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09 : 오래된 구옥



오래된 구옥

→ 오래된 집

→ 옛집


오래되다 : 시간이 지나간 동안이 길다

구옥(舊屋) : 1. 지은 지 오래된 집 = 고가 2. 예전에 살던 집 = 옛집



  집이 오래되기에 “오래된 집”입니다. 줄여서 ‘오래집’이라 할 만합니다. 오래집이란 ‘옛집’이지요. “오래된 구옥”이라 하면 겹말이에요. “오래된 집”이나 ‘옛집’으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오래된 구옥 20여 채가 모여 있는 작은 동네였다

→ 오래된 집 스무 채 즈음 모은 작은 마을이다

→ 옛집이 스무 채 즈음 모인 작은 마을이다

《눈감지 마라》(이기호, 마음산책, 2022) 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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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08 : 무남독녀 외동딸



무남독녀 외동딸

→ 외동딸


무남독녀(無男獨女) : 아들이 없는 집안의 외동딸

외동딸 : ‘외딸’을 귀엽게 이르는 말

외딸 : 1. 다른 자식 없이 단 하나뿐인 딸 2. 다른 여자 동기 없이 하나뿐인 딸



외동인 딸이라 ‘외동딸’이요, 줄여서 ‘외딸’이라 합니다. 또는 ‘외딸’을 동글동글한 마음으로 반갑게 바라보기에 ‘외동딸’이라 합니다. 이 우리말을 한자로 옮기면 ‘무남독녀’이지요. “무남독녀 외동딸”은 그야말로 잘못 쓰는 말씨입니다. ‘외동딸’이라고만 하면 그만입니다. ㅍㄹㄴ



만도 씨의 무남독녀 외동딸입니다

→ 만도 씨 외동딸입니다

《뭉치와 만도 씨》(안미란, 창비, 201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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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2025.9.13. 이 비랑 너랑



  비는 늘 알맞게 온다. 비는 넘치게 안 오고, 모자라게 안 온다. 비는 늘 사람들이 비울 길을 넌지시 알려주면서 내린다. 가랑이로도 옷이 젖는 줄 알려주고, 는개로도 목을 축이는 길을 밝히고, 장마비에 곰팡이가 피지 않는 풀잎을 보여주고, 벼락비에 무너지지 않을 둑과 울을 마련하라고 속삭인다.


  사람들, 그러니까 우리가 스스로 ‘숲빛’을 버리고서 ‘서울옷’을 입는 사이에 하나같이 비를 꺼리고 미워하는 바람이 분다. 예부터 “비가 오신다”라든지 “비님이 온다”라든지 ‘단비’에 ‘꿀비’처럼 빗방울을 온마음으로 그리는 말을 마음에 담아서 아이한테 물려주던 어른이다. 그렇지만 ‘숲사람’이기를 잊고 잃으면서 ‘서울내기’로 치달리는 오늘날에는 ‘밉비(미운비)’에 ‘싫비(싫은비)’로 여긴다.


  빗물이 이 땅을 헤집지 않는다. 우리 손끝으로 이 땅을 헤집었다. 빗물에 모래와 흙이 흐르기에 골고루 기름지다. 빗물을 따라서 멧골에서 샘을 거치고 내를 지나고 가람을 이루어 개(갯벌)에 다다르니, 온누리 모든 물을 새삼스레 거르면서 맑게 빛나는 새길을 이루었는데, 바로 사람들(우리) 스스로 이 숲길을 망가뜨렸다. 비 탓인 일은 없다. 장마이든 가뭄이든 우리(사람들) 스스로 푸른별을 어지럽혔을 뿐이다.


  바람은 늘 고루 분다. 바람은 어디에도 스민다. 땅밑으로 깊이 파고들어도 바람이 드나들어서 숨쉴 수 있다.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높이는 잿더미(아파트)에도 파란바람이 불면서 모두를 살린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들빛을 팽개치고서 서울살이에 갇히면서 바람을 등진다. 어느 못된 돈꾼이나 삽꾼이 바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우리(사람들) 모두가 함께 바람을 더럽혀 왔고, 아직도 더럽히는 판이다.


  해는 늘 알맞게 내리쬔다. 사람들이 하늘빛을 잊고서 매캐하게 잿빛을 뒤집어쓰느라 해를 싫어한다. 해를 안 쬐니 아프고, 해를 안 머금으니 앓는다. 쌀밥도 밀빵도 해를 듬뿍 받아들이는 들판에서 싱그러이 자란다. 벼도 밀도 해바람비를 골고루 넉넉히 받아들이기에, 모든 사람이 밥이든 빵이든 즐겁게 누린다. 그런데 밥과 빵은 오롯이 해바람비를 받은 몸(낟알)인데, 사람몸에는 왜 해바람비를 안 먹일까? 해바람비를 등돌리면서 돌봄터(병원)에 기대고 가두기에 늙고 앓고 아플 텐데.


  조금 서늘한 여름이 있고, 조금 더운 여름이 있다. 조금 이른 가을이 있고, 조금 늦는 겨울이나 봄이 있다. 늘 다르면서 새롭게 흐르는 철빛이다. 마음을 틔울 적에 곱게 알아본다. 눈과 귀를 열 적에 널리 알아듣는다. 마음을 안 열거나 눈을 안 뜨면 그저 미운비에 싫은바람에 불볕이기만 하다.


  마음이 닿아 말이 싹튼다. 말이 닿아 마음이 자란다. 어느 마음씨로 가꾸면서 어떤 말씨를 심을는지 가만히 나누면서 스스럼없이 깨어날 오늘이다. 말이랑 마음은 늘 한동아리로 빛난다. 마음하고 말은 언제나 한살림으로 눈부시다. 새벽비는 아침비로 잇는다. 아침비는 낮비로 번질까? 여름더위는 벌써 다 지나갔다. 그래도 나는 아직 맨발에 고무신차림으로 논두렁을 걷는다. 이 논두렁을 다 걸으면 고흥읍으로 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시골버스에 타면 노래를 쓰지. 비를 노래하는 오늘을 쓰고, 바람을 노래하는 길을 쓰고, 해를 노래하는 손길을 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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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좋아해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3
신순재 글, 차정인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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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14.

그림책시렁 1631


《나 너 좋아해》

 신순재 글

 차정인 그림

 길벗어린이

 2001.12.5.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나를 안 좋아한다면, 참 힘든 일입니다. 거꾸로 나는 너를 안 좋아하는데, 너는 나를 좋아한다면, 나란히 힘든 일입니다. 좋으냐 마느냐로 옥신각신할 적에는 더더구나 고단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좋다’라는 마음일 적에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좋기 때문에 옆에 있으려고 합니다. 좋기 때문에 조금도 못 떨어집니다. 좋기 때문에 ‘좋은님’을 자꾸 쳐다보느라, 막상 스스로 오늘 하루가 어떤 삶인지 그릴 틈이 밭습니다. 《나 너 좋아해》는 엄마아빠가 아이한테 “어떻게 우리 두 사람이 만나서 너를 낳았는가” 하는 실마리를 부드러이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썩 잘난 빛이 없어 보이는 아빠이지만, 아빠가 낼 수 있는 온마음을 바쳐서 엄마한테 다가서서 서로 따스하게 한마음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를 살며시 얹습니다. 어렵지 않으면서 상냥하게 짠 그림책이라고 느낍니다. 다만, 엄마아빠가 한마음을 이룰 적에는 ‘좋다’가 아닌 ‘사랑’이라고 해야 어울립니다. 사랑이 아닌 채 아이를 낳는 숱한 어버이는 “아이를 혼자 돌보느라 지치”고 “아이는 팽개친 채 밖에서 돈만 버느라 고단”합니다. 좋으면 좋다는 길이란 서로 고달파요. 오롯이 사랑일 적에 비로소 한집안을 일구어 함께 일하고 살림하고 이야기하는 하루를 엽니다. 이런 대목을 좀 보아야지 싶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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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8.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엮음, 삼인, 2006.8.18.



집안일을 하면서 쉰다. 아무것도 안 한다면 ‘드러눕기’라 할 테고, 집안을 돌보면서 아이들하고 어울리는 하루이기에 ‘쉬기’라고 느낀다. 책읽기나 글쓰기는 ‘일하기’요, 풀꽃나무를 마주하면서 하늘길과 볕살을 살피는 하루는 ‘살림’이라고 느낀다. 낮나절에 ‘닥치다’라는 낱말을 헤아린다. “닥치는 대로” 꼴로도 쓰지만, ‘다물다’랑 같은 뜻인 두 가지 쓰임새이다. 무슨 일이건 “닥치는 대로” 한다면 “생각없이 마구” 날뛰는 셈이다. “닥치고 내 말 들어!”라 외친다면 혼자 제멋대로 구는 셈이고. ‘답치기’를 일삼거나 ‘답답굴레’를 씌우는 무리가 있었기에 ‘닥치다 ㄱㄴ’이 태어났다고 느낀다.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는 2005년에 처음 나왔다. 이듬해에 새옷을 입었고, 어느덧 스무 해를 살아낸다. 한쪽은 살림돈을 벌려고 몸을 팔고, 한쪽은 살림돈이 남아서 몸을 산다. ‘봄’을 사려고 돈을 쓰기 앞서, ‘봄’이 오도록 돈을 나누는 길을 열 줄은 모를까? 이제 누구나 알듯, 이 나라에 돈이 없지 않다. 뒷돈을 챙기는 무리가 그득할 뿐이고, 뒷돈으로 노닥질을 일삼을 뿐이다. 쉽게 떼돈을 버는 이는 쉽게 노닥이지만, 땀과 이슬과 사랑으로 살림돈을 버는 이는 으레 이웃하고 손길을 나눈다.


ㅍㄹㄴ


+


[고정애의 시시각각] “친구에겐 모든 것을, 적에겐 법을”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comment/025/0003461599?cid=105884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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