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빛

창원에서



  어제 창원에 닿았고, 늦낮에 마산으로 건너왔다. 마창 둘만 더해도 무척 크다고 느낀다. 창원도 마산도 부산과 고흥 못잖게 폭하다. 안 춥고 안 언다. 그러나 이렇게 ‘겨울없는’ 곳에서 사는 분은 그저 춥다고 여긴다. “마음이 추우니 몸도 춥다고 느낍니다” 하고 여쭈면 다들 웃는다. 거짓말이 아니다. 마음이 추운 사람은 몸이 덩달아 춥다. 마음이 따뜻하기에 몸이 나란히 따뜻하다. 옷을 두툼히 입어서 나쁘지 않되, 옷에 앞서 마음부터 돌아볼 일이라고 느끼낟.


  아침길을 나선다. 마산 시내버스는 칸 사이가 좀 좁다. 어제는 사납게 모는 버스일꾼만 만났고, 오늘은 느긋이 모는 버스일꾼을 만난다. 누구나 다르니, 저마다 다르게 살고 말하고 듣고 들려주고 보고 보여준다. 더 낫거나 더 나쁜 사람이 따로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누구를 마주하든 빙그레 웃으면 넉넉하다고 본다. 사납게 모는 사람한테도 웃고, 부드러이 웃는 사람한테도 웃으면 된다.


  고흥은 이제 살살 울긋불긋 물들려 한다면, 부산이며 창원에 마산은 샛노랗고 새빨갛다. 길에는 쇠(자동차)가 넘쳐서 시끄럽다만, 나는 길나무와 길풀을 바라보며 걷는다. 나무를 톡톡 토닥이고 들꽃을 살살 어루만지면 ‘길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다. 이따금 새 한두 마리씩 곁으로 날아와서 날아간다. 새한테 속삭인다. “우리 뒤꼍에도 감을 먹으려고 날마다 오는데, 네 동무가 우리집에서 함께 산단다.”


  오늘도 해가 밝다. 아침해를 머금으면 따뜻하다. 해는 아직 더 누워야 하고, 날마다 뉘엿뉘엿 슬그머니 쉬어간다. 이제 마산나루에 닿아서 종이를 끊는다. 어느새 칙칙폭폭 순천에 닿는다. 쓰던 글을 멈춘다. 고흥버스에서는 책읽기를 누려야지. 읍내에서 마을로 가는 시골버스에서는 하루글을 쓰자. 2025.11.1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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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25-11-15 19:23   좋아요 0 | URL
굵고 짧게 창원과 마산을 돌았습니다.
마창진이 크고 사람이 많은 줄 알기는 했지만,
거의 열 해 만에 다시 찾아본 창원과 마산은
그대로 사람도 자동차도 많고,
이 책집에서 저 책집으로 옮기는 길이 으레 1시간쯤 걸리더군요 ^^;
즐겁게 누리고 고흥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