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나무 아이 그림책이 참 좋아 43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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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21.

그림책시렁 1635


《열두 달 나무 아이》

 최숙희

 책읽는곰

 2017.10.17.



  나무를 ‘나무’로 안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꿀밤 좀 먹이고 싶다”고 말하는 우리집 작은아이한테 “얘야, 네가 꿀밤을 먹인들 그 사람은 안 바뀌고, 오히려 왈칵발칵 성을 낼 뿐이란다.” 하고 속삭입니다. 길나무이든 배움나무(학교나무)이든 마구 가지치기로 괴롭히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저희 팔다리를 저렇게 잘라도 좋을까요!” 하고 안타까워하는 우리집 큰아이한테 “그렇지만 저 사람들은 팔다리가 잘린 적이 없어서 모르는걸. 더구나 저 사람들은 나무 옆에 있더라도 나무가 들려주는 말을 못 듣고 안 듣는단다.” 하고 다독입니다. 《열두 달 나무 아이》가 나온 2017년에 처음 읽을 적에도 흠칫 놀랐고, 2025년에 새삼스레 되읽을 적에도 갸우뚱합니다. 나무가 나무로서 나무답게 자라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이 붓을 쥐었을까요? 사람이 마구 가지치기를 하거나 괴롭힌 탓에 ‘가지가 둘로 벌어진 채’ 줄기가 오르는 나무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자꾸 베고 괴롭힐 적에 ‘줄기가 구불구불’합니다. 소나무뿐 아니라 모든 나무는 곧게 외줄기로 오릅니다. 덩굴나무만 구불구불 덩굴줄기를 뻗습니다. 제발 나무를 나무로 숲에서 품기를 바라요. 더구나 열두 달 나무를 다루면서 꽤 뜬금없구나 싶은 나무가 섞이기도 합니다. 이 땅 들숲메마을에서 오래오래 사람 곁에 있고, 새가 둥지를 틀고, 나비가 날갯짓하는 숱한 나무가 있는걸요. ‘나무’를 모르는 사람은 ‘나’도 ‘아이’도 ‘어른’도 못 보게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나무를 나무로 그리지 않는 붓’은 ‘아이를 아이로 담지 않는 붓’일 수밖에 없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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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 표, 누구를 뽑을까? 키다리 그림책 63
마키타 준 지음, 오카야마 다카토시 그림, 고향옥 옮김 / 키다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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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21.

그림책시렁 1634


《소중한 한 표 누구를 뽑을까?》

 마키타 준 글

 오카야마 다카토시 그림

 고향옥 옮김

 키다리

 2022.2.7.



  우리 옛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를 곱씹습니다. 잘잘못을 짚는 일은 하나도 안 나쁩니다. 그저 ‘남탓’을 하기 앞서 ‘나’부터 돌아볼 노릇입니다. 무엇보다도 ‘남한테 하는 말’은 노상 ‘내가 나한테 하는 말’입니다. 남을 추켜세우는 말이란, 남도 나도 갉는 ‘떠벌이는 자랑’으로 기울어요. 남을 깎거나 얕보거나 놀리는 말이란, 내가 나를 미워해서 죽이려는 눈물앓이입니다. 《소중한 한 표 누구를 뽑을까?》는 언뜻 보면 ‘몫(투표권)’을 다루는 듯싶습니다만, 곰곰이 볼수록 ‘쌈박질(전쟁)’에 갇히는구나 싶더군요. 오늘날 우리나라뿐 아니라 숱한 이웃나라를 보면 ‘다스림(정치)’이 아니라 ‘벼슬다툼(권력투쟁)’입니다. 이른바 큰무리(거대정당)는 으레 둘이 있게 마련인데, 큰무리 둘은 노상 티격태격하고, 사람들은 둘 가운데 한켠에 서서 나란히 삿대질을 합니다. 어질거나 슬기롭게 나라와 마을과 집을 다스릴 적에는 삿대질이나 탓질이 아닌 ‘이야기’를 합니다. ‘다스림길’일 적에는 ‘뽑기(투표)’를 안 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뽑기란, 1:99가 나오든 49:51이 나오든, 이기는 쪽에서 맘대로 하는 굴레예요. 이와 달리 ‘이야기(잇는·주고받는 말)’일 적에는 모두 함께 즐거울 길을 끝까지 생각하고 찾고 살핍니다. 몫(투표권)은 안 나쁘지만, 몫을 다루기 앞서 ‘길’과 ‘일’과 ‘말’부터 헤아릴 노릇입니다. 이야기부터 하고서 길을 찾아야지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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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왔어요 우리 아이 인성교육 25
미요시 아이 지음, 김보나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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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21.

그림책시렁 1633


《꿈이 왔어요》

 미요시 아이

 김보나 옮김

 불광출판사

 2025.9.10.



  ‘꾸’기에 ‘꿈’이라고 합니다. ‘꾸다’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 삶에 없다고 여기는 너머”를 가리키고, 둘은 “이곳에 없다고 여기는 살림이나 돈”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여기에 없다고 여길 뿐, 틀림없이 있고 보고 마주하는 ‘삶’이자 ‘꿈’입니다. 이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앞으로 이루기를 바라는 뜻을 ‘꿈’으로 그릴 뿐 아니라, 남한테서 얻기보다는 스스로 짓게 마련입니다. 《꿈이 왔어요》는 말랑말랑하고 몽글몽글하게 밤길(잠들고서 가는 길)을 보여주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너무 말랑몽글하게만 그리는구나 싶어요. 숱한 아이어른은 고단하게 가시밭길을 삶과 꿈에서 마주하거든요. 구태여 갖은 가시밭을 눈물겹게 그려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귀염둥이 둥글이’가 아니라 ‘들숲메바다’하고 ‘뭇별’과 ‘해바람비’라고 하는 숨결을 그려야 ‘앞꿈’과 ‘새꿈’과 ‘살림꿈’일 텐데 싶습니다. 꿈이란, 삶으로 이루기를 바라는 ‘씨앗’일 테니까요. 또한 제대로 옮기지 못한 말씨도 아쉽습니다. “엄마가 많아지는 꿈”은 틀린말씨입니다. ‘많아지는’이라는 우리말은 없습니다. ‘늘어나는’으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그림책을 지은 분이 했을 일본말을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에서 꿈속으로 빠져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어요”라든지 “부드러운 관계 속에서 천천히 자기다움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처럼 옮기지만, 그림책은 ‘만들’지 않아요. 그림책은 ‘그린다’고 해야지요. ‘꿈속’으로 빠져들지 않아요. “꿈으로 간다”라 해야 맞습니다. 일본말씨인 “부드러운 관계 속에서”는 “부드러이 어울리며”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하면 좋겠습니다”도 틀린말씨입니다. “-하기를 바랍니다”로 바로잡아야지요.


#ゆめがきました #三好愛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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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56 : 세상 원해 생명 생명 자기 의지 세상 건


이 세상에는 스스로 원해서 태어난 생명은 하나도 없어. 어떤 생명도 자기 의지로 이 세상에 태어난 건 아냐

→ 스스로 바라서 태어난 목숨은 하나도 없어. 제맘대로 태어나지 않아

→ 누구도 스스로 바라서 태어나지 않아. 스스로 뜻해서 태어나지 않아

《네가 있어서》(한여름과 한겨울/권남희 옮김, 책읽는곰, 2025) 30쪽


스스로 바라서 태어난 목숨은 참말로 없을까요?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바라고 그리기에 이곳에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이 삶을 여기에서 누리고 맞이하고 겪으면서 배우려고 태어나는구나 싶습니다. 저마다 제 뜻대로 태어난다고 느껴요. 바라지 않는데 이루지 않아요. 바라기에 한 걸음씩 잇던 어느 날 가만히 이루게 마련입니다. 이 삶터에 있는 모든 숨빛은 차분히 꿈씨를 묻은 빛살 그대로 깨어나고 눈뜨며 어울립니다. ㅍㄹㄴ


세상(世上) : 1.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 ≒ 세속 2.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또는 그 기간의 삶 3.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 4. 절, 수도원, 감옥 따위에서 바깥 사회를 이르는 말 5. = 세상인심 6. ‘지상’을 천상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7. ‘비할 바 없이’, ‘아주’의 뜻을 나타내는 말 8. ‘도무지’, ‘조금도’의 뜻을 나타내는 말

원하다(願-) : 무엇을 바라거나 하고자 하다”를 뜻한다고 해요. ‘원하다 = 바라다

생명(生命) : 1.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 2. 여자의 자궁 속에 자리 잡아 앞으로 사람으로 태어날 존재 3. 동물과 식물의, 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 4. 사물이 유지되는 일정한 기간 5. 사물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자기(自己) : 1. 그 사람 자신 2. [철학] = 자아(自我) 3. 앞에서 이미 말하였거나 나온 바 있는 사람을 도로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의지(意志) : 1.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 ≒ 지의(志意)·뜻·의도(意圖)·의사(意思)·의향 2. [심리] 선택이나 행위의 결정에 대한 내적이고 개인적인 역량 ≒ 의욕 3. [철학] 어떠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의식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내적 욕구. 도덕적인 가치 평가의 원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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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57 : 원래 발표 말들


원래 내가 발표하려고 했던 말들이 줄줄이 생각나

→ 내가 하려던 말이 줄줄이 생각나

→ 내가 하고픈 말이 줄줄이 생각나

《사과가 필요해》(박성우, 창비, 2017) 23쪽


‘워낙’이나 ‘정작·막상’이나 ‘처음에’를 가리키는 일본스런 한자말인 ‘원래’입니다. 이 일본스런 한자말 ‘원래’는 으레 첫머리에 깃드는데, 아예 털어낼 만합니다. “발표하려고 했던 말들”은 ‘발표·말’이 겹말씨이기도 하고, ‘말’이라는 낱말에는 ‘-들’을 안 붙이기도 합니다. ㅍㄹㄴ


원래(元來/原來) : = 본디

발표(發表) : 어떤 사실이나 결과, 작품 따위를 세상에 널리 드러내어 알림 ≒ 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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