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 느티잎 꽂기

 


  팔백 살 넘은 느티나무 밑에서 놀던 아이가 예쁜 잎사귀라며 둘 주워서 내민다. 그래, 참 예쁘구나, 예쁘니까 네 머리에 꽂고 놀자, 하면서 머리띠 한쪽에 느티잎을 살짝살짝 꽂는다. (4345.7.6.쇠.ㅎㄲㅅ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12-07-06 13:56   좋아요 0 | URL
자연을 즐기고 느끼고 닮아가는 아이네요 참 예뻐요

파란놀 2012-07-07 16:11   좋아요 0 | URL
모두들 예쁘게 살아가기를 빌어요..
 


 산들보라 손가락으로

 


  군내버스를 기다리며 꽃을 구경하는 아이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콕콕 가리킨다. 어디를 가리키니. 저쪽에 있는 꽃을 가리키니. 저쪽으로 안고 가 달라는 소리이니. (4345.7.6.쇠.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005. 군내버스 어린이


  군내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니는 초등학생은 몹시 드물다. 아이들은 거의 읍내나 면내에 사니까 버스를 탈 일이 없고, 면소재지하고 멀리 떨어진 아이들은 노란 학교버스가 아이들을 태우며 시골 곳곳을 누비니까. 으레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탄다 싶은 군내버스에 초등학교 어린이가 탔다. 읍내부터 퍽 멀리까지 타고 간다. 혼자 씩씩하게 기둥을 붙잡으며 간다. 아이는 나중에 중학교에 들고 고등학교에 들 적에도 이 군내버스를 타겠지. 그때에는 군내버스에서 익숙하게 보던 할머니나 할아버지 가운데 더는 만날 수 없는 분들이 하나둘 늘겠지. (4345.7.6.쇠.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살가운 상말
 608 : 백문불여일견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장씨는 마침내 깨달은 듯하다
《박기성·심병우-울릉도》(대원사,1995) 81쪽

 

  ‘백문(百聞)’은 “여러 번 들음”을 뜻하고, ‘불여일견(不如一見)’은 “제 눈으로 직접 한 번 보는 것만 못함을 이르는 말”을 뜻한다 합니다. 흔히 두 한자말을 나란히 붙여서 쓰곤 하는데, 한국말로 쉽게 적자면 “여러 번 듣기보다, 스스로 한 번 볼 때에 더 낫다”가 됩니다.


  굳이 한자말을 빌어 말해야 하지 않을 텐데, 애써 이런 한자말을 빌어서 이녁 뜻이나 생각을 나타내려고 하기 일쑤입니다. 쉽게 말할 때에는 내 뜻이나 생각을 못 나타낸다고 여길까요. 쉽게 주고받는 말마디로는 깊거나 너른 마음을 못 담는다고 여길까요. 어떤 허울을 입혀야 그럴듯한 말이 된다고 여길까요.


  곰곰이 생각하면, 예전에는 이렇게 한자말로 허울을 입혔고, 요즈음에는 영어로 허울을 입힙니다. 쉬운 한국말이 아닌 쉬운 한자말로 껍데기를 들씌우다가, 쉬운 영어로 겉치레를 합니다. 맑거나 밝은 생각하고는 자꾸 동떨어집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 여러 번 듣기보다 한 번 본다고
→ 귀보다 눈으로 안다고
→ 귀 아닌 눈으로 깨닫는다고
→ 스스로 보아야 한다고
→ 스스로 겪어야 안다고
 …

 

  보기글을 생각합니다. 글흐름을 살피면 “비로소 한 번 보고서야, 장씨는 마침내 깨달은 듯하다”라든지 “한 번 보고 난 뒤에, 장씨는 마침내 깨달은 듯하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이제 한 번 본 장씨는 마침내 깨달은 듯하다”라든지 “몸소 지켜본 장씨는 마침내 깨달은 듯하다”처럼 적어도 잘 어울려요.


  사람들마다 다 달리 풀어서 적을 만합니다.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른 넋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마다 다 다른 예쁜 말씨로 적을 만합니다. ‘스스로 본다’와 ‘한 번 본다’와 ‘눈으로 보다’와 ‘몸소 겪다’ 같은 말마디를 꾸밈없이 넣을 수 있고, 이러한 말뜻으로 여러모로 알맞게 적을 수 있어요.


  생각을 하면서 말을 살찌웁니다. 생각을 할 때에 말이 살아납니다. 마음을 기울이면서 글이 빛납니다. 마음을 기울일 때에 글이 제 결을 찾습니다. (4345.7.6.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몸소 지켜본 장씨는 마침내 깨달은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기다리는 마음

 


  지난 봄날, 어느 출판단체에 글꾸러미를 하나 보냈다. 어느 출판단체에서 작가와 출판사한테 ‘책 펴낼 돈’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데, 내가 보낸 글꾸러미가 뽑힐 수 있는지 손꼽아 기다린다. 좋은 마음으로 쓴 글을 좋은 마음으로 엮어 보냈기에 좋은 마음으로 살펴 좋은 마음으로 뽑아 주리라 믿고 기다린다.


  아이들 잠든 깊은 밤, 긴글 하나를 마무리짓는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전남 고흥 한켠에 대기업에서 화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나서기에, 이 일을 놓고 어느 신문에 보낼 글을 썼다. 내 글을 실어 주겠다 하는 신문에서는 한 쪽을 통틀어 글과 사진으로 꾸미겠다고 말씀해 주었기에 고맙고 즐겁게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다만, 내가 쓴 글은 이제껏 수많은 환경운동과 시민운동 글하고 아주 다르다. 나는 이론이나 지식이나 논리나 정보를 갖고 글을 쓰지 않았다. 사람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가장 아름다운 꿈을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 나한테 글을 써서 보내 달라 하는 신문은 여느 일간신문이 아니라 두 주에 한 차례 나오는 신문이기에 내가 쓴 글도 예쁘게 받아들여 주리라 믿는다. 나는 그저 기다릴 뿐이다. 믿고 기다릴 뿐이다.


  나와 이웃한 사람들이 겉치레나 돈벌이에 휘둘리거나 휩쓸리지 않기를 믿으면서 기다린다. 나부터 즐겁게 생각하고 예쁘게 말하면서 착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으면서 하루하루 좋은 꿈을 기다린다. 내 마음속에서 산뜻하게 피어날 좋은 글꽃을 믿으면서 기다린다. 내 가슴속에서 해맑게 자라날 어여쁜 사랑열매를 믿으면서 기다린다.


  그냥 기다리지 않는다. 믿으면서 기다린다. 싱긋 웃으면서 기다린다. 가장 예쁜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기다린다. 개구리 노랫소리와 살랑이는 밤바람 소리에 마음 한 자락 실으면서 기다린다. (4345.7.6.쇠.ㅎㄲㅅ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slmo 2012-07-06 02:18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이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파란놀 2012-07-06 07: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모두 잘 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