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과 글쓰기


 하루 내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칭얼거리는 아이한테 주려고 능금 두 알 껍질을 깎아 작은 접시에 담는다. 부디 차분해지기를 바라면서 아이한테 들고 가 보니, 아이는 어느새 엄마 무릎에 누워 잠이 들었다. 칭얼거릴 때에는 그토록 끔찍히 얄밉더니, 잠들고 나서는 참으로 아늑하며 고요하구나.

 생각해 보면, 아이는 제 어버이가 저랑 제대로 놀아 주지 않으니 칭얼거린다. 아비 된 몸으로서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아이가 칭얼거린다 할 때에는 아비가 아비 노릇을 못했으니 칭얼거리지 않겠는가. 아비는 아이가 새근새근 잠든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푹 숙이다가도 살며시 웃는데, 아이는 제 아비를 바라보며 어느 때에 방그레 하고 웃을까.

 어깻죽지를 꾹 잡고는 얍 하고 들어올릴 때? 온몸으로 꼬옥 껴안아 줄 때? 맛난 밥을 차려 줄 때?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을 때? 팔베개를 해 주며 함께 잠들 때? 자전거 수레에 태워 함께 마실을 다닐 때? 엄마랑 아빠랑 함께 손을 한쪽씩 잡고 멧길을 거닐 때? 얼음과자나 사탕을 사 줄 때? 씻는방에서 함께 씻을 때? 텃밭에서 맨발로 함께 뒹굴며 흙을 만질 때? (4343.1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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