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나로도 음식점


  전화번호 ‘48’만 쓰던 때라면 언제쯤일까 헤아려 봅니다. 이와 같은 전화번호라 하면 이 시골마을에서 전화기 있던 집은 몇이나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즈음에는 가게에 간판을 새로 올리기 벅차, 이렇게 집 벽에 글씨를 새겨 ‘밥 파는 가게’라고 밝혔을까 하고 가만히 되돌아봅니다. (4345.7.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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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35) 속 37 : 더위 속에서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이문구형과 함께 소독내인지 닭똥내인지가 진동하는 성동서 유치장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이시영-은빛 호각》(창비,2003) 49쪽

 

  ‘진동(振動)하는’은 ‘나는’이나 ‘코를 찌르는’으로 손볼 수 있고, “유치장 생활(生活)을 한”은 “유치장에서 지낸”이나 “유치장에서 살던”으로 손볼 수 있어요. 쉽고 보드라운 말씨로 잘 가다듬으면, 조금 더 환하며 빛나는 말마디를 엮을 수 있습니다.


  “더위 속에서”와 같은 말투도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처럼 글을 쓰거나 시를 쓰거나 노래를 하더라도 뜻은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나 글은 뜻만 나눌 수 있대서 끝이지 않아요. 뜻만 나눌 수 있기에 “냄새가 진동하는”처럼 글을 쓰는 일이 올바르지는 않아요. 뜻을 나누면서 생각을 키우고, 생각을 키우면서 삶을 북돋울 수 있게끔, 말을 가다듬고 마음을 돌아보는 길을 찾을 때에 즐거우면서 올바르고 예뻐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 찌는 듯한 더위에
→ 찌는 듯한 더위에 시달리며
→ 찌는 듯한 더위를 견디며
 …

 

  “더위 속에서”나 “추위 속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말투입니다. “더위에”나 “추위에”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사람은 더위 ‘속’으로 들어가거나 나오지 못해요. 추위 ‘속’으로 들어가거나 나오지도 못해요. 그저 더위를 누리고, 그예 추위를 누려요. 차츰 온도가 올라가며 더위가 되고, 차츰 온도가 내려가며 추위가 될 뿐이니, 어느 ‘속’에 있다고 말할 수 없어요.


  느낌을 살려 새롭게 적는다면 “더위에 시달리며”나 “추위에 몸부림치며”처럼 적을 수 있어요. “더위에 헐떡이며”나 “추위에 눈이 핑핑 돌며”처럼 적어도 돼요. 가만히 보면, 이처럼 느낌을 살려 새롭게 적으면 넉넉할 말투이지만, 느낌을 살리지 않는 바람에 엉뚱하게 ‘속’을 끼워넣는다 할 만해요. 생각을 살찌우지 못하니 얄궂게 ‘속’만 넣고 글투가 뒤엉키도록 하는구나 싶어요.

 

  문학을 하는 분들부터 한겨레 말투를 잘 추스르면 좋겠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들도 우리 말투를 곱게 돌보면 좋겠어요. 아이를 낳아 말을 하나하나 물려주고 삶을 찬찬히 보여주는 어른들도 한국 말투를 알뜰히 갈고닦으면 좋겠어요.


  학교에 다닐 때에만 배우는 말과 글이지는 않아요. 외려 학교를 마치고 나서 더 깊고 넓게 배우는 말과 글이라 할 수 있어요. 동무를 사귀고 이웃과 어울리면서 한결 깊고 너른 누리를 돌아보는 말과 글을 아끼거나 사랑한다 할 수 있어요. (4345.7.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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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더위에 숨막히면서 이문구 형과 함께 소독내인지 닭똥내인지가 코를 찌르는 성동서 유치장에서 지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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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7-22 07:09   좋아요 0 | URL
'더위 속에서', '추위 속에서'란 말이 올바르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언뜻 떠오르지 않아서 여쭙니다.

파란놀 2012-07-22 07:18   좋아요 0 | URL
말 그대로예요. '더위에'와 '추위에'라고만 적어야 올발라요.
더위 '속'으로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어요.
추위도 이와 마찬가지예요.

더위이든 추위이든 사람들은 이러한 날씨를 받아들이며 살아갈 뿐이니,
'속'이라는 말을 넣어서 쓸 수 없어요.

온도가 올라가고 내려갈 뿐이니,
어느 '속'에 들어가거나 나오지 않아요.

'비 속(빗속)'과 '눈 속'을 생각하면,
'더위 속'이나 '추위 속'은 잘못 쓰는 말투라고
잘 느낄 수 있을까요?

카스피 2012-07-23 22:0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자다보니 무척 덥습니다용ㅜ.ㅜ
 

깜순이

 


기계 만지는 손은
기름 내음 까만 손

 

흙 만지는 손은
풀꽃 내음 까만 손

 

마당에서 뒹구는 아이는
햇볕에 그을린 까만 손

 

까마귀
까망둥이
깜순이
까미

 

까만 빛깔 이름
하나씩 부른다.

 


4345.6.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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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 사이 달리는 어린이

 


  집 앞은 논, 집 옆은 밭,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는 어디를 달려도 논둑이나 밭둑. 바람은 푸른 잎사귀를 간질이고, 아이 발걸음은 온 마을에 콩콩 울린다. 바람이 아이 볼을 어루만지고, 달리는 아이는 새 바람을 일으키며 햇살하고 만난다. (4345.7.2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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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에 서다

 


  한여름 논에 바야흐로 빽빽하게 자라는 볏포기를 바라본다. 모내기를 하고 이레가 지나며 볏잎에서 맑게 드리우는 빛깔을 ‘사름’이라 하는데, 우리 집 첫째 아이 ‘사름벼리’가 여름날 눈부신 푸른 볏빛을 누리면서 들 앞에 선다. 첫째 아이하고 들길을 걷다가 이 아이가 볏잎을 살살 어루만지거나 쓰다듬을 때면 더없이 예쁘다고 느낀다. 다른 풀잎을 어루만지거나 쓰다듬을 때에도 예쁘고, 나뭇잎을 어루만지거나 쓰다듬을 때에도 예쁘다. 이름에 ‘풀’을 가리키는 푸른 내음 감도는 말마디를 넣어서 부를 수 있는 일이란 얼마나 즐거운가. 푸른 숲에서 사람이 살고, 푸른 들에서 아이가 놀며, 푸른 꿈에서 모든 목숨이 사랑스레 자란다. (4345.7.2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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