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40 : 불안 역시 피할 기제 작동


불안 역시 피할 수 없는 기제로 작동한다

→ 걱정도 떨칠 수 없다

→ 근심도 버릴 수 없다

→ 걱정도 안 할 수 없다

→ 근심도 꼭 한다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김슬기, 웨일북, 2018) 66쪽


“불안 역시 + 피할 수 없는 + 기제로 작동한다” 얼거리인 보기글은 무늬한글인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걱정도 + 떨칠 수 + 없다”처럼 단출하게 쉽게 말하거든요. “근심도 + 꼭 + 한다”처럼 수수하게 풀어내는 우리말씨입니다. ㅍㄹㄴ


불안(不安) : 1.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2.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함 3.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 4. 마음에 미안함

역시(亦是) : 1. = 또한 2. 생각하였던 대로 3. 예전과 마찬가지로 4. 아무리 생각하여도

피하다(避-) : 1. 원치 않은 일을 당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하다 2. 행사에 불길한 날을 택하지 않다 3. 비, 눈 따위를 맞지 않게 몸을 옮기다 4. 몸을 숨기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어 드러나지 않도록 하다

기제(機制) : 1. 기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조직이나 공식 따위의 내부 구성 = 기구機構 2.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의 작용이나 원리

작동(作動) : 기계 따위가 작용을 받아 움직임. 또는 기계 따위를 움직이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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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오른죽지



  어제하고 오늘 이틀에 걸쳐서 손글씨로 노래꽃을 옮겨적는다. 날마다 쓰는 노래꽃이지만, 몰아서 스물두 꼭지를 종이에 옮겨쓰자니 오른죽지가 결린다. 글자루에 담는다. 읍내 나래터로 나가서 부치기 앞서 살짝 눕는다. 등허리를 펴고 꾹꾹 주무른다. 눈을 스르르 감고, 자칫 14:00 시골버스를 놓칠 뻔한다.


  어제는 읍내길을 걸으며 책을 읽다가 전봇대에 이마를 쿵 찧었다. 오늘도 책을 읽으며 걷는데, 조금 천천히 걸으면서 앞을 살핀다. 아무래도 어제는 너무 빨리 걸은 듯싶다. 어제는 14:00 시골버스가 아닌 15:00 시골버스로 읍내에 나온 터라 좀 서둘러야 했다. 안 느긋하면 박거나 부딪히거나 미끄러진다.


  하루 볼일을 모두 마친다. 집으로 돌아갈 시골버스를 타러 걷는다. 읍내 버스나루에 가까울 즈음 우뚝 선다. 손이 가벼운 줄 느끼고는 “아차! 오늘 자루감을 장만하기로 했지!” 읽던 책을 얼른 덮고서 달린다. 아까 보아둔 감집으로 간다. 단감과 주먹감 사이에서 살피다가 주먹감으로 집어든다. 단감은 70알에 1만 원, 주먹감은 50알에 2만 원을 부른다.


  등판은 땀으로 젖는다. 큰고장으로 책마실을 갈 적에도 한겨울은 땀바가지요, 시골에서 저잣마실을 할 적에도 늘 땀빛이다. 이 땀으로 살고, 이 땀으로 씻고, 이 땀으로 쉬고, 이 땀으로 노래한다. 땀냄새를 풍기며 걷고, 땀방울을 마치 씨앗처럼 길바닥에 뿌리면서 걷는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땀사람이자 땅사람이었으나, 요즈음은 땀아이나 땀어른을 스치기 어렵다.


  저녁이 일찍 온다. 밤이 길고 고즈넉하다. 겨우내 고요히 흐를 밤빛일 테고, 별빛만 마당과 지붕과 뒤꼍을 어루만질 테지. 오늘밤도 별내가 하얗게 흐를 듯싶다. 돌아가는 시골버스에 오른다. 등짐과 자루감을 바닥에 놓는다. 숨을 돌리고서 하루글을 손으로 쓴다. 하루글을 맺을 무렵 마을 앞에 다다르려 한다. 마지막 두 줄은 집에 가서 적자. 등짐을 다시 메고, 자루감을 품에 안고서 내린다. 2025.11.20.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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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노래가 좋아 그림책♬
김현철 지음, 최정인 그림 / 스푼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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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1.

그림책시렁 1682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김현철 글

 최정인 그림

 스푼북

 2022.11.18.



  “어린이도 들을 수 있는” 노래를 쓰겠다는 뜻은 안 나쁩니다. 그러나 ‘키즈 송’이란 참 덧없습니다. 어린이한테 ‘마음·함께·같이·나눔·눈빛·하루’가 피어나는 ‘놀이’하고 ‘노래’를 들려주려면, “어른끼리 듣고서 따라부르는 대중가요”가 아니라, 말 그대로 “놀며 부르는 노래”여야 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은 한겨울에 포근하게 품는 촛불과 같은 빛을 검은고양이를 따라서 어린돌이가 어린순이랑 눈이 맞는 줄거리를 담는구나 싶습니다만, 에스파냐나 네덜란드나 프랑스 같은 하늬녘 골목집 한켠을 멋스러이 여기면서 담은 ‘한겨레 아이’ 얼굴과 몸짓하고는 너무 안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더구나 아이들이 무슨 ‘그대’나 ‘당신’ 같은 말씨를 쓰나요? 아이들은 ‘나·너·우리’입니다. 아이들은 허물없이 뛰고 달리고 놀고 어울리고 노래하고 웃고 손을 흔듭니다. 너무 거룩하게 꾸미지 않기를 빕니다. 그저 우리 곁에서 아이어른이 나란히 노래하고 손잡고 웃고 떠드는 조촐한 살림집을 그려내면 됩니다. 먼나라가 멋있다고 여기는 바람에, 그만 빛도 길도 잃고 잊어요. 모든 사랑은 저마다 마음자리에 있습니다. 기쁘고 슬프면서 이 삶에 흐르는 마음은 늘 너랑 나 사이에 있어요.


ㅍㄹㄴ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김현철·최정인, 스푼북, 2022)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 섣달꽃에는 기쁘게

→ 거룩잔치에는 밝게

→ 포근잔치에는 늘웃음

3


당신과 만나는 그날을 기억할게요

→ 너랑 만나는 날을 떠올릴게요

8


창틀 위의 촛불이 까만 밤을 수놓으며

→ 바람틀 곁에 촛불이 까만 밤을 더하며

9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가겠죠

→ 온누리가 하얗게 눈으로 덮이겠죠

→ 온통 하얀눈으로 덮여 가겠죠

11


헤어져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도 나에겐 아무 상관없어요

→ 헤어질 때나 함께할 때에도 대수롭지 않아요

→ 난 헤어지거나 함께해도 걱정하지 않아요

13


아직도 내 맘은 항상 그대 곁에 언제까지라도 영원히

→ 아직도 내 맘은 늘 그대 곁에 그대로

→ 아직도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고이

17


온 세상이 그대 향기로 가득하네요

→ 온누리가 그대 꽃내로 가득하네요

→ 온누리에 그대 기운이 가득하네요

21


그대 오시는 그 길 위에 기도할게요

→ 그대 오시는 길에서 빌게요

→ 그대 오시는 길에서 바랄게요

27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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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같이



네가 태어난 곳하고

내가 자라난 자리는

참으로 멀고 다른데


우리는 여태 같이 놀았고

서로 나란히 뛰고 달렸고

이 말 저 말 주고받았어


너는 나랑 같이 놀며 즐겁니?

나는 너하고 얘기하며 오붓해

너는 늘 별이랑 같이 사네

나는 언제나 바람하고 어울려


2025.11.23.해.


ㅍㄹㄴ



문득 돌아보니

'같이'라는 낱말이 들어간 책이

뜻밖에 그리 많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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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방패 防牌


 화살을 방패로 막았다 → 화살을 담으로 막았다

 활과 방패는 → 활과 막이는

 여론을 방패로 삼다 → 목소리를 핑계로 삼다 / 뭇소리를 내걸다


  ‘방패(防牌/旁牌)’는 “1. 전쟁 때에 적의 칼, 창, 화살 따위를 막는 데에 쓰던 무기. 원방패(圓防牌)와 장방패(長防牌)가 있다 ≒ 간로 2. 어떤 일을 할 때에 앞장을 세울 만한 것.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막다·막이·가로막다·바람막이’나 ‘지키다·품다·볼모·안다’로 고쳐씁니다. ‘내세우다·앞세우다’나 ‘담·담벼락·담쌓기·돌담·돌담벼락’으로 고쳐쓰고, ‘울·우리·울타리·쇠가시그물·쇠가시울·쇠가시덤불·쇠가시담’으로 고쳐써요. ‘돌보다·보살피다·보듬다’나 ‘감싸다·싸고돌다·두남두다·둘러치다·휘감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핑계·볼모·걸다·내걸다·토·토씨·토달다’나 ‘버티다·내버티다·마주받다·맞받다·맞붙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방패(方牌)’를 “[역사] 조선 시대에, 관아의 하인들이 허리에 차던 네모진 나무패”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나의 창과 당신의 방패는 서로 다른 전쟁을 하고 있지

→ 내 가시와 그대 담은 서로 다르게 싸우지

→ 나는 찌르고 넌 막으며 서로 다르게 다투지

《칸트의 동물원》(이근화, 민음사, 2006) 74쪽


설득을 포기하고 진압과 통제로 국민을 상대하기로 한 권력의 명령이, 곤봉과 방패와 레이저건과 또다른 무기들을 펄떡이게 하는 걸 우리가 압니다

→ 달래지 않고서 사람들을 누르고 막기로 한 이 나라가, 방망이와 가시울 빛줄쏘기와 또다른 주먹질을 하는 줄 압니다

→ 다독이지 않고서 우리를 밟고 가두기로 한 이 나라가, 몽둥이와 돌담과 빛살쏘기와 또다른 총칼을 쥐는 줄 압니다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이철수, 삼인, 2009) 126쪽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 막아설 만한 까닭을 더 내세우지 않는다

→ 막을 만한 덧소리를 내세우지 않는다

→ 맞붙을 만한 덧말을 내세우지 않는다

《언어의 온도》(이기주, 말글터, 2016) 25쪽


방패막을 치는 것도

→ 막아도

→ 둘러쳐도

《나는 초민감자입니다》(주디스 올로프/최지원 옮김, 라이팅하우스, 2019) 40쪽


졸도 방패도 아니다

→ 잔챙이도 바람막이도 아니다

→ 꼬마도 담도 아니다

《노부나가의 셰프 14》(니시무라 미츠루·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 39쪽


내가 당신의 방패가 되어주었다면

→ 내가 너를 감싸 주었다면

→ 내가 너를 막아 주었다면

→ 내가 자네를 보듬었다면

→ 내가 그대를 돌봤다면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배영옥, 문학동네, 2019) 13쪽


내 또래 남자들은 징발병이라고 해서 원정군 맨 앞에 세우고 방패막이로 써먹어

→ 또래 사내는 붙들려서 먼길 싸울아비 맨앞에 세우고 가로막이로 써먹어

《천막의 자두가르 1》(토마토수프/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123쪽


총도 방패도 없이 전쟁터에 나온 병사처럼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 맨몸으로 싸움터에 나온 사람처럼 까마득하기 그지없었다

《엄마는 그림책을 좋아해》(이혜미, 톰캣, 2024) 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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