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영어] 그러데이션gradation



그러데이션(gradation) : 1. [미술] 색깔을 칠할 때 한쪽을 짙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차츰 엷게 나타나도록 하는 일 = 바림 2. [매체] 그림, 사진, 인쇄물 따위에서 밝은 부분부터 어두운 부분까지 변화해 가는 농도의 단계 = 계조

gradation : 1. 단계적 차이[변화] 2. (저울 등의) 눈금

グラデ-ション(gradation) : 1. 그러데이션 2. 화면 등의 농담도(濃淡度). (색조의) 바림 3. 등급. 단계. 변화



우리 낱말책에 영어 ‘그러데이션’을 싣는데, 굳이 실을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말로 ‘바림·바림하다·바림질’을 쓰면 됩니다. 쓰임새를 헤아려 ‘짙옅·짙옅게·짙옅다·짙옅빛’이나 ‘짙다·짙기’로 풀어낼 만합니다. 때로는 ‘결·눈금·빛’으로 담아내어도 어울려요. ㅍㄹㄴ



일곱 색깔을 그러데이션으로 그려 봤어

→ 일곱 빛깔을 바림해 봤어

→ 일곱 빛깔을 짙옅빛으로 그려 봤어

《이거 그리고 죽어 6》(토요다 미노루/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5)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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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7.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산만언니 글, 푸른숲, 2021.6.11.



밤새 풀벌레노래를 듣고, 아침낮저녁에도 듣는다. 고흥 보금숲에서뿐 아니라 부산 한복판에서 하루를 보내며 풀노래에 잠길 수 있을 줄 몰랐다. 아침에 ‘살림짓기’ 모임을 꾸리면서 ‘병원과 낫’을 놓고서 이야기를 푼다. 낮에는 ‘우리말이 태어난 뿌리 ㅊ’ 모임을 일구면서 ‘참·짬·춤·틈·뜸·들’이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가고서 ‘어깨동무(평화·평등)’를 이루려는 길이라면 이제부터 ‘아저씨 살림글 쓰기’를 늘려야 할 텐데, 입다물고서 모임에 안 나오며 안 배우려는 아저씨를 어떻게 일으킬 만한지 수다꽃을 피운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를 읽었다. 첫머리는 뜻깊게 여는가 싶으나 이내 샛길로 빠지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허겁지겁 끝났다. 글쓴이가 이따금 글을 띄우는 ‘브런치’에 적는 글이 있다기에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그런데 ‘산만언니’ 씨는 이녁이 내놓은 책을 읽은 사람이 ‘아쉽다·안타깝다·모자라다’고 짚은 대목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이 책에는 ‘삼풍 생존자’ 이야기가 아니라 ‘가정폭력 생채기’를 품고서 갓 스무 살이 된 아가씨가 얼마나 스스로 함부로 구르면서 그저 달아나려고만 했는가 하는 불길만 피어났다. 불타오르는 ‘미운 아빠’를 나무라는 일은 옳다. 그런데 미움씨는 늘 미움씨로 이을밖에 없다. 


미움에 불타오르다 보니, 둘레에서 이녁한테 들려주는 말이 하나도 안 들리지 싶다. 어깨동무를 하려는 뜻이라면 ‘세월호’뿐 아니라 ‘무안공항’하고도 어깨를 겯어야 하지 않을까? 해마다 농약과 자동차 탓에 목숨을 잃는 새가 얼마나 많은지 알까? “나만 이렇게 아프고 힘들어!” 하고 외칠 적에는 오히려 “글을 쓸수록 불씨를 못 풀고 안 품으면서 더 타오르게 마련”이다. 부디 ‘불바다’가 아니라 ‘풀밭’으로 푸근히 잠기면서 풀꽃 한 송이 곁에 쪼그려앉아서 풀줄기가 들려주는 푸른노래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스스로 ‘언니’라 일컫기보다, 더구나 ‘산만’이라고 씌우기보다, ‘작고 조용한 나’를 알아보고 바라보고 마주해 보기를 빌 뿐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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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6.


《랩걸》

 호프 자런 글/김희정 옮김, 알마, 2017.2.16.첫/2018.1.24.13벌



새벽소나기를 듣는다. 큰아이랑 곁님이 벌떡 일어나서 “비온다!” 하고 외치며 반긴다. 시골에서는 한동안 비가 뜸해서 첫가을에도 꽤 더웠다. 비는 하늘을 씻고 새벽을 씻을 뿐 아니라, 새벽길을 나서려는 나를 배웅하라고 깨운 셈이다. 옆마을로 걸어가는 논두렁에서 ‘동틀녘구름’을 바라본다. 아름답다. 순천을 거쳐 전주에 닿아서 〈일신서림〉부터 들른다. 책내음에 젖자니 벼락비가 쏟아지네. 이윽고 〈책보책방〉으로 걸어가서 ‘마음·말·마실을 누리는 하루’라는 이름으로 노래쓰기(시창작수업)를 꾸리는데 해가 쨍쨍 난다. 《랩걸》을 돌아본다. 이 책이 갓 나오던 2017년에 이 책이 좋다며 나한테 건네고(선물) 싶다던 이웃님이 여럿 계셨는데, 마을책집에서 선 채 읽다가 “무엇이 좋은지 모르겠는걸요?” 하고 도리질을 하면서 ‘여성과학자’가 쓴 책이라든지, ‘과학자’라는 이름은 못 얻었어도 아름길을 걸은 분이 남긴 책 몇 가지를 종이에 이름을 적어서 건네곤 했다. 굳이 ‘남성과학자·남성학자’ 책을 읽어야 할 까닭이 없고, ‘여성과학자·여성학자’ 책을 살펴야 할 복합오염일이 없다. 이 삶을 오롯이 헤아리면서 숲빛으로 품는 숨결로 아이곁에서 하루를 노래한 모든 어질고 슬기로운 어른이 남긴 이야기를 읽으면 된다.


《나무 위의 여자》(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수리남 곤충의 변태》(미리아 지빌라 메리안)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

《나무 위 나의 인생》(마거릿 D.로우먼) 

《소설 복합오염》(아리요시 사와코)

《슬픈 미나마타》(이시무레 미치코)


#LabGirl #HopeJah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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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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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1.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마이아 에켈뢰브 글/이유진 옮김, 교유서가, 2022.8.1.



아직 논에 풀죽임물을 안 쳤다면 얼른 치라는 마을알림을 벌써 보름 넘게 시끄럽게 틀어대는 고흥군이다. 그런데 이제는 논밭지기가 아닌 ‘풀죽임물 치는 큰수레’로 무시무시하게 뿌리는걸? 마을알림을 할 까닭이 없다. 곰곰이 보면 다 시늉이다. ‘공무원으로서 마을알림을 날마다 얼마나 했는지 남겨’서 위(상급기관)에 올리는 꼬라지이다. 읍내 나래터에서 글월을 부치고서 등짐을 쉬려는데, 잎물칸(찻집)에 한참 머무는 두 아지매가 끝도 없이 떠든다.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심심해서 노닥질이신 듯하다. 두 아지매는 돈을 굴려서 이 집 저 집 사서 샛몫을 거두고 팔며 목돈을 만지는 듯하다. 너무 시끄러워서 소릿줄을 귀에 꽂고서 노래를 쓰다가 일어선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는 쉰 해가 훌쩍 넘는 스웨덴 이야기이다. ‘밑바닥일’을 하던 아줌마가 하루하루 남긴 글을 여민 꾸러미라는데, 옮김말씨 때문일 텐데 너무 ‘먹물냄새’가 난다. 바닥을 쓸고닦고 치우는 일꾼한테서는 ‘땀냄새’가 나야 할 텐데. 틀림없이 ‘땀글’이었을 테지만, 땀방울을 땀구슬로 옮길 손끝이나 눈길을 바라기는 어려우려나. 글을 만지는 모든 사람이 ‘글쓰기’ 못잖게 ‘집살림’과 ‘집안일’과 ‘밭일’과 ‘걷기’를 먼저 하기를 빈다.


#Rapport fran en skurhink (1970년) #MajaEkel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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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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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0.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리베카 솔닛 글/노지양 옮김, 창비, 2021.12.7.



늦여름볕을 실컷 누리면서 집안일을 하다가, 두바퀴를 달려서 들길을 달려 본다. 제비떼는 여러 날 안 보인다. 떠났을까? 다른 하늘을 날까? 참새떼를 스친다. 150마리쯤이다. 2011년에 본 이곳 참새에 대면 1/10쯤 줄었다. 물까치가 떼지어 날아간다. 물까치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바라보면 반짝반짝한다. 깃빛이 유난히 곱다. 마치 하늘에 물방울을 풀어놓은 듯싶다. 집안일에 애쓰는 아이들한테 복숭아를 장만해서 건넨다. 오늘저녁도 마을 곳곳에 풀죽임물을 무시무시하게 퍼붓는 소리가 넘친다만, 밤하늘 미리내는 반짝인다.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를 좋게 읽었다는 이웃님이 제법 있어서 부산마실길에 장만해서 읽었다. 옮김말씨는 어쩔 길 없을 만하되, “누구 이야기”라는 데에 치우치는 바람에 “우리 이야기”를 놓쳤다고 느낀다. ‘아무’하고 다르게 너르게 여는 마음을 나타내는 ‘누구’이지만, 고리타분하고 낡은 굴레를 걷어치우자고 할 적에는 ‘누구’가 아니라 ‘우리(너 + 나)’를 바라볼 노릇이다. 금을 긋고서 싸우자고 하는 ‘누구’가 아닌, ‘남’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나’부터 이곳에서 살림씨앗을 사랑으로 심는 길을 걷는 ‘하늘(하나인 우리)’을 헤아린다면 글줄기가 반짝반짝했을 텐데 싶어서 아쉽다.


#Whose Story Is This #Old Conflicts New Chapters #Rebecca Solnit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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