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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히치하이커 -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품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117
문이소 외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10.23.
까칠읽기 101
《마지막 히치하이커》
문이소·남지원·은이결·민경하
사계절
2018.11.23.
《마지막 히치하이커》는 ‘SF문학상’을 받은 글을 모았다고 한다. 그런가 보다 하고 읽어가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름은 ‘SF’라지만, 무엇이 ‘SF’인지 하나도 알 길이 없다. ‘로봇·인공지능’을 내세우면 ‘SF’인가? 요새는 ‘AI’를 끼워넣는데, 이런 글감이나 얼거리를 짜더라도 정작 다루는 줄거리는 ‘지치는 집·학교’에 갇힌다. 아무리 로봇이 어쩌고 인공지능이 저쩌고 읊더라도 집에서 괴롭고 학교에서 시달리는 얼거리에 사로잡히면, ‘SF’를 흉내내는 푸념일 뿐이다. ‘SF’라는 옷을 입힌 하소연이기도 하다.
푸념과 하소연이 나쁠 까닭이 없다. 괴로우며 푸념을 하고, 시달리니 하소연을 한다. 그러면,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글에 왜 푸념과 하소연을 채워야 하는지 헤아려 보자. 어린이를 걱정하기에 어른으로서 같이 푸념과 하소연을 하는가? 아니면, 어린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다 안다”는 마음으로 푸념과 하소연을 글에까지 얹는가?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스스로 바꾸어 갈는지 그리지 않는다면, ‘생활문학’도 ‘SF’도 ‘어린이문학’도 ‘어른문학’도 아니다. 그저 겉치레에 허울이다. 이름만 내세워서 목소리를 높이면 ‘문학’이 아니라 ‘주의주장’이다. 이른바 ‘신문 사설’하고 무엇이 다른가.
글을 쓰려면 먼저 마음을 가꿀 노릇이다. 마음을 가꾸려면 먼저 삶을 지을 노릇이다. 삶을 지으려면 먼저 집에서 보금자리를 일구는 살림꾼으로 든든히 설 노릇이다. 집부터 사랑으로 돌보는 하루를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럼없이 말과 글을 사랑으로 펼 수 있고, 이때에는 저마다 살아온 나날을 저마다 다른 글감과 갈래에 맞추어 얼마든지 글꽃을 지피게 마련이다. 글은 안 쓰거나 나중에 쓰면 된다. 먼저 삶부터 일구고 살림꾼으로 서는 하루를 지은 뒤에, 이러면서 우리말과 우리글을 제대로 익히고서, 느긋이 붓을 쥐어야 ‘글’이 된다.
ㅍㄹㄴ
서창수네 엄마는 몰리오를 보자 ‘아, 저거요? 작년에 좀 유명했는데 이젠 한물갔죠.’라며 아는 척을 했다. (19쪽)
“하아…… 아저씨, 우리 아빠가 대전 지방 경찰청 강력2반 형사라서 좀 아는데요, 아저씨가 저한테 막 소리 지르고 겁주고 이러는 거 다 아동학대예요. 그리고 승차거부. 뭐 그런 것도 신고하라던데? 아빠한테 물어봐야겠다.” (23쪽)
+
《마지막 히치하이커》(문이소·남지원·은이결·민경하, 사계절, 2018)
사람처럼 말하는 걸 배우는 데 특화되었거든요
→ 사람처럼 말하기를 잘 배우거든요
→ 사람처럼 말하기를 배우기만 하는걸요
15
몰리오의 다리는 돌무더기에 파묻혀 있었다
→ 몰리오는 다리가 돌무더기에 파묻혔다
15
사람들한테 배운 대로 하는 건데요
→ 사람들한테서 배운 대로 하는데요
16
서창수는 자기 엄마아빠랑 똑같이 공부 가지고 사람을 차별한다
→ 서창수는 저희 엄마아빠랑 똑같이 좀 안다고 사람을 따돌린다
→ 서창수는 엄마아빠처럼 좀 배웠다고 사람을 괴롭힌다
18
먼저 히치하이킹을 했던
→ 먼저 잡아타던
→ 먼저 함께타던
→ 먼저 얻어타던
31
편집부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엮음터 지기님도 고맙습니다
→ 엮어 주신 분도 고맙습니다
→ 엮으신 분한테도 절을 올립니다
35
혀에 강렬한 통각을 느끼고 있습니다만
→ 혀가 찌릿합니다만
→ 혀가 아립니다만
→ 혀가 아픕니다만
42
잿빛 어둠 속에서 아홉 개의 가지가 불타고 있는 나무였다
→ 잿빛으로 어두운데 아홉 가지가 불타는 나무이다
49
서동팔 씨는 내 아빠다
→ 서동팔 씨는 아빠다
→ 울 아빠 서동팔 씨다
69
이런 경우, 백발백중 엄마가 아빠의 등짝을 찰싹
→ 이럴 때 바로 엄마가 아빠 등짝을 찰싹
→ 이러면 냉큼 엄마가 아빠 등짝을 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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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보는 내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번졌다
→ 춤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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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하기 5초 전 집에 들어섰을 때, 거실 가운데 선 엄마는 눈물로 세수를 하고서
→ 얼어죽을 뻔하다가 집에 들어서니 엄마는 마루에서 눈물범벅이고
→ 얼어죽겠다가 집에 들어서니 엄마는 마루에서 눈물바람이고
→ 꽁꽁 언 채 집에 들어서니 엄마는 마루에서 눈물을 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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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