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맑밝꽃 (2025.11.7.)

― 부산 〈책과 아이들〉



  마음에 ‘불’을 놓으면 언제나 저절로 ‘불씨’가 싹트고 자라서 ‘불타오르’고, 불타오르면 뜨거우니 ‘활활’ 일렁이는데, 빠르게 번지되 빠르게 식어서 ‘홀랑’ 태우고는 ‘재’가 됩니다. 얼핏 불은 더 빨리 따뜻하다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따뜻한 기운을 이으려면 자꾸자꾸 태워야 하느라, 이른바 기운(젊음)이 일찌감치 사그라들어요. 이러면서 둘레에 ‘불질(부아)’을 내면서 부라퀴처럼 흐릅니다.

  마음에 ‘물’을 놓으면 얼핏 불을 재우는 듯하지만, 그만 차갑게 식히기 일쑤라서, 다시 불을 찾고 맙니다.


  마음에 ‘불’이 아닌 ‘풀’을 놓으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해서 곧 ‘풀씨’가 바람에 날리고, 조그마한 풀씨가 조그마한 들풀로 싹트고 자라더니 이윽고 풀밭을 이루고, 풀숲이 되다가, 나비가 찾아들고 애벌레가 잎을 갉으면서 새도 덩달아 날아앉아요. 이때에 새는 나무씨를 문득 심고, 새가 심은 나무씨가 더 천천히 싹트고 자라서 시나브로 ‘숲’을 이룹니다. 풀씨를 놓아서 숲을 이루기까지 긴긴 날이 걸리는 듯하지만, 이동안에는 ‘기운을 불사르지(불태우지)’ 않기에 숨결을 고이 잇고, 이때에 ‘푸근(포근)’하게 스스로 품는구나 싶습니다.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이야기꽃을 잇고 새로 일구고 다시 읽어내는 나날입니다. 깨어나려는 마음이기에 알을 깨며 알아가요. 안 깨어나려고 하기에 그만 고이고 곪다가 골로 가는 구렁에 잠길 테고요. 알을 깨기란 언뜻 힘들 만하지만, 알아가는 빛을 틔우며 새힘이 솟는다고 봅니다.


  처음 한 사람도 대수롭지만, 언제나 ‘첫(처음)’이 아닌 ‘사람’이 대수롭습니다. 첫길을 열기에 대수롭고, 두길을 가기에 대수롭고, 가운길을 거쳐 끝길을 잇기에 모두 대수롭습니다. 잘하지 않아도 되고, 못해도 넉넉합니다. 잘못했으면 뉘우치고 돌아보면서 바로잡을 일입니다. 누구나 하루를 살아내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저마다 오늘을 노래하며 함께 생각합니다.


  흐르는 물이기에 맑고, 흐르는 바람이라서 밝습니다. 우리 몸은 물과 바람을 나란히 품고 어우릅니다. 모든 사람은 맑고 밝은 빛으로 반짝이는 씨앗이 있어요. 아직 눈뜨지 않아서 맑밝빛을 안 쳐다볼 뿐입니다. 아직 싹트지 않아서 맑밝꽃으로 안 나아갈 뿐입니다.


  낱말 하나를 차분히 배우고 익히면서 살림 하나를 차분히 가꾸고 일굽니다. 더 많이 배우기에 더 잘 익히지 않아요. 오늘 이곳에서 배우는 한 가지를 추스르고 어우르는 마음이라면 언제나 이 씨앗 한 톨을 바탕으로 숲을 새로 일으킵니다.


《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야구부입니다》(원유순 글·임승현 그림, 두산동아, 2006.3.30.)

《우리는 지금 모험 중》(이도이아 이리베르테기/성초림 옮김, 키다리, 2023.1.16.)

#Regla nº 1 #IdoiaIribertegui

《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김윤식·오인석 옮김, 을유문화사, 1974.2.28.첫/2019.8.25.6판/2021.7.15.6판10벌)

《주청공사관 일기》(이수복 글·박건웅 그림, 우리나비, 2022.8.10.첫/2022.11.30.2벌)

《사춘기 준비 사전》(박성우 글·애슝 그림, 창비, 2019.11.25.첫/2019.11.27.2벌)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히로시마 레이코 글·쟈쟈 그림/김정화 옮김, 길벗스쿨, 2019.7.5.첫/2022.2.10.22벌)

#廣島玲子 #ふしぎ?菓子屋錢天堂

《문화어 수업》(한성우·설송아, 어크로스, 2019.8.12.첫/2020.8.20.3벌)

《권기옥》(강정연 글·오영은 그림, 비룡소, 2021.9.10.첫/2024.1.16.3벌)

《35년 2 1916∼1920》(박시백, 비아북, 2018.1.2.)

《앨런의 전쟁》(에마뉘엘 기베르/차예슬·장재경·이하규 옮김, 휴머니스트, 2013.3.4.)

#AlansWar #TheMemoriesofGI #AlanCope #EmmanuelGuiber

《여덟 단어》(박웅현, 북하우스, 2013.5.20.첫/2013.11.11.29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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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빛

창원에서



  어제 창원에 닿았고, 늦낮에 마산으로 건너왔다. 마창 둘만 더해도 무척 크다고 느낀다. 창원도 마산도 부산과 고흥 못잖게 폭하다. 안 춥고 안 언다. 그러나 이렇게 ‘겨울없는’ 곳에서 사는 분은 그저 춥다고 여긴다. “마음이 추우니 몸도 춥다고 느낍니다” 하고 여쭈면 다들 웃는다. 거짓말이 아니다. 마음이 추운 사람은 몸이 덩달아 춥다. 마음이 따뜻하기에 몸이 나란히 따뜻하다. 옷을 두툼히 입어서 나쁘지 않되, 옷에 앞서 마음부터 돌아볼 일이라고 느끼낟.


  아침길을 나선다. 마산 시내버스는 칸 사이가 좀 좁다. 어제는 사납게 모는 버스일꾼만 만났고, 오늘은 느긋이 모는 버스일꾼을 만난다. 누구나 다르니, 저마다 다르게 살고 말하고 듣고 들려주고 보고 보여준다. 더 낫거나 더 나쁜 사람이 따로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누구를 마주하든 빙그레 웃으면 넉넉하다고 본다. 사납게 모는 사람한테도 웃고, 부드러이 웃는 사람한테도 웃으면 된다.


  고흥은 이제 살살 울긋불긋 물들려 한다면, 부산이며 창원에 마산은 샛노랗고 새빨갛다. 길에는 쇠(자동차)가 넘쳐서 시끄럽다만, 나는 길나무와 길풀을 바라보며 걷는다. 나무를 톡톡 토닥이고 들꽃을 살살 어루만지면 ‘길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다. 이따금 새 한두 마리씩 곁으로 날아와서 날아간다. 새한테 속삭인다. “우리 뒤꼍에도 감을 먹으려고 날마다 오는데, 네 동무가 우리집에서 함께 산단다.”


  오늘도 해가 밝다. 아침해를 머금으면 따뜻하다. 해는 아직 더 누워야 하고, 날마다 뉘엿뉘엿 슬그머니 쉬어간다. 이제 마산나루에 닿아서 종이를 끊는다. 어느새 칙칙폭폭 순천에 닿는다. 쓰던 글을 멈춘다. 고흥버스에서는 책읽기를 누려야지. 읍내에서 마을로 가는 시골버스에서는 하루글을 쓰자. 2025.11.1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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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25-11-15 19:23   좋아요 0 | URL
굵고 짧게 창원과 마산을 돌았습니다.
마창진이 크고 사람이 많은 줄 알기는 했지만,
거의 열 해 만에 다시 찾아본 창원과 마산은
그대로 사람도 자동차도 많고,
이 책집에서 저 책집으로 옮기는 길이 으레 1시간쯤 걸리더군요 ^^;
즐겁게 누리고 고흥으로 돌아왔습니다.
 
조각이불 비룡소의 그림동화 59
앤 조나스 지음, 나희덕 옮김 / 비룡소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14.

그림책시렁 1659


《조각 이불》

 앤 조나스

 나희덕 옮김

 비룡소

 2001.1.10.



  저는 우리 아이들이 입던 옷을 안 버립니다. 아이들한테 아무 천으로나 지은 옷을 입히지 않았기에, 아이들 옷가지는 나중에 덧댐천으로 얼마든지 살려쓸 수 있습니다. 또는 우리 아이들이 짝을 맺어서 아이를 낳으면 입힐 수 있습니다. 옷이건 책이건 세간이건 버림치란 없게 마련입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즐겁게 쓰고, 뒷날에는 뒷날대로 새롭게 살립니다. 《조각 이불》은 ‘아이한테 작은 옷’을 알맞게 마름질을 해서 ‘조각이불’을 지어서 베푼 살림을 들려줍니다. 조각이불을 누리는 아이는 이제 조각이 된 옛옷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그동안 어떻게 놀고 노래하며 자랐는지 헤아립니다. 이 조각이불도 머잖아 작을 테니 새롭게 조각이불을 여밀 만합니다. 이제까지는 어버이가 옷살림을 베풀었으면, 앞으로는 ‘철든 어른으로 선 아이’가 스스로 옷살림을 빚고 짓고 가꿀 테지요. 우리가 아이랑 한집에서 살아갈 적에 할 일이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살림입니다. 사랑으로 빚는 살림입니다. 숲빛으로 짓는 살림입니다. 수수하게 어울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살림입니다. 나란히 걸어가는 오늘을 함께 기뻐하는 살림이에요. 자, 아이랑 나란히 앉아서 손에 바늘을 쥐어요. 찬찬히 엮고 뜨고 손질하고 가누는 살림하루를 열어요.


#TheQuilt #AnnJonas


+


모두가 작아진 옷들이에요

→ 모두가 작은 옷이에요

→ 이제 작은 옷이에요

9


오늘 밤 잠들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오늘 밤 잠들 수 없을 듯해요

→ 오늘 밤 잠이 안 올 듯해요

11


여기에도 없을 거예요

→ 여기에도 없어요

→ 여기에도 없는 듯해요

27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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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빛

이른버스



  마을앞을 지나는 첫 시골버스를 타면, 고흥읍으로 모여서 논밭일을 가려고 줄서는 베트남 이웃일꾼을 만난다. 으레 스무 사람쯤 줄서는데, 다들 첫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에 모이고, 다시 다른 시골버스를 타고서 어느 논밭으로 간다.


  오늘은 셈겨룸(입시)을 치르는 날이라고 한다. 어제부터 마을알림으로 시끄럽다. 영어듣기평가를 할 적에는 모든 길을 막고서 시골버스도 안 다닌다고 한다. 문득 참 유난을 떤다고 느낀다. 이 나라에서 푸른씨를 쳐다보거나 헤아리는 때는 고작 셈겨룸에서 영어듣기평가로구나. 이때를 빼고서 한 해 가운데 하루조차도 푸른씨 목소리를 안 듣고서 그저 돌림질(학원뺑뺑이)에 가두는 수렁이니까.


  왜 여느때에는 어린씨랑 푸른씨 목소리를 안 들을까. “왜? 왜? 왜?” 하고 물으려다가 그만둔다. 곰곰이 보면, 나라지기도 나라일꾼(의원·공무원)도 어린이책이나 푸른책을 곁에 안 두기 일쑤이고, 아예 모르기도 한다. 그림책을 읽는 나라지기가 있는가? 아이를 낳지 않았어도 어린이책과 푸른책을 틈틈이 읽으면서 어린이와 푸름이하고 말을 섞는 나라일꾼은 몇이나 있는가.


  오늘은 지난해보다 덜 얼었지 싶다. 어쩐지 올해 이맘때 하늘은 예전보다 미움과 걱정이 한풀 꺾였구나 싶다. 우리 마음은 늘 날씨로 모여서 드러난다. 포근히 사랑하는 마음이면 다 푼다. 매섭게 노려보거나 겨냥하거나 손가락질하면 온누리가 들썩들썩 아프다. 나는 열한달 열셋쨋날인 오늘도 맨발고무신이다. 아직 긴바지를 입을 만큼 바람이 안 차고, 버선을 꿸 만큼 길이 얼지 않았다. 누구나 스스로 따스하게 마음을 다스리면 한겨울에 꽁꽁 얼어붙어도 안 추울 만하다.


  천천히 걷히는 구름을 바라보며 걷는다. 순천을 거쳐서 돌고돌아 창원으로 나아간다. 흔들대는 버스에서 글을 쓴다. 책을 셋 챙긴다. 창원대학교에서 이야기를 펴는 하루이다. 이야기꽃을 마치면 창원책집이며 마산책집에 들러서 긴저녁과 긴밤을 책노래로 누리려고 한다.


  뿌우웅 하면서 칙폭이가 들어온다. 이제 자리에 앉으면 눈을 조금 붙여야겠다. 아무쪼록 온누리가 어린씨를 첫째로 마주하고서, 푸른씨를 나란히 바라보려는 마음이기를 빈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어린씨랑 푸른씨 곁에 있어야 참하고 착하게 모두 바꾸고 가꾸고 일군다. 어느 길이든 너랑 내가 함께 낸다. 함께 걷고 함께 쉬고 함께 노래하는 길이다. 2025.11.13.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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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흄fume (조리흄)



흄 : x

조리흄 : x

fume : 1. (화가 나서) 씩씩대다 2. 연기[매연]를 내뿜다

cooking oil fume/COF : 음식 조리시 나오는 유독 증기

cooking oil fume : 식용유 증기

ヒュ-ム : x



영어 ‘fume’을 우리가 굳이 써야 하지 않습니다. 영어 ‘fume’하고 한자말 ‘조리(調理)’를 붙인 ‘조리 흄’은 ‘cooking oil fume’을 옮긴 낱말인 듯싶습니다. 밥을 하면서 나오는 매캐한 김이라고 할 적에는 ‘밥먼지’로 옮길 만합니다. ‘밥티·밥티끌’로 옮겨도 되고요. ‘부엌먼지’나 ‘부엌티·부엌티끌’이라 해도 되어요. ㅍㄹㄴ



조리실에서 발생하는 수증기와 매연을 조리흄(cooking fumes)이라고 해요

→ 부엌에서 나오는 김과 먼지를 밥먼지라고 해요

→ 부엌에서 생기는 김과 먼지를 밥티라고 해요

《미래 세대를 위한, 지구를 살리는 급식 이야기》(민은기·배성호, 철수와영희, 2024)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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