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 서다

 


  한여름 논에 바야흐로 빽빽하게 자라는 볏포기를 바라본다. 모내기를 하고 이레가 지나며 볏잎에서 맑게 드리우는 빛깔을 ‘사름’이라 하는데, 우리 집 첫째 아이 ‘사름벼리’가 여름날 눈부신 푸른 볏빛을 누리면서 들 앞에 선다. 첫째 아이하고 들길을 걷다가 이 아이가 볏잎을 살살 어루만지거나 쓰다듬을 때면 더없이 예쁘다고 느낀다. 다른 풀잎을 어루만지거나 쓰다듬을 때에도 예쁘고, 나뭇잎을 어루만지거나 쓰다듬을 때에도 예쁘다. 이름에 ‘풀’을 가리키는 푸른 내음 감도는 말마디를 넣어서 부를 수 있는 일이란 얼마나 즐거운가. 푸른 숲에서 사람이 살고, 푸른 들에서 아이가 놀며, 푸른 꿈에서 모든 목숨이 사랑스레 자란다. (4345.7.2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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