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틀렸어



틀린 줄 알고도 그냥 가면

아주 밑바닥까지 바보로구나 싶다


폭 고개숙이고서

고스란히 뒤돌아나오고 뉘우치는데

이다음에 또 틀린짓을 하고 나면

난 왜 이다지도

틀려먹었나 싶은데


틈을 내지 않느라

빈틈없이 하겠노라 미느라

오히려 귀를 틀어막았네 싶더라


길없는 데로 갔으니

길틀고서 새로 선다


2025.10.12.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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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주저없다·주저 말고 躊躇-


 주저없이 진행한다 → 휙휙 한다 / 바로바로 한다

 주저 말고 통보해 준다 → 제꺽 알려준다 / 거침없이 알려준다


  낱말책에 없는 한자말 ‘주저없다’입니다. ‘망설이다·머뭇거리다·멈칫하다·서성이다·쭈뼛거리다’를 가리키는 한자말 ‘주저(躊躇)’에다가 ‘-없다’만 붙인 얼거리인데, ‘곧장·곧바로·막바로’나 ‘바로·바로바로·바로길·바로꽃·바로빛’으로 다듬습니다. ‘두말없다·내리쓰다·한붓·한붓’이나 ‘냉큼·닁큼·대뜸·댓바람’으로 다듬을 만합니다. ‘제꺽·제꺼덕’이나 ‘한달음·한달음에·한숨에·한걸음에’나 ‘한칼·한칼에’로 다듬지요. ‘‘거침없다·거칠것없다’나 ‘윙·윙윙·휭·휭휭’으로 다듬고, ‘확·확확·훅·훅훅·휙·휙휙’이나 ‘착·착착·척·척척·팍·팍팍’으로 다듬어도 되어요. ㅍㄹㄴ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주저없이 토마토 밭으로 향한 아이는

→ 살짝 비틀거리면서도 곧장 땅감밭으로 가는 아이는

→ 살짝 비틀비틀 냉큼 땅감밭으로 가는 아이는

《수작사계》(김소연, 모요사, 2014) 144쪽


나는 내가 믿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주저없이 목숨을 버릴 수 있어

→ 나는 내가 믿는 사람을 헤아린다면 바로 목숨을 버릴 수 있어

→ 나는 내가 믿는 사람을 헤아린다면 냉큼 목숨을 버릴 수 있어

《아르슬란 전기 10》(아라카와 히로무·타나카 요시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9)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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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주저 躊躇


 역시 주저가 되는 것이다 → 참말 망설인다

 잠깐 주저로 굳어지더니 → 살짝 서성이다 굳더니

 약간의 주저 끝에 → 조금 우물대다가

 주저하거나 부끄러워하지 → 쭈뼛대거나 부끄러워하지

 만나는 걸 주저하고 → 만나기를 꺼리고


  ‘주저(躊躇)’는 “머뭇거리며 망설임 ≒ 자저·지주”를 가리킨다는군요. ‘더듬·더듬더듬·더듬거리다·더듬대다·더듬다’나 ‘망설이다·머무적·머뭇거리다’로 고쳐씁니다. ‘뭉개다·미적거리다·뭉그적’이나 ‘서성이다·서슴다·아물아물·어물어물’로 고쳐써요. ‘얼쩡거리다·알짱거리다·엉거주춤’이나 ‘옴찔·움찔·우물우물·우물쭈물’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꺼리다·안 하다·하지 않다’나 ‘멈추다·멈칫·멈칫멈칫·멈칫하다’로 고쳐쓰지요. ‘생쥐·고망쥐·쥐·좀스럽다’나 ‘주뼛대다·주춤대다·쭈뼛대다·쭈삣대다’로 고쳐써도 됩니다. ㅍㄹㄴ



주저(主著) : 주된 저서

주저(周佇) : [인명] 고려 목종·현종 때의 문신(?∼1024). 중국 송나라 사람으로 목종 때에 귀화하였다. 예부 상서를 지냈다. 행서(行書)를 잘 쓰고 문장에 능하여 교빙과 사명(辭命)의 대부분을 주관하였다

주저(呪詛) :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빌고 바람. 또는 그렇게 하여서 일어난 재앙이나 불행 = 저주

주저(洲渚) : 파도가 밀려와 닿는 곳 ≒ 주정



아이들은 사진 찍히기를 주저한다

→ 아이들은 찍히고 싶지 않다

→ 아이들은 안 찍히려고 한다

→ 아이들을 찍으려면 망설인다

《연변으로 간 아이들》(김지연, 눈빛, 2000) 37쪽


학생들은 진취적인 질문들을 던졌고, 토론을 위해 수업 외의 시간을 내는 걸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 아이들은 마다않고 묻고, 나는 배움자리가 끝나도 망설이지 않고 이야기했다

→ 아이들은 씩씩하게 물어보고, 나는 배움밭이 끝나도 즐겁게 이야기했다

→ 아이들은 새롭게 묻고, 나는 배움마당이 끝나도 신나게 이야기했다

《나무 위 나의 인생》(마거릿 D.로우먼, 눌와, 2002) 180쪽


조금도 주저하는 마음이 없을 때, 그때는 내가 먼저 만나러 갈 거다

→ 조금도 꺼리지 않을 때, 그때는 내가 먼저 만나러 간다

→ 조금도 서슴지 않을 때, 그때는 내가 먼저 만나러 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3》(오자와 마리/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5) 235쪽


그런 시에는 아이들의 일상용어가 아무 두려움도 주저도 없이 자유롭게 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 글에는 아이들이 여느말을 망설이거나 두려워 않고 홀가분하게 쓰리라 생각한다

→ 그런 글에는 아이들이 삶말을 망설이거나 두려워 않고 마음껏 쓰리라 생각한다

《아동시론》(이오덕, 굴렁쇠, 2006) 245쪽


정신이 어지럽다. 주저한다

→ 어지럽다. 망설인다

→ 어수선하다. 옴찔한다 

《사진관집 이층》(신경림, 창비, 2014) 38쪽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떠올리다 문득 든 생각 하나가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 어떻게 할는지 가만히 떠올리다 문득 든 생각 하나 때문에 망설였다

→ 어떻게 할까 하나하나 떠올리다 문득 든 생각 하나 때문에 주춤했다

→ 어떻게 하나 곰곰이 떠올리다 문득 든 생각 하나 때문에 멈칫했다

《여고생 미지의 빨간약》(김병섭·박창현, 양철북, 2015) 210쪽


루시아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어

→ 루시아가 망설이지 않고 말했어

→ 루시아가 멈칫하지 않고 말했어

《나는 무엇이었을까》(호르헤 루한·치아라 카레르/김정하 옮김, 분홍고래, 2016) 8쪽


승낙했지만 실행을 주저했다

→ 받아들였지만 멈칫했다

→ 끄덕였지만 망설였다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구로카와 유지/안선주 옮김, 글항아리, 2022)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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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으로 간 아이들
김지연 사진 / 눈빛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10.23.

사진책시렁 182


《연변으로 간 아이들》

 김지연

 눈빛

 2000.2.29.



  눈살을 찌푸릴 만한 모진 짓을 일삼는 이가 꽤 있습니다. 손가락질을 받을 만하구나 싶은 사나운 짓을 벌이는 이가 곳곳에 있습니다. 왜 이렇게 얼뜨고 모자란 짓을 함부로 하는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언제 어디에서나 마찬가지 같아요. 우리부터 스스로 사랑하기가 무엇인지 새로 배우도록 사납짓과 얼뜬짓과 바보짓과 멍청짓이 살며시 찾아오는구나 싶습니다. 《연변으로 간 아이들》은 높녘(북조선)을 떠나 중국 연변에서 살아남으려고 뒹구는 아이들을 만난 자취를 담습니다. 어느 아이는 뒹굴고, 어느 아이는 절집 안채에 깃듭니다. 어느 아이는 뒹굴다가 굶어죽고, 어느 아이는 어디에도 깃들 데가 없다고 여겨서 그저 떠돕니다. 이무렵 “나라가 버려서, 나라를 버린 높녘 아이”를 일컫는 ‘꽃제비’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한데에서 추위에 떨고 굶주리며 깡마르는 아이들한테 붙인 ‘꽃제비’라는 이름이란, 제비마냥 따뜻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몸이면서, 제비처럼 봄꽃맞이를 하고픈 꿈을 키우는 마음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참말로 이 나라(남북녘) 모든 우두머리(권력자)는 아이를 버리고 팽개치고 밟았습니다. 높녘은 굶주린 싸움터로 팽개쳤고, 마녘(남한)은 배움불굿(입시지옥)을 비롯한 갖은 불늪으로 밀어넣습니다. 우리는 이 불바다에서 사랑을 새로 바라보고 배워서 이 터전을 바꿀 수 있을까요?


ㅍㄹㄴ


《연변으로 간 아이들》(김지연, 눈빛, 2000)


나 혼자 중심이 되는 일은 작고 미약하다

→ 나 혼자 기둥이 되는 일은 작디작다

→ 나 혼자 서면 자그맣다

5


아이들은 사진 찍히기를 주저한다

→ 아이들은 찍히고 싶지 않다

→ 아이들은 안 찍히려고 한다

→ 아이들을 찍으려면 망설인다

37


추수할 것도 없는 벌판을 걸어온 아이의 눈빛은 벌판을 닮아 있었다

→ 거둘 살림도 없는 벌판을 걸어온 아이 눈빛은 벌판을 닮았다

→ 빈들을 걸어온 아이 눈빛은 빈들을 닮았다

5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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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히치하이커 -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17
문이소 외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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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10.23.

까칠읽기 101


《마지막 히치하이커》

 문이소·남지원·은이결·민경하

 사계절

 2018.11.23.



《마지막 히치하이커》는 ‘SF문학상’을 받은 글을 모았다고 한다. 그런가 보다 하고 읽어가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름은 ‘SF’라지만, 무엇이 ‘SF’인지 하나도 알 길이 없다. ‘로봇·인공지능’을 내세우면 ‘SF’인가? 요새는 ‘AI’를 끼워넣는데, 이런 글감이나 얼거리를 짜더라도 정작 다루는 줄거리는 ‘지치는 집·학교’에 갇힌다. 아무리 로봇이 어쩌고 인공지능이 저쩌고 읊더라도 집에서 괴롭고 학교에서 시달리는 얼거리에 사로잡히면, ‘SF’를 흉내내는 푸념일 뿐이다. ‘SF’라는 옷을 입힌 하소연이기도 하다.


푸념과 하소연이 나쁠 까닭이 없다. 괴로우며 푸념을 하고, 시달리니 하소연을 한다. 그러면,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글에 왜 푸념과 하소연을 채워야 하는지 헤아려 보자. 어린이를 걱정하기에 어른으로서 같이 푸념과 하소연을 하는가? 아니면, 어린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다 안다”는 마음으로 푸념과 하소연을 글에까지 얹는가?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스스로 바꾸어 갈는지 그리지 않는다면, ‘생활문학’도 ‘SF’도 ‘어린이문학’도 ‘어른문학’도 아니다. 그저 겉치레에 허울이다. 이름만 내세워서 목소리를 높이면 ‘문학’이 아니라 ‘주의주장’이다. 이른바 ‘신문 사설’하고 무엇이 다른가.


글을 쓰려면 먼저 마음을 가꿀 노릇이다. 마음을 가꾸려면 먼저 삶을 지을 노릇이다. 삶을 지으려면 먼저 집에서 보금자리를 일구는 살림꾼으로 든든히 설 노릇이다. 집부터 사랑으로 돌보는 하루를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럼없이 말과 글을 사랑으로 펼 수 있고, 이때에는 저마다 살아온 나날을 저마다 다른 글감과 갈래에 맞추어 얼마든지 글꽃을 지피게 마련이다. 글은 안 쓰거나 나중에 쓰면 된다. 먼저 삶부터 일구고 살림꾼으로 서는 하루를 지은 뒤에, 이러면서 우리말과 우리글을 제대로 익히고서, 느긋이 붓을 쥐어야 ‘글’이 된다.


ㅍㄹㄴ


서창수네 엄마는 몰리오를 보자 ‘아, 저거요? 작년에 좀 유명했는데 이젠 한물갔죠.’라며 아는 척을 했다. (19쪽)


“하아…… 아저씨, 우리 아빠가 대전 지방 경찰청 강력2반 형사라서 좀 아는데요, 아저씨가 저한테 막 소리 지르고 겁주고 이러는 거 다 아동학대예요. 그리고 승차거부. 뭐 그런 것도 신고하라던데? 아빠한테 물어봐야겠다.” (23쪽)


+


《마지막 히치하이커》(문이소·남지원·은이결·민경하, 사계절, 2018)


사람처럼 말하는 걸 배우는 데 특화되었거든요

→ 사람처럼 말하기를 잘 배우거든요

→ 사람처럼 말하기를 배우기만 하는걸요

15


몰리오의 다리는 돌무더기에 파묻혀 있었다

→ 몰리오는 다리가 돌무더기에 파묻혔다

15


사람들한테 배운 대로 하는 건데요

→ 사람들한테서 배운 대로 하는데요

16


서창수는 자기 엄마아빠랑 똑같이 공부 가지고 사람을 차별한다

→ 서창수는 저희 엄마아빠랑 똑같이 좀 안다고 사람을 따돌린다

→ 서창수는 엄마아빠처럼 좀 배웠다고 사람을 괴롭힌다

18


먼저 히치하이킹을 했던

→ 먼저 잡아타던

→ 먼저 함께타던

→ 먼저 얻어타던

31


편집부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엮음터 지기님도 고맙습니다

→ 엮어 주신 분도 고맙습니다

→ 엮으신 분한테도 절을 올립니다

35


혀에 강렬한 통각을 느끼고 있습니다만

→ 혀가 찌릿합니다만

→ 혀가 아립니다만

→ 혀가 아픕니다만

42


잿빛 어둠 속에서 아홉 개의 가지가 불타고 있는 나무였다

→ 잿빛으로 어두운데 아홉 가지가 불타는 나무이다

49


서동팔 씨는 내 아빠다

→ 서동팔 씨는 아빠다

→ 울 아빠 서동팔 씨다

69


이런 경우, 백발백중 엄마가 아빠의 등짝을 찰싹

→ 이럴 때 바로 엄마가 아빠 등짝을 찰싹

→ 이러면 냉큼 엄마가 아빠 등짝을 찰싹

71


춤을 보는 내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번졌다

→ 춤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90


동사하기 5초 전 집에 들어섰을 때, 거실 가운데 선 엄마는 눈물로 세수를 하고서

→ 얼어죽을 뻔하다가 집에 들어서니 엄마는 마루에서 눈물범벅이고

→ 얼어죽겠다가 집에 들어서니 엄마는 마루에서 눈물바람이고

→ 꽁꽁 언 채 집에 들어서니 엄마는 마루에서 눈물을 흘리고

12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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