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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으로 간 아이들
김지연 사진 / 눈빛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10.23.
사진책시렁 182
《연변으로 간 아이들》
김지연
눈빛
2000.2.29.
눈살을 찌푸릴 만한 모진 짓을 일삼는 이가 꽤 있습니다. 손가락질을 받을 만하구나 싶은 사나운 짓을 벌이는 이가 곳곳에 있습니다. 왜 이렇게 얼뜨고 모자란 짓을 함부로 하는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언제 어디에서나 마찬가지 같아요. 우리부터 스스로 사랑하기가 무엇인지 새로 배우도록 사납짓과 얼뜬짓과 바보짓과 멍청짓이 살며시 찾아오는구나 싶습니다. 《연변으로 간 아이들》은 높녘(북조선)을 떠나 중국 연변에서 살아남으려고 뒹구는 아이들을 만난 자취를 담습니다. 어느 아이는 뒹굴고, 어느 아이는 절집 안채에 깃듭니다. 어느 아이는 뒹굴다가 굶어죽고, 어느 아이는 어디에도 깃들 데가 없다고 여겨서 그저 떠돕니다. 이무렵 “나라가 버려서, 나라를 버린 높녘 아이”를 일컫는 ‘꽃제비’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한데에서 추위에 떨고 굶주리며 깡마르는 아이들한테 붙인 ‘꽃제비’라는 이름이란, 제비마냥 따뜻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몸이면서, 제비처럼 봄꽃맞이를 하고픈 꿈을 키우는 마음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참말로 이 나라(남북녘) 모든 우두머리(권력자)는 아이를 버리고 팽개치고 밟았습니다. 높녘은 굶주린 싸움터로 팽개쳤고, 마녘(남한)은 배움불굿(입시지옥)을 비롯한 갖은 불늪으로 밀어넣습니다. 우리는 이 불바다에서 사랑을 새로 바라보고 배워서 이 터전을 바꿀 수 있을까요?
ㅍㄹㄴ
《연변으로 간 아이들》(김지연, 눈빛, 2000)
나 혼자 중심이 되는 일은 작고 미약하다
→ 나 혼자 기둥이 되는 일은 작디작다
→ 나 혼자 서면 자그맣다
5
아이들은 사진 찍히기를 주저한다
→ 아이들은 찍히고 싶지 않다
→ 아이들은 안 찍히려고 한다
→ 아이들을 찍으려면 망설인다
37
추수할 것도 없는 벌판을 걸어온 아이의 눈빛은 벌판을 닮아 있었다
→ 거둘 살림도 없는 벌판을 걸어온 아이 눈빛은 벌판을 닮았다
→ 빈들을 걸어온 아이 눈빛은 빈들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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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