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각인 刻印


 그에 대한 각인은 좀체 지워지지 않는다 → 그는 낯익어 좀체 못 지운다

 뇌리에 각인되다 → 머리에 담다 / 머리에 새기다

 고향의 풍경은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 시골빛은 마음속에 깊다


  ‘각인(刻印)’은 “1. 도장을 새김. 또는 그 도장 ≒ 늑인 2. 머릿속에 새겨 넣듯 깊이 기억됨. 또는 그 기억”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자를 똑같이 쓰는 ‘각인(刻印)’은 “[동물] 동물이 본능적으로 가지는 학습 양식의 하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한정된 시기에 습득하여 영속성을 가지게 되는 행동을 이른다 = 인상찍히기”처럼 풀이하고요. ‘불자국·불자취’나 ‘낯익다·낯익히다’로 손질합니다. ‘새기다·새겨넣다·새김·아로새기다’나 ‘남다·남기다·넣다·담다·집어넣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찍다·쪼다·파다’로 손질해도 어울려요. ‘흐르다·고이다·괴다·깊다’나 ‘맺다·피맺다·피맺히다’로 손질할 수 있어요. ㅍㄹㄴ



이런 불평등한 관계는 우리 문화에 아주 깊이 각인되어 있어

→ 이런 굴레살이는 우리 삶터에 아주 깊이 남아

→ 이런 높낮이는 우리 터전에 아주 깊이 흘러

《다른 방식으로 보기》(존 버거/최민 옮김, 열화당, 2012) 75쪽


때때로 인생에 각인되는 순간이 있다

→ 때때로 이 삶에 남는다

→ 우리 삶에 아로새기는 때가 있다

→ 문득 남는 때가 있다

《이슬의 소리를 들어라》(율리우스 베르거/나성인 옮김, 풍월당, 2021) 22쪽


이후 일가친척 어르신이 집을 방문하는 날, 사람들이 한데 모여 밥을 먹는 자리는 불편함으로 각인되었다

→ 이제 피붙이 어르신이 집을 찾는 날, 사람들이 모여 밥을 먹는 자리는 거북하다

→ 곧이어 한집안 어르신이 찾아오는 날, 한데 모여 밥을 먹는 자리는 껄끄럽다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류예지, 꿈꾸는인생, 2022) 23쪽


핫세 주민의 머리와 마음에 각인시키고,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공포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려라

→ 핫세사람 머리와 마음에 새겨서, 속까지 서늘하도록 두려운 구렁텅이로 떨어뜨려라

《책벌레의 하극상 3부 7》(카즈키 미야·나미노 료·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4)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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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세풍 世風


 세풍에 따라서 → 바람에 따라서

 요즘 돌아가는 세풍은 → 요즘 돌아가는 물결은


  ‘세풍(世風)’는 “세상의 풍조”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바람(風)’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를 만한데, 먼저 ‘너울·물결·바람·삶·살다’로 고쳐씁니다. 그리고 ‘가싯길·가시밭길·자갈길’로 고쳐씁니다. ‘비바람·바람물결·바람비·바람서리’나 ‘맵다·매섭다·모질다·멀다’로 고쳐쓸 만해요. ‘고단하다·고달프다·괴롭다’나 ‘시달리다·힘들다’로 고쳐써도 되어요. ‘너울거리다·물줄기·구름·구름바다’나 ‘버겁다·벅차다·빡세다’로 고쳐쓰고, ‘큰물결·큰벼랑·큰바람·큰쓸이’로 고쳐씁니다. ‘파란놀·파란너울·한바람·흔들바람·흔들물결’로 고쳐쓰며, ‘철렁하다·찰랑대다’나 ‘죽을맛·죽을판·죽을노릇’으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세풍(細風) : 약하게 부는 바람 = 미풍

세풍(歲豊) : 풍년이 듦 = 연풍



세풍世風의 향방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 가시밭을 바꿀 수도 있구나

→ 바람을 바꿀 수도 있구나

《맨발의 기억력》(윤현주, 산지니, 2017)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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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노래하는 나무 - 2015 오픈키드 좋은어린이책 목록 추천도서, 2014 아침독서신문 선정,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 2013 SK 사랑의책나눔 바람그림책 15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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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26.

그림책시렁 1629


《첼로, 노래하는 나무》

 이세 히데코

 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7.15.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 처음부터 노래가 있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둘러싼 곳에 풀꽃나무가 자라고 벌레가 나고 나비와 새가 날고 짐승이 뛰고 달리는 사이에 천천히 소리가 깨어납니다. 이윽고 뭇소리는 가락을 입고, 소릿가락은 바람을 타고 별빛을 받고 햇빛에 따라서 노랫가락으로 거듭납니다. 모든 소리와 가락과 노래는 처음에 들숲메바다에서 태어납니다. 우리가 듣고 들려주는 모든 노래는 빛으로 이룬 물결이라 할 만합니다. 《첼로, 노래하는 나무》는 저마다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는 저마다 다른 삶을 누리다가 함께 걸어가기로 한 두 사람이 짓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두 사람은 “어제 함께하던 사람”과 “오늘 함께하는 사람”과 “모레 함께하는 사람”, 이렇게 여럿입니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품으려는 숲을 바라봅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가다듬는 숲을 지켜봅니다. 아이는 이웃이 가꾸는 숲을 돌아봅니다. 집과 숲 사이를 새삼스레 바라보면서 ‘삶’이라는 노랫가락에 비로소 눈뜬다고 할 만합니다. 노래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빛물결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노래를 못 알아듣는다면, 빛물결도 저절로 안 알아볼 테지요. 노래를 듣고 들려주는 사람은, 마음소리인 말을 언제나 싱그럽고 즐겁게 터뜨리고 받아들이는 숨빛입니다.


ㅍㄹㄴ


《첼로, 노래하는 나무》(이세 히데코/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


아기 산비둘기가 울고 있구나

→ 아기 멧비둘기가 우는구나

→ 아기 멧비둘기가 우네

1쪽


저렇게 지저귀는 연습을 하는 거란다

→ 저렇게 지저귀어 본단다

→ 저렇게 지저귀며 애쓴단다

1쪽


그중에는 분명히 할아버지가 키운 나무도 있었을 것이다

→ 아마 할아버지가 키운 나무도 있다

→ 할아버지가 키운 나무도 있을 테지

→ 할아버지가 키운 나무도 있겠지

→ 할아버지 나무도 있겠지

4쪽


켜면 켤수록 소리가 깊어지더구나

→ 켜면 켤수록 소리가 깊더구나

12쪽


잘 켜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잘 켜는구나 싶어

→ 잘 켠다고 느껴

→ 이제 잘 켜는 듯해

12쪽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 말로는 다 그릴 수 없는 마음이 떠오르는 듯하다

→ 말로는 다 그릴 수 없어도 마음에 떠오르는 듯하다

→ 말로는 다 할 수 없어도 마음에 떠오르는 듯해

→ 말로는 다 못 하겠는데 마음에 떠올라

14쪽


똑같은 간격으로 예쁘게 나 있는 나이테를

→ 똑같이 줄줄이 예쁘게 난 나이테를

→ 나란하고 예쁜 나이테를

20쪽


이 나무는 백 년 이상 살다가 베어진 것이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이 나무는 온 해 넘게 살다가 베었다. 눈이 내린다

→ 이 나무는 온 해가 넘는데 베었다. 눈이 내린다

20쪽


폭풍이 지나간 뒤 아침 햇살 속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 너울바람이 지나간 아침햇살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 된바람이 지나간 아침햇살에 무엇을 생각했을까

22쪽


나는 그루터기 위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 나는 그루터기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26쪽


내 학생들의 품에서 지금도 따뜻한 소리를 내고 있다

→ 우리 아이들 품에서 오늘도 따뜻하게 소리를 낸다 

34쪽


음악과 그림이 온전히 하나로 결합된 책, 이 책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이 책이 노래와 그림을 오롯이 하나로 담았기를 바랍니다

→ 노래하고 그림이 그저 하나이기를 바라며 이 책을 그립니다

→ 노래랑 그림을 하나로 여기며 이 책을 그립니다

3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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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기억력 산지니시인선 14
윤현주 지음 / 산지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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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1.26.

노래책시렁 522


《맨발의 기억력》

 윤현주

 산지니

 2017.7.28.



  저희는 설과 한가위에 아무 데나 안 가며 시골집에서 조용히 지내기를 한 지 꽤 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야 서운하시겠지만, 얼굴을 보고 싶다면 어느 때이건 느긋할 때 보면 됩니다. 마음을 다독이는 말로 한집안을 가꾸려는 길에는 “마음을 함께 하는 배움하루”가 있을 노릇입니다. 낳고 돌보고 함께 지낸 나날이 있기에 한마음이지는 않아요. 이래라저래라 핀잔하거나 가르치려는 말이 아닌, 촛불 한 자루를 사이에 놓고서 응어리를 풀 만한 사이여야 비로소 ‘한집안’이라고 느낍니다. 《맨발의 기억력》을 돌아봅니다. 여러모로 어깨에 힘이 안 빠진 글자락인데, 글은 맨손에 맨발에 맨몸으로 쓸 일입니다. 말부터 오롯이 맨마음에 맨빛으로 펼 일이에요. 한 마디를 꾸미면 두 마디 석 마디를 꾸밉니다. 한 줄에 멋을 담으면 그만 온통 멋내는 말씨로 기울어요. “맨발로 떠올리는” 이야기를 적으면 투박하기에 빛납니다. “맨발로 돌아보는” 하루를 옮기면 수수하기에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시’도 ‘문학’도 ‘창작’도 아닌, 그저 이 삶을 글로 그리면 됩니다. 언제나 오늘 이곳을 글로 노래하면 됩니다. 서로서로 어울리는 마음을 가만히 말하듯 글로 담으면 그만입니다.


ㅍㄹ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어진 골목엔 / 배고픈 개와 고양이들이 / 혈전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산복도로 풍경-골목/52쪽)


골다공증 앓는 초가집, 밤은 / 깊어 찬바람 삼투처럼 새어드는데 / 집안의 온기 죄다 그러모은 // 큰방 아랫목 / 쌀밥 한 그릇 냄새가 (아랫목 쌀밥 한 그릇/128쪽)


+


《맨발의 기억력》(윤현주, 산지니, 2017)


이곳은 열 달 동안 발을 차며 놀았던 자궁처럼 둥글고 캄캄하고 편안해요

→ 이곳은 열 달 동안 발을 차며 놀던 아기집처럼 둥글고 캄캄하고 아늑해요

16


한바탕 잔치 파한 뒤끝이다

→ 한바탕 잔치 뒤끝이다

→ 한바탕 잔치 끝난 뒤이다

24


세풍世風의 향방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 가시밭을 바꿀 수도 있구나

→ 된바람을 바꿀 수도 있구나

67


난해했던 아버지라는 암호를 해독하면서 나의 청춘은 조금씩 낡아 갔다

→ 나는 고약하던 아버지라는 수수께끼를 풀며 젊음이 조금씩 낡아갔다

→ 나는 까다롭던 아버지라는 변말을 풀며 젊은날이 조금씩 낡아갔다

124


골다공증 앓는 초가집, 밤은 깊어 찬바람 삼투처럼 새어드는데

→ 느물뼈 앓는 시골집, 밤은 깊어 찬바람 새어드는데

→ 엉성뼈 앓는 풀집, 밤은 깊어 찬바람 스며드는데

128


시골 누옥에 누워 즐겁게 외풍을 맞는다

→ 시골 오막에 누워 즐겁게 바람을 맞는다

13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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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코트 웅진 모두의 그림책 76
송미경 지음, 이수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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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26.

그림책시렁 1677


《오늘의 코트》

 송미경 글

 이수연 그림

 웅진주니어

 2025.9.30.



  아이는 워낙 옷을 안 반깁니다. 천조각을 하나도 안 두르고서 해바람비눈을 맞이하며 놀기를 즐깁니다. 아이는 남눈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해를 온몸으로 받고서, 스스로 바람을 온살갗으로 누리려 하고, 스스로 비랑 눈을 그대로 놀려고 합니다. 우리는 코로도 숨을 들이쉬고 내쉬지만, 살갗으로도 바람을 맞아들이고 내놓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맨몸으로 삶을 이었고, 추위를 견디려고 실을 얻어서 천을 엮을 적에는 오롯이 ‘풀줄기’한테서 얻었습니다. 오늘날 숱한 옷은 “풀한테서 얻은 실”이 아니라 “만듦터에서 따로 뽑아낸 플라스틱”이기 일쑤입니다. 얼핏 보면 이쁜 차림새라 하더라도, 막상 ‘풀실’이 아닌 ‘죽음실(화학약품)’이라면, 우리는 아이한테 살림살이하고 먼 굴레를 씌우는 셈입니다. 《오늘의 코트》는 겉옷 한 자락을 둘러싼 하루를 들려주려는 듯싶습니다. 아이가 처음 옷을 받아들일 적에는 ‘이쁜옷’을 안 따집니다. 그저 홀가분한 헐렁옷이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옷을 짓거나 만들까요? 우리는 손수짓기라는 옷살림이 아닌, ‘만듦(공장생산)’이라는 씀씀이(소비)에 매인 나날은 아닐까요? 아이한테는 모든 옷이 모름지기 들에서 자라는 풀한테서 얻는 실이라고 보여주고 알려줄 수 있나요? 아니면 “남들 보기에 예쁘거나 멋지게 차려야 한다는 껍데기”로 치닫는가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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