한 길 아닌가? 집을 나설 때 옆지기가 문득 물은 말이 떠오른다. 그래, 버스 아닌 자전거를 타도 되었지. 아니, 진작에 자전거로 올 생각이었으면 한결 느긋하게 집에서 길을 나서지 않았을까. 애써 바쁜 걸음을 하기보다 찬찬히 너그러운 마음과 몸으로 가붓하게 마실을 나올 때에 나도 좋고 엄마도 좋고 아이도 좋을 텐데, 참말 늘 잊는다. 어쩌면 늘 생각을 안 하며 산달지 모르겠다. 입으로는 느긋하게 살자 외면서, 정작 몸과 마음은 느긋하게 못 사는 바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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