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꿈만 꾸자 문학동네 시인선 231
조온윤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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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9.8.

노래책시렁 511


《자꾸만 꿈만 꾸자》

 조온윤

 문학동네

 2025.5.15.



  아직 먼 듯하지만 어느 날 맞이하고 싶은 길을 그리기에 ‘꿈’이라고 합니다. 얼핏 보면 ‘꾸미’는 듯하되, 스스로 온마음을 다하여 ‘꾸리’고 싶은 길을 ‘꾸준’하게 그리기에 ‘꿈’입니다. 속으로 담고 품고 안고 돌보는 그림을 ‘가꾸’거나 ‘일구’려고 하기에, 아직 멀거나 못 이루었다고 여기더라도 즐겁게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며 기운을 차립니다. 《자꾸만 꿈만 꾸자》를 읽으며 ‘꿈’이라는 길과 하루와 마음과 씨앗을 곱씹습니다. 남이 해주기를 바란다면 꿈일 수 없이 ‘꾸밈짓’입니다. 혼자만 잘되거나 좋기를 꾀한다면 꿈과 먼 ‘꾸지람’으로 기웁니다. 왜 못하느냐고 눈치를 받더라도 꾸준하게 나아가기에 ‘일꾼’입니다. ‘꿋꿋’하게 등허리를 펴면서 걷기에 ‘꼿꼿’하게 가슴과 어깨를 펴더니, 시나브로 ‘꽃’을 피웁니다. 여태 ‘꼬마’로 보였다지만, ‘꼴찌(밑바닥)’에서 헤매고 갈닦는 사이에 마침내 너울을 일으키며 스스로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자꾸 꿈만 그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꿈‘을’ 그리는 하루가 아니라, 꿈‘만’ 그리는 하루라면, 몸소 이 삶을 지으려는 마음이 없이 남한테 기대려는 허울이라는 뜻입니다. 노래라면 오늘과 앞날을 잇는 꿈씨앗이 흐를 테지요. 모쪼록 ‘씨앗꿈’을 바라보기를 바라요. ‘남(사회)’이 아닌 ‘나(사랑)’를 바라보아야 ‘꿈’입니다.


ㅍㄹㄴ


삶을 소진한 대가로 얻은 휴가에서 / 당신이 뜨거운 계절에 머물겠다 대답한대도 / 눈 내리는 바다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균형 감각/25쪽)


중고로 내놓은 꿈이라면 더 좋겠어 / 너무 오래 품고 지내 포장지가 닳고 바랜 꿈 / 천원 오천원쯤 싼값에 구할 수 있겠지 / 옆구리에 꿈을 베개처럼 끼고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도 / 어느 날 세상에는 없는 수상한 발신지로부터 / 너는 기기한 연락을 받겠지 (꿈 아카이브/30쪽)


+


《자꾸만 꿈만 꾸자》(조온윤, 문학동네, 2025)


이 책을 매몽 문서로 삼고

→ 이 책을 꿈팔이글로 삼고

5


함께 있는 시간들로 받겠습니다

→ 함께 있는 나날로 받겠습니다

→ 함게 있는 하루로 받겠습니다

5


누군가 문틈에 끼워둔

→ 누가 틈에 끼워둔

→ 누가 틈새에 끼워둔

→ 누가 끼워둔

12


낯모를 미래의 손뼉이

→ 낯모를 다가올 손뼉이

→ 낯모를 먼 손뼉이

12


슬픔의 냄새가 밴 품이 썩 편안하지만은 않지만

→ 슬픔냄새가 밴 품이 썩 아늑하지만은 않지만

→ 슬픈 냄새가 밴 품이 썩 포근하지만은 않지만

14


개가식으로 운영되는 수 세기 후의 도서관에서 당신의 실록을 보았지

→ 보임칸으로 꾸리는 여러 온해 뒤 책숲에서 이녁 삶적이를 보았지

→ 열린칸으로 돌보는 뭇온해 지난 책마루에서 그대 발자국을 보았지

16


사계절이 사라진 분기점으로부터

→ 네철이 사라진 곳부터

→ 철이 사라진 난달부터

→ 철이 사라진 길목부터

18


괄호로 싸인 정숙한 실내에

→ 묶음칸으로 싼 차분한 곳에

→ 묶고 싼 조용한 이곳에

22


도서관 불안(library anxiety). 도서관 이용에 미숙한 사람이 책을 찾을 때 느끼는 혼란, 근심, 좌절 등의 감정

→ 책앓이. 책숲에 서툰 사람이 책을 찾다가 헤매거나 근심하거나 두손드는 마음

→ 책멍. 책터가 낯선 사람이 책을 찾다가 널브러지거나 근심하거나 무너지는 마음

23


가로짜기로 조판된 일간신문에서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 가로짜기 하루새뜸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 가로로 짠 새뜸에서 왼켠에서 오른켠으로

34


우리에겐 시절이 있잖아, 시절을 말하면 웃게 되잖아

→ 우리한텐 철이 있잖아, 철을 말하면 웃잖아

→ 우리한텐 날이 있잖아, 날을 말하면 웃잖아

→ 우리한텐 그날이 있잖아, 그날을 말하면 웃잖아

44


꿈에서는 분명 대교가 무너졌는데

→ 꿈에서는 참말 다리가 무너졌는데

52


약하고 가여워질 뿐 바뀌는 건 없었지

→ 여리고 가여울 뿐 안 바뀌지

→ 힘없고 가여울 뿐 그대로이지

52


빛의 색출이 뜨거운 날에는

→ 빛을 뜨겁게 들추는 날에는

→ 빛을 뜨겁게 빼내는 날에는

64


모퉁이를 돌며 희미하게 번지는 아이들의 소음, 횡단하는 도로에 낙오한 새끼 오리처럼

→ 모퉁이를 돌며 어렴풋이 번지는 아이들 소리, 건너는 길에 뒤처진 새끼 오리처럼

65


눈의 여행은 유구하고 눈의 여행은 지난하지

→ 눈길은 깊고 눈길은 모질지

→ 눈길은 깊고 눈길은 멀지

→ 눈마실은 길고 눈마실은 고되지

92


빵의 총량에는 변함이 없지만

→ 빵은 그대로이지만

→ 빵은 같은 무게이지만

9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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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059 : -ㅁ과 연결될 -게 된


여러 생각이 두려움과 연결될 때, 머뭇거리게 된다

→ 생각하다가 두려우면 머뭇거린다

→ 여러모로 생각하다가 두려우면 머뭇한다

《뒤섞인 말이》(조남숙, 월간토마토, 2024) 7쪽


생각하다가 두려울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살피고 이래저래 헤아리다가 불현듯 두려울 만합니다. 두려우면 으레 머뭇거리지요. 이 보기글은 임자말을 “여러 생각이”로 놓는군요. 그러나 임자말은 “나는”으로 잡을 노릇입니다. “(나는) 생각하다가 두려우면 + 머뭇거린다”로 가다듬습니다. “-ㅁ과 연결될”이나 ‘-게 된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ㅍㄹㄴ


연결(連結) : 1. 사물과 사물을 서로 잇거나 현상과 현상이 관계를 맺게 함 2. [수학] 위상 공간을, 두 개의 공집합이 아닌 개집합으로 나눌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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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060 : -ㅁ을 갈망


그런데도 떠남을 갈망한다

→ 그런데도 떠나기를 바란다

→ 그런데도 떠나고 싶다

《뒤섞인 말이》(조남숙, 월간토마토, 2024) 24쪽


우리말씨가 아니라 옮김말씨를 써야 남다르거나 튀거나 멋스럽다고 여기는 분이 뜻밖에 꽤 많아요. 게다가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떠나기를 바란다”처럼 수수하게 쓰면 될 자리를 “떠남을 갈망한다”처럼 꼬거나 멋을 부린들 글이 빛나지 않아요. “떠나고 싶다”라 하면서 왜 떠나고 싶은지 밝히면 넉넉합니다. 글치레를 할수록 글이 무너지거나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갈망(渴望) : 간절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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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064 : -에 대 것 희망 준다


젊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희망을 준다

→ 젊은사람을 생각하면 즐겁다

→ 젊은이를 생각하면 앞날이 밝다

《혼자 산다는 것》(메이 사튼/최승자 옮김, 까치, 1999) 99쪽


우리말로는 “희망을 주다”라 안 합니다. ‘밝다’나 ‘즐겁다’나 ‘반갑다’나 ‘환하다’라 합니다. 이 보기글은 “누구에 대해서 + 무엇하는 것은 + 희망을 준다”인 옮김말씨 얼거리입니다. 이때에는 “(나는) + 누구를 + 무엇하면 + 즐겁다” 같은 얼개로 손질합니다. 임자말부터 ‘나는·우리는’으로 제대로 잡아야 뒷말이 차근차근 흐릅니다. ㅍㄹㄴ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희망(希望) : 1.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 기망·기원·희기·희원·희행 2.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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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065 : 그 것 -ㅁ 지금 위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기쁨은 지금 이 빛, 마침내 찾아온 이 위대한 가을빛이다

→ 이 모두를 뛰어넘도록 기쁜 오늘 이 빛, 마침내 찾아온 가을빛이 놀랍다

→ 오늘 이 가을빛은 이 모두를 뛰어넘도록 마침내 찾아오기에 기쁘다

《혼자 산다는 것》(메이 사튼/최승자 옮김, 까치, 1999) 56쪽


이 보기글은 “기쁨은 + 이 가을빛이다”인 옮김말씨로군요. 이 틀을 살려서 “이 모두를 뛰어넘도록 기쁜 + 오늘 이 빛 + 가을빛이 놀랍다” 즈음으로 손볼 만합니다. 사이에 쉼꽃을 안 넣고 싶다면 글얼개를 통째로 손봅니다. 임자말 ‘나는’이 글머리에 있다고 여기면서 “오늘 이 가을빛이 + 찾아오기에 + 기쁘다” 즈음으로 적을 만합니다. ㅍㄹㄴ


지금(只今) : 말하는 바로 이때

위대하다(偉大-) : 도량이나 능력, 업적 따위가 뛰어나고 훌륭하다 ≒ 괴연하다(傀然-)·위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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