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066 : 게 부산물 생각 거


저는 이 모든 게 부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 저는 이 모두가 고물이라고 여겨요

→ 저는 이 모두가 부스러기라고 봐요

→ 저는 이 모두가 뒷밥이라고 느껴요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이동진, 예담, 2017) 91쪽


짤막한 글에 ‘것’을 잇달아 넣으면 엉성합니다. 새롭게 일어나거나 흐르는 빛나는 씨앗과 같을 적에 ‘생각’이라는 낱말을 씁니다. 요새는 ‘여기다·보다·느끼다’라 할 자리까지 ‘생각’을 섣불리 쓰곤 하는데, 이처럼 쓰임새를 넓히는 일은 안 나쁘되, 자칫 ‘생각’이라는 낱말을 워낙 어느 때에 쓰는지 까맣게 잊기 쉽습니다. 낱말을 고르는 그대로 마음이 자라요. 낱말을 살피는 만큼 마음을 북돋웁니다. 뒷밥도 고물도 부스러기도 우리가 스스로 빚거나 낳습니다. ㅍㄹㄴ


부산물(副産物) 1. 주산물의 생산 과정에서 더불어 생기는 물건 2. 어떤 일을 할 때에 부수적으로 생기는 일이나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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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092 : 재미있어질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어질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요

→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하나요

《이거 그리고 죽어 6》(토요다 미노루/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5) 130쪽


영어라면 ‘재미있 + -어질’ 같은 말씨를 쓸 만합니다만,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 더 재미있을까요” 같은 얼개로 말합니다. “재미있으려면 + 어떻게 하나요” 같은 얼거리로 말하지요. 우리말씨는 오늘 이곳에 있는 바로 나를 바라보는 결로 이야기를 여밉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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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가을비



새벽 다섯 시 사십 분 무렵

고흥에 소나기가 온다

큰아이와 곁님이 빗소리에 깨고

덩달아 배웅을 한다


전주에 닿아 〈일신서림〉에 들른

열한 시 조금 지나서

하늘이 시커멓더니 벼락비가 오는데

난 호젓이 책을 읽는다


이윽고 걸어서 〈책보책방〉으로 오니

하늘은 파랗게 개고 해가 환하다


2025.9.6.흙.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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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나가는 늦여름 (2024.8.23.)

― 전북 전주 〈한가서림〉



  문득 ‘동문헌책도서관’이라는 곳이 열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왜 굳이 ‘동문헌책’이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고, 누가 이렇게 이름을 붙여서 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주골에서 오래오래 ‘헌책살림’을 돌보고 가꾸고 일군 분들 땀방울이 그곳에 깃들거나 스몄을까요? 헌책집지기가 손길을 보태거나 가꾸는 일을 조금이나마 맡는가요? 아마 다 아닌 듯싶습니다.


  이름만 ‘헌책숲(헌책도서관)’이라 붙이기에 책숲도 헌책숲도 되지 않습니다. 버림받은 책을 되살리는 손길에 흐르는 땀방울과 삶과 사랑과 숨결을 차근차근 헤아려서 담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책숲과 헌책숲으로 자라납니다.


  어제·오늘·모레(과거·현재·미래)는 따로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하루 = 어제 + 오늘 + 모레’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책은 헌책 = 모든 책은 새책 = 모든 헌책은 새책 = 모든 새책은 헌책 = 모든 책은 그저 책 = 모든 책은 삶이자 살림이자 사람이자 숲이자 사랑”이라는 얼거리를 읽어내야지 싶습니다.


  〈홍지서림〉 곁에 나란히 있는 〈한가서림〉으로 깃듭니다. 모름지기 ‘책숲(도서관)’이라고 하면, 책을 늘리는 만큼 책시렁을 늘려야 하고, 책시렁이 늘어나는 만큼 책칸을 늘려야 하며, 이윽고 ‘책숲 ㄱ(1호)’에 ‘책숲 ㄴ(2호)’처럼 차츰 늘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늘리는 곳은 아직 없어요. “‘새책’을 들이려고 ‘덜 새책’과 ‘손길 안 타는 옛책’을 버려서 책시렁을 비우는” 틀이 고스란합니다.


  책만 내내 살피고 읽노라니 살짝 졸립고 배고픕니다. 그래도 조금 더 살피고 싶습니다. 이다음 전주마실을 언제 할는 지 모르니까요. 골마루를 자꾸자꾸 거닐고, 이미 살핀 책시렁을 더 헤아리다가 ‘알라딘문고 요요코믹스’ 몇 자락을 봅니다. 재미난 손길책도 여럿 쥡니다.


  늦여름이 지나갑니다. 흰새도 노란새도 까만새도 붉은새도 푸른새도 다 다르게 하늘을 마시면서, 흰사람도 노란사람도 까만사람도 붉은사람도 푸른사람도 모두 새롭게 바라을 머금으면서, 함께 살림을 짓는 터전과 마을과 숲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높거나 낮은 책은 없되, 손길받는 책이 있고, 손길을 기다리는 책이 있습니다. 좋거나 나쁜 책은 없지만, 숲빛을 담은 책이 있고, 서울살이만 쳐다보는 책이 있어요. 다 다른 삶이니 다 다르게 글을 여며서 다 다르게 책을 묶습니다.


  이미 읽은 책을 새로 장만해서 읽습니다. 이제 읽으려는 책을 오늘 새삼스레 장만합니다. 이야기를 이루려면, 나부터 오늘 이곳에 생각씨앗을 심는 님으로 있을 노릇입니다.


ㅍㄹㄴ


《어느 돌멩이의 외침》(유동우, 청년사, 1984.4.30.처음/1990.12.15.12벌)

《세계의 민족과 문화 3 산 후안의 빈민들》(헬렌 사파/김명혜, 교문사, 1990.2.10.)

- 쿵족

《新講 訓民正音》(서병국, 학문사, 1987.3.10.)

《韓國의 民談》(국제문화재단 엮음, 시사영어사, 1985.1.1.

- 이리 대한서림

《乙酉文庫 15 스케치북》(W.어빙/남용우 옮김, 을유문화사, 1969.8.25.첫/1972.12.25.5벌)

《乙酉文庫 17 V.울프의 作品과 生涯》(D.데이비스/김용철 옮김, 을유문화사, 1969.8.25.첫/1972.10.25.4벌)

《乙酉文庫 30 愛國精神(外)》(안국선, 을유문화사, 1969.11.30.첫/1972.4.20.3벌)

《乙酉文庫 56 新羅의 美》(황호근, 을유문화사, 1971.2.20.첫/1972.6.30.3벌)

《꼬마 고슴도치의 요핑계 조핑계》(배진근 외/엄영욱 옮김, 남녘, 1991.7.20.)

《들장미소녀 캔디 1》(미즈키 교코/심상곤 옮김, 민성사, 1989.1.5.첫/1990.4,25.중판)

《들장미소녀 캔디 3》(미즈키 교코/심상곤 옮김, 민성사, 1990.8,30.)

《들장미소녀 캔디 4》(미즈키 교코/심상곤 옮김, 민성사, 1990.8,30.)

《들장미소녀 캔디 속》(미즈키 교코/심상곤 옮김, 민성사, 1989.1.10.)

《알라딘문고 요요코믹스 34 달려라 하니 1》(이진주, 예음, 1986.12.30.)

《알라딘문고 요요코믹스 34 달려라 하니 3》(이진주, 예음, 1987.4.15.)

《알라딘문고 요요코믹스 34 달려라 하니 4》(이진주, 예음, 1987.4.15.)

《제1회 신인작품공모 당선작모음》(유지연·문계주·이강주·권선이, 서화, 1989.7.1.)

- 르네상스 '89.7월호 별책부록

《어린이 그림 위인전기 17 김구》(이원수 글·홍성찬 그림, 계몽사, 1987.7.30.중판)

《어린이 그림 위인전기 25 장영실》(권용철 글·김동명 그림, 계몽사, 1987.7.30.중판)

《어린이 그림 위인전기 31 정약용》(신경림 글·이두호 그림, 계몽사, 1987.7.30.중판)

《어린이 그림 위인전기 37 방정환》(어효선 글·이우경 그림, 계몽사, 1987.7.30.중판)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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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08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에 가본지도 꽈 오래되었네요.전주헌책방들은 전주객사 부근에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들 계속 운명하는지 궁금해 집니다.

파란놀 2025-09-22 08:53   좋아요 0 | URL
네, 이제는 일신서림과 한가서림
두 곳이 그대로 있습니다.
 
언니는 돼지야 그림책이 참 좋아 51
신민재 지음 / 책읽는곰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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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7.

그림책시렁 1625


《언니는 돼지야》

 신민재

 책읽는곰

 2018.9.3.



  남을 깎거나 얕잡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숱하게 있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깎음말과 얕봄말과 괴롭힘말이 있었나 하고 돌아봅니다.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이루어 들숲메바다를 품는 사람은 하루 한 마디조차 막말을 안 합니다. 보금자리에 흐르는 사랑을 빼앗아서 위아래(신분·계급·지위)를 세우려는 무리가 선, 이른바 나라(국가·정부)가 나타난 무렵부터 더럼말이 불거졌다고 느낍니다. 《언니는 돼지야》를 보면 마침내 언니랑 동생이 성풀이(화해)를 합니다만, “언니는 돼지야!” 하면서 ‘돼지’라는 짐승을 엉뚱하게 얕보거나 낮잡은 대목을 뉘우치거나 바로잡지는 않습니다. 적잖은 아이들조차 ‘개돼지’라는 짐승이름을 함부로 쓸 뿐 아니라 하찮게 여깁니다만, 개도 돼지도 안 하찮습니다. 오히려 ‘한(하다·크다)’이라고 할 개와 돼지입니다. 그러니까, 언니동생 사이에서 누가 더 높고 낫고 좋아야 하느냐를 놓고서 싸우고 윽박지를 뿐 아니라, 서로 짓밟고 올라서려고 하기에 ‘아무말 큰잔치’를 집안에서 벌이고 맙니다. 엄마가 아빠보다 높아야 할 까닭이 없고, 아빠가 엄마보다 높을 까닭이 없습니다. 엄마아빠는 나란한 사람이요 사랑입니다. 언니동생도 나란한 사이요 삶입니다. ‘아이들 삶’을 그린다는 시늉으로 ‘쌈박질’을 덧바르지 않기를 빕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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