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구만리 九萬里


 구만리 창공을 나는 새 → 먼하늘을 나는 새

 잠은 구만리 밖으로 달아난 듯 → 잠은 아득히 달아난 듯


  ‘구만리(九萬里)’는 “아득하게 먼 거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까마득길·아득길·아찔길’이나 ‘까마득하다·아득하다·아찔하다’로 고쳐씁니다. ‘먼곳·먼데·먼길’이나 ‘머나먼길·멀디먼길’로 고쳐쓰면 됩니다. ‘멀다·멀디멀다·머나멀다’나 ‘멀리·멀리멀리·멀찌가니·멀찌감치·멀찍이·멀리가다’라 고쳐쓰면 되고요. ㅍㄹㄴ



‘뭘 그까짓 걸 갖고 앞길이 구만리인 남자애들 인생 망치려고 해’라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면서

→ ‘뭘 그까짓 일로 앞길이 먼 사내들 삶 망치려고 해’라며 아픈이를 헐뜯고 때린이를 감싸면서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20) 21쪽


갈 길이 구만리 같지만

→ 갈 길이 멀지만

→ 갈 길이 아득하지만

→ 갈 길이 까마득하지만

《평범한 경음부 1》(쿠와하리·이데우치 테츠오/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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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나무 뒹굴며 읽는 책 50
샤나 라보이 레이놀즈 지음, 샤르자드 메이다니 그림, 문혜진 옮김 / 다산기획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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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9.

그림책시렁 1613


《시 쓰는 나무》

 샤나 라보이 레이놀즈 글

 샤르자드 메이다니 그림

 문혜진 옮김

 다산기획

 2020.4.15.



  어렵게 하면 ‘말’이 아니요, 어렵게 부르면 ‘노래’가 아니며, 어렵게 꾸미면 ‘살림’이 아닐 뿐 아니라, 어려운 사이라면 ‘사랑’이 아닙니다. 마음을 밝히니 말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하루를 고스란히 풀어내기에 노래입니다. 손수 가꾸고 짓고 나누면서 함께하는 보금자리이니 살림입니다. 내가 나를 보고 네가 너를 보면서 나란히 우리인 줄 품으면서 하늘빛으로 물들기에 사랑입니다. 《시 쓰는 나무》에는 노래를 손수 쓰면서 나누는 두 아이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더 잘 꾸미고 더 잘 써서 뽐내는 시”여야 한다고 여기던 마음이라지만, 어느새 “마음을 나누면서 나란히 오늘을 바라보고 함께 나무를 안으면서 놀 수 있는 너와 나”를 바라보는 길로 거듭난다지요. 스스로 부르기에 노래입니다. 스스럼없이 듣기에 노래입니다. 우리는 구태여 ‘시’를 쓸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노래’를 쓰면 됩니다. 밥을 먹는 하루가 노래입니다. 걷는 오늘이 노래입니다. 잠드는 밤이 노래입니다. 첫가을로 접어들어 풀벌레노래가 그윽한 나날이 노래입니다. 겨울에 몰아치는 찬바람이 노래입니다. 새봄에 깨어나는 나비가 노래입니다. 모두 노래요, 너랑 내가 마주보는 눈길이 늘 노래입니다.


#Poetree #ShaunaLaVoyReynolds #ShahrzadMaydani


ㅍㄹㄴ


《시 쓰는 나무》(샤나 라보이 레이놀즈·샤르자드 메이다니/문혜진 옮김, 다산기획, 2020)


자신의 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

→ 제 글이 아닌 줄 깨달았지

→ 제 노래가 아닌 줄 깨달았지

10쪽


언덕 위 하얀 자작나무

→ 언덕에 하얀 자작나무

→ 언덕 자작나무

17쪽


푸른 잎의 자작나무

→ 푸른잎 자작나무

→ 잎푸른 자작나무

17쪽


나무의 옹이구멍 속으로 집어넣었어

→ 나무 옹이구멍으로 집어넣었어

21쪽


너의 말들은 나에게 희망을 주었어

→ 네 말은 나한테 와서 빛났어

→ 네 말은 나한테 빛이었어

→ 네가 들려준 말은 빛났어

32쪽


네가 속삭인 사랑의 말들 속에서 살 수 있다면

→ 네가 속삭인 사랑과 살 수 있다면

→ 네가 속삭인 사랑말로 살 수 있다면

37쪽


나무 위에서 산다면 내 가족이 그리워지고 말겠지

→ 나무에서 산다면 우리 집이 그립고 말겠지

→ 나무에서 살면 우리 보금자리가 그립겠지

37쪽


친구가 필요하다면 너를 위해 여기 있을게

→ 동무를 바란다면 너를 여기서 기다릴게

4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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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퀴어 어른이책) 퀴어 어른이책
브라네 모제티치 지음, 마야 카스텔리츠 그림, 박지니 옮김 / 움직씨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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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9.

그림책시렁 1621


《첫사랑》

 브라네 모제티치 글

 마야 카스텔리츠 그림

 박지니 옮김

 움직씨

 2018.6.15.



  둘레에서 흔히 쓰는 ‘첫사랑’이라는 낱말은 거의 잘못 쓴다고 느낍니다. 처음으로 싹트는 사랑보다는 처음 마주하는 자리에서 반하며 밝게 마음을 틔우는 길이라면 ‘첫눈’이라고 해야 어울립니다.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에는 따로 “퀴어 어른이책”이라고 덧달립니다. 글쓴이와 그린이가 “퀴어 어른이책”이기를 바랐을는지 모릅니다만, 굳이 ‘짝맺기’로 몰아야 할 까닭은 없다고 느껴요. 두 아이가 첫눈에 반하면서 함께 놀고 어울리고 얘기하고 하루를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거든요. “처음으로 눈뜨는 마음”을 굳이 짝맺기로 못박지 않기를 빕니다. 아이도 어른도 누구하고나 첫눈을 틔울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열면서 삶을 밝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무요 이웃이면서 ‘님’입니다. 즐겁게 어울리면서 기쁘게 하루를 누리는 사이를 알아보기에 ‘눈뜨다’라 합니다. 눈을 뜬 뒤에는 스스로 일어서야지요. 바람을 일으키고 물결을 칠 노릇입니다. 남이 나를 바꾸지 않아요. 남이 이 딱딱한 담벼락을 걷어치워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보금자리를 따스하게 돌보고 포근하게 품는 나날을 차분히 가꾸면서 모두 바꿉니다. 아이도 어른도 먼저 “싹틔울 씨앗을 따뜻하게 손에 얹어서 마음으로 품는 길”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요. 씨앗 한 톨부터 심고 돌아보기에 숲을 천천히 이룹니다.


#BraneMozetic #MajaKastelic #PrvaLjubezen


ㅍㄹㄴ


《첫사랑》(브라네 모제티치·마야 카스텔리츠/박지니 옮김, 움직씨. 2018)


할머니 댁을 떠나 엄마랑 도시로 가게 됐어

→ 할머니집을 떠나 엄마랑 서울로 가야 했어

→ 할머니집을 떠나 엄마랑 서울로 갔어

2쪽


뒤뜰의 토끼랑 닭들에게, 같이 놀았던 이웃집 아이들에게 “안녕.” 하고 작별 인사를 했어

→ 뒤뜰 토끼랑 닭한테, 같이 놀던 이웃집 아이한테 “잘 있어.” 하고 헤어졌어

3쪽


딱 하나 좋았던 건 내 방이 생겼다는 것뿐

→ 딱 하나 내 칸이 생겨서 반가울 뿐

→ 딱 하나 내 자리가 생겨서 기쁠 뿐

5쪽


싫어지면 집으로 냅다 도망칠 수 있었지

→ 싫으면 집으로 냅다 달아날 수 있지

6쪽


둘만을 위한 공연을 하기로 한 거야

→ 둘이서 잔치를 열기로 했어

→ 둘이서만 자리를 펴기로 했어

25쪽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었지

→ 뭐가 잘못된 줄 알 수 있었지

3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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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가난한 책읽기 . 있을 때



  있을 때에 잘하라고들 하는데, 있을 때에는 늘 그저 스스로 살아낸다고 느낀다. ‘잘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엇나가거나 틀리거나 잘못하기 일쑤라고 느낀다. 봄에 봄을 잘 느껴야 하지는 않아. 올해 맞는 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오늘 이 하루를 노래하면 넉넉하다. 누가 얘기하기에 한 마디도 안 놓치려고 애쓸 까닭이 없다. 다 놓치거나 흘려도 된다. 함께 있는 마음을 느끼면서 기쁘게 어울리기에 느긋하다.


  “있을 때 잘해.” 같은 말은 으레 짐이고 버겁고 떨리고 고단하다. “있으니까 기쁘고 반갑고 고마워.” 같은 마음이면 된다고 본다. ‘잘하려’고 하지 말자. 잘 읽거나 잘 쓰거나 잘 듣거나 잘 먹거나 잘 쉬거나 잘 자거나 잘 놀거나 잘 사거나 잘 말하거나 잘 글쓰거나 잘 일하거나 잘 살림하거나 잘 걷거나 잘 달리거나 잘 보거나 잘 보거나 잘 익히려고 힘쓰지 말자. “너랑 함께 있는 나”를 차분히 돌아보면서 바람 한 줄기를 마시고 내쉬면 된다.


  거의 마흔 살이 되어서야 “사랑해.”라는 말소리를 나즈막이 혀에 얹을 수 있었다. 얼추 마흔 해를 수줍고 쑥스러운 마음으로 살았다.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사랑해.”라는 말소리를 구슬이 구르듯 노래하더라. 놀랍고 대단하고 조금씩 기운을 내보았다.


  풀한테 먼저 “사랑해.” 하고 속삭인다. 나무한테 넌지시 “사랑해.” 하고 읊는다. 돌과 모래와 흙한테, 바람과 비와 해한테, 별과 밤과 새한테, 개구리와 뱀과 두꺼비한테, 노린재와 나비와 모기한테, 싱싱칸과 두바퀴와 비누한테, 그릇과 수저와 고무신한테, 옷과 집과 쌀한테, 나와 너와 우리한테 가만히 “사랑해.” 하고 들려준다.


  하루 한 마디씩 천천히 이야기한다. 오늘부터 새로 말을 한다. 말로 내놓기 창피하면 글로 적는다. 글로 온벌(100)쯤 적고서 말로 한벌(1) 이른다. 이르는 소리가 차츰 익숙하면 이제 이름으로 피어난다.


  나는 ‘잘하는’ 사람이 아닌 줄 똑똑히 아니까 걱정스럽지 않다. 나는 말더듬이라는 몸으로 태어났으니 종 더듬거나 많이 더듬을 수 있다. 때로는 한 마디조차 안 더듬고서 한나절을 말했다면, 잠자리에 눕는 밤에 빙그레 웃는다. “와. 내가 오늘은 솔솔 부는 바람처럼 말을 했어.”라든지 “이야. 내가 오늘은 여름비마냥 시원시원 말을 했네.” 하고 스스로 북돋운다.


  더듬고 꼬이고 버벅인 날은 어느 말씨를 더듬고 꼬고 버벅였는지 되새기며 끝없이 혼잣말을 하며 두바퀴를 달리고 빨래를 하고 밥을 하고 일을 한다.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길 하나만 바라본다. 오로지 이 하나이다. 미끄러지든 넘어지든 부딪히든 히히 하하 호호 웃다 보면, 꽃이 자고 별이 돋고 밤새가 울고 풀벌레가 다독인다. 2025.9.8.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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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9. 가을



  어릴적부터 “너나 잘해!” 같은 말을 곧잘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동무나 언니나 어른한테 조그마한 귀띔이나 도움말을 들려주려는 뜻이었지만, 몸도 자그맣고 힘없이 고삭부리로 지내는 꼬마가 들려주는 말은 썩 안 반가울 만했구나 싶습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분들이 먼저 저한테 귀띔이나 도움말을 바라지 않았는데 먼저 불쑥 알려주니까 싫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저를 찾아와서 여쭙기에 찬찬히 짚어서 알려줄 적에도 거북한 낯빛인 분이 제법 있습니다. 이런 나날을 누리면서 조용히 헤아립니다. 아무래도 제 말씨가 그리 상냥하지 않구나 싶으면서, 누구누구를 돕거나 이끌 수 없는 노릇이겠네 싶어요.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길을 찾아서 스스로 부딪히고 스스로 깨달으면서 스스로 어깨를 활짝 펼 뿐이네 싶습니다. “너나 잘하셔!”나 “너나 똑바로 해!” 하고 쏘아붙이던 분들은 그분들 말씨야말로 쏘아붙이는 화살인 줄 모르리라 봅니다. 그래서 이 가을에 새삼스레 생각해요. 저는 이 가을을 새로우며 싱그이 맞이하고 싶다고, “네, 저는 저부터 잘할게요. 가을이에요!” 하고 속삭이면서 제가 걸어갈 길을 바라보려 합니다. 한여름에는 한여름대로 불볕을 마음껏 누렸어요. 한가을에는 한가을대로 열매를 실컷 누리면 되겠지요? 한겨울에는 한겨울대로 함박눈을 푸짐히 누리고, 한봄에는 한봄대로 새잎잔치를 골고루 누리려 합니다.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기에 맨몸으로 이 비를 맞으면서 시원히 걷습니다. 가을밤에 가을별이 초롱초롱 뜨기에 온몸으로 별빛을 머금습니다.



가을


우리 집 초피잎은

가을이면 샛노랗지

후박잎 동박잎은

갈겨울 모두 짙푸르고


푸른 모과알 유자알

차츰 노르스름 바뀌면

풀노래 조용조용 사위고

바람소리 조금씩 깊어가


쑥꽃 조롱조롱

억새씨앗 하늘하늘

이제 들숲은 누릇누릇

곧 별밤빛은 반짝초롱


고구마를 찔까

감자밥을 할까

갈잎배를 엮어

냇물에 띄울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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