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7.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산만언니 글, 푸른숲, 2021.6.11.
밤새 풀벌레노래를 듣고, 아침낮저녁에도 듣는다. 고흥 보금숲에서뿐 아니라 부산 한복판에서 하루를 보내며 풀노래에 잠길 수 있을 줄 몰랐다. 아침에 ‘살림짓기’ 모임을 꾸리면서 ‘병원과 낫’을 놓고서 이야기를 푼다. 낮에는 ‘우리말이 태어난 뿌리 ㅊ’ 모임을 일구면서 ‘참·짬·춤·틈·뜸·들’이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가고서 ‘어깨동무(평화·평등)’를 이루려는 길이라면 이제부터 ‘아저씨 살림글 쓰기’를 늘려야 할 텐데, 입다물고서 모임에 안 나오며 안 배우려는 아저씨를 어떻게 일으킬 만한지 수다꽃을 피운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를 읽었다. 첫머리는 뜻깊게 여는가 싶으나 이내 샛길로 빠지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허겁지겁 끝났다. 글쓴이가 이따금 글을 띄우는 ‘브런치’에 적는 글이 있다기에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그런데 ‘산만언니’ 씨는 이녁이 내놓은 책을 읽은 사람이 ‘아쉽다·안타깝다·모자라다’고 짚은 대목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이 책에는 ‘삼풍 생존자’ 이야기가 아니라 ‘가정폭력 생채기’를 품고서 갓 스무 살이 된 아가씨가 얼마나 스스로 함부로 구르면서 그저 달아나려고만 했는가 하는 불길만 피어났다. 불타오르는 ‘미운 아빠’를 나무라는 일은 옳다. 그런데 미움씨는 늘 미움씨로 이을밖에 없다.
미움에 불타오르다 보니, 둘레에서 이녁한테 들려주는 말이 하나도 안 들리지 싶다. 어깨동무를 하려는 뜻이라면 ‘세월호’뿐 아니라 ‘무안공항’하고도 어깨를 겯어야 하지 않을까? 해마다 농약과 자동차 탓에 목숨을 잃는 새가 얼마나 많은지 알까? “나만 이렇게 아프고 힘들어!” 하고 외칠 적에는 오히려 “글을 쓸수록 불씨를 못 풀고 안 품으면서 더 타오르게 마련”이다. 부디 ‘불바다’가 아니라 ‘풀밭’으로 푸근히 잠기면서 풀꽃 한 송이 곁에 쪼그려앉아서 풀줄기가 들려주는 푸른노래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스스로 ‘언니’라 일컫기보다, 더구나 ‘산만’이라고 씌우기보다, ‘작고 조용한 나’를 알아보고 바라보고 마주해 보기를 빌 뿐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