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7.25.
 : 이웃집을 찾아서

 


- 장마가 지나가면서 푹푹 찌는 더위가 찾아든다. 한낮에는 삼십∼삼십일℃까지 오른다. 이런 날씨에는 들길을 걷든 자전거를 달리든 하기 퍽 어렵다. 아이들도 마당에서든 바깥에서든 뛰놀기에 그리 좋지 않다. 한낮이 지나며 해가 천천히 기울 무렵 자전거마실을 하면 좋으리라 생각하며, 낮 네 시 넘어 이웃집을 찾아 아이들이랑 다녀오면 어떠할까 하고 헤아린다. 엊그제 ‘고흥 생태문화모임’에서 만난 포두면 중흥마을에 사는 분들 집에 다녀오기로 한다.

 

- 길그림을 살피며 이웃집이 어디쯤 있는지 어림하기는 하지만, 막상 이웃집 전화번호는 모른다. 애써 찾아가도 집이 비었을는지 모르고, 불쑥 찾아가면 뜬금없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웃집에도 아이 둘이 있고 우리 집에도 아이 둘이 있으니 서로 사이좋게 놀기를 바라면서 자전거를 달린다. 이웃집에 드리려고 책을 예닐곱 권 챙겨 수레에 담는다.

 

- 동백마을을 벗어나는 길은 오른갈래이든 왼갈래이든 살짝 내리막이다. 마을에서 나오기에는 수월하다. 거꾸로 마을로 돌아오자면 살짝 오르막이니 조금 힘들겠지. 동백마을을 벗어나며 큰길에 접어드니 이제 자동차가 조금 많다. 우리 마을 둘레에는 오가는 자동차가 거의 없어 아주 조용하다. 아이들은 우리 마을 둘레에서 자전거를 달릴 때에는 노래도 부르고 종알종알거리기도 하지만, 큰길로 접어들고부터는 자동차 소리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

 

- 봉서마을부터 조금 가파른 오르막이 된다. 봉동마을과 고당마을 옆을 지나는 비봉산 자락을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며 넘자니 꽤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이만 한 고갯길이야 영차영차 기운을 내며 넘는다.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다닌 오랜 다리힘이 씩씩하게 고갯길을 넘는다. 오늘은 노래도 한 가락 부르며 넘는다.

 

- 고당마을을 지나며 비로소 내리막이 된다. 한숨을 돌린다. 그렇지만 세동세거리를 지날 때에는 다시 오르막. 시골길이니 오르내리막이 잇달아 나오겠지. 힘내자, 기운내자, 하고 스스로 외치면서 발판을 꾹꾹 눌러 달린다. 뜨거운 햇살에 아이들이 고단하지 않도록 얼른 그늘진 쪽으로 달리자고 생각한다. 한동안 땀을 쪽 빼고서야 비로소 길두리 덕촌마을 옆 내리막을 맞이한다. “자, 아이들아, 이제 시원한 내리막이야.” 안동마을을 지나고 포두면 소재지에 닿기까지 신나게 내리막이다. 거꾸로, 이따 돌아올 때에는 길고긴 오르막이 될 텐데, 그때는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신나게 내리막을 즐긴다. 자전거로 달리는 한여름 내리막길은 아주 시원하다. 이렇게 시원한 바람을 쐬려고 힘겹게 오르막을 오른다.

 

- 한 해 내내 길바닥을 자꾸 파헤치고 또 파헤치는 포두면 소재지를 지나가는 길이 까다롭다. 외통수 길인데 이 길을 왜 자꾸 파헤칠까. 커다란 짐차 뒤에 서게 되기에, 길 한켠에서 살짝 쉬기로 한다. 큰 짐차이며 다른 자동차가 지나갈 때까지 쉬며 아이들한테 물을 준다. 포두면 소재지를 지나 장수마을 세거리까지는 15번 국도. 길섶은 그리 안 넓고, 고흥군에서 이 길은 자동차가 제법 많이 다닌다 할 만하다. 나로섬으로 들어가려는 모든 자동차가 이 길로 지나가고, 도화면으로든 지죽리나 발포리로든 다 이 길을 지나가야 하니, 이 15번 국도에는 자동차가 꽤 많다. 그러나, 이 길을 다니는 자동차는 다른 시골이나 도시로 치자면,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닌다고 할 만하다.

 

- 장수마을 세거리에서 상호리 평촌마을로 꺾는다. 이제부터 자동차 소리가 사라진다. 호젓한 시골길로 접어든다. 다시 바람소리를 듣는다. 다시 새소리와 벌레소리를 듣는다. 나도 아이들도 한결 느긋하게 길을 달린다. 곧 중흥마을 어귀에 이르고, 마을 느티나무 밑에서 한 번 더 쉰다. 다 왔다. 마지막으로 아이들한테 물을 준다. 우람한 느티나무 그늘에서 백 미터 즈음 더 가니 이웃집이 보인다. 맨 먼저 이웃집 개들이 컹컹 짖으니 반기고, 수레에서 내린 큰아이가 대문에 대고 “언니 있어?” 하고 부른다.

 

- 나는 오십 분 즈음 쉬면서 땀을 들이고, 두 아이는 두 아이대로 이웃집 아이들하고 섞여서 논다. 오십 분 놀이란 성에 차지 않으리라. 다음에는 더 넉넉히 놀도록 할게. 오는 길도 있고, 가는 길도 있으니까, 이 더위가 조금 꺾이면 더 일찍 길을 나서면, 한결 오래 놀 수 있어.

 

- 이웃집을 찾아온 길을 거슬러 달린다. 길두리 덕촌마을 한쪽에 자그맣게 선 팻말이 보여 자전거를 멈춘다. ‘POSCO 패밀리수련원’이라 적힌 팻말인데, 무엇을 하는 데인지 궁금하다. 포스코라는 회사는 고흥군 외나로섬에 무시무시한 화력발전소를 지으려 한다. 이들은 화력발전소를 지을 생각으로 퍽 일찍부터 고흥군으로 들어와서 여러모로 알아보았을까. 어여쁘고 맑은 마을에 ‘도시 위해시설’을 지으려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사라질 수 있기를 빈다.

 

- 집에 닿을 무렵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잠든다. 아주 곯아떨어진 듯하다. 큰아이도 졸린 눈치이지만 졸음을 꾹 참는다. 그냥 자면 좋을 텐데. 그냥 자고 집에 다 와서 일어나도 좋을 텐데. 어쨌든, 11킬로미터 길을 가는 데에 38분, 돌아오는 데에 44분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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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책 《삶말》 3호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책 《삶말》 3호를 찍었습니다. 어제(7.24)부터 조금씩 봉투에 넣어서 부칩니다. 혼자서 봉투질을 하고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부쳐야 하기에 여러 날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서 부쳐요. 누군가는 하루나 이틀 일찍 받을 테고, 누군가는 하루나 이틀 늦게 받을 테지요.
  즐겁게 받아서 기쁘게 읽어 주셔요.


  《삶말》은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지킴이가 되어 주시는 분한테만 보내는 이야기책입니다. 이 이야기책을 받아보면서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실 분은 언제라도 새롭게 도와주실 수 있어요. 곱게 도와주실 손길을 예쁘게 기다립니다~~ ^___^

 


● 《삶말》, 《함께살기》 한 해 받기 + 도서관 한 평 지킴이
   : 해마다 10만 원씩 (또는) 달마다 1만 원씩
  (두 평 지킴이는 20만 원 또는 2만 원씩, 세 평 지킴이는 30만 원 또는 3만 원씩)
   《삶말》, 《함께살기》 평생 받기 + 도서관 평생 지킴이
   : 200만 원 한 번 (또는) 사진책 100권 기증
● 돕는 돈은 어디로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손전화 : 011-341-7125
   누리편지 :
hbooklove@naver.com
★ 도서관 자리로 쓰는 ‘옛 흥양초등학교’를 통째로 장만할 꿈을 키웁니다.

 

 

- 삶말 3호에 실은 글 -

어른 시 〈실〉
도서관일기 2012.4.4. 봄햇살 책시렁
도서관일기 2012.4.12. 몇 억이라 하는 돈
도서관일기 2012.4.18. 단풍나무 푸른 빛깔
도서관일기 2012.4.26. 책들
도서관일기 2012.5.9. 좋은 날 좋은 책
도서관일기 2012.5.30. 마룻바닥에 누워 놀아
은지은지
‘민족주의’와 ‘보수주의’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사진
-의 : 노동자의 승리
부산 보수동 우리글방 사진
-의 : 절대적
서울 용산 뿌리서점 사진
말익히기 : 속
서울 신촌 숨어있는 책 사진
소울 푸드(soul food)
빛나는 꽃송이
집안일은 즐거워
눈을 쉰다
푸른들
책을 왜 읽어야 할까
마음으로 살고, 생각으로 사랑하고 (《열네 살의 철학》 느낌글)
부산 보수동 글벗2 사진
아줌마 글, 아저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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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맞이꽃 책읽기

 


  달맞이꽃은 어릴 적 한 차례 알아보고 나서 두 번 다시 잊지 않는다. 이름을 알아보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언제라도 떠올릴 수 있을까. 곰곰이 돌이키면, 어린 나로서도 ‘달맞이’라는 이름이 무척 쉬웠다. 꽃이름을 들으면서 이 꽃한테 왜 이러한 이름이 붙었는가 하고 떠올릴 수 있었고, 쉬우면서 알맞다 싶은 이 이름이 더없이 곱다고 느꼈다.


  달맞이꽃이 ‘달맞이’꽃이라 한다면, 아마 웬만한 거의 모든 꽃은 ‘해맞이’꽃이라 할 만하겠지. 그리고, 달맞이꽃이든 해맞이꽃이든 모두 사랑맞이를 하며 살아가는 꽃이겠지. 사랑스러운 따순 햇살을 먹고, 사랑스러운 시원한 바람을 먹으며, 사랑스러운 촉촉한 빗물이랑 사랑스러운 보드라운 흙을 먹으면서 꽃이 자란다.


  꽃도 나무도 풀도, 벌레도 짐승도 새도, 여기에 사람들 누구나 사랑을 먹으면서 살아간다. 사랑을 먹을 때에 삶이 빛난다. 사랑을 즐겁게 먹고 나서, 내 가슴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피워내며 잔치를 열면, 내 둘레 좋은 살붙이와 이웃과 동무 모두 한결 즐거이 살아간다. (4345.7.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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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싣는 자리

 


  글을 싣는 자리가 있기에 글을 쓰지는 않는다. 글을 싣는 자리가 있으나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타낼 수 없으면 글을 쓸 만하지 않다. 글을 싣는 자리는 내 마음속 이야기를 담는 삶자리와 같다.


  글을 싣는 자리는 내가 만든다. 누군가 글을 써 달라고 하기에 쓰는 글자리는 아니다. 내 글을 싣는 자리는 내 글에 담는 내 꿈을 빛내어 서로 즐겁게 거듭나는 믿음자리요, 내 글을 싣는 자리는 저마다 가장 좋은 생각으로 가장 아름다운 삶을 일구는 사랑자리라고 느낀다. (4345.7.2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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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마을 사람들 - 실향민의 섬, 속초 청호동
엄상빈 지음 / 눈빛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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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진은 역사이자 기록
 [찾아 읽는 사진책 106] 엄상빈, 《아바이마을 사람들》(눈빛,2012)

 


  모든 사진은 역사이자 기록입니다. 누가 어디에서 누구를 찍었건, 이 사진 하나는 역사이자 기록이 됩니다.


  신문사 사진기자가 대통령 아무개 씨를 2012년에 찍은 사진이더라도, 이 사진 하나는 2022년이나 2032년이나 2112년에 역사이자 기록으로 드러납니다. 여느 살림집에서 아이들 어버이가 값싼 사진기로 아이들 노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더라도, 이 사진 하나는 2042년이든 2052년이든 언제가 되든 역사이자 기록으로 새로 태어납니다.


  사진작가가 찍었기에 기록이나 문화나 예술이나 작품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기자가 찍었기에 사건이나 역사나 사회나 보도가 되지 않습니다. 누가 찍어도 사진이고, 누가 찍은 사진이더라도 기록이며, 누가 찍어 기록이 된 사진이더라도 역사입니다.


  누군가 1950년대에 찍은 사진도 기록이요 역사입니다. 1960년대에 찍은 사진이나 1970년대에 찍은 사진뿐 아니라, 1980년대나 1990년대에 찍은 사진도 기록이자 역사입니다. 더욱이, 2000년대나 2010년대에 찍은 사진도 기록이자 역사예요. 아니, 바로 어제 찍은 사진도, 바로 오늘 찍는 사진도, 모두 기록이자 역사예요.

 


  다만, 사진을 찍으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생각할 때에 기록이나 역사가 됩니다. 스스로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고 찍는다면 ‘사진’조차 되지 않습니다. 동무하고 즐겁게 놀면서 찍는 사진 한 장일 때에 비로소 좋은 이야기이자 기록이며 역사입니다. 어버이가 아이들하고 살가이 부대끼며 찍는 사진 한 장일 때에 바야흐로 좋은 이야기이면서 기록이 되고 역사로 거듭나요.


  대통령 취임식을 찍는대서 기록이나 역사는 아니에요. 새만금이나 4대강을 찍었기에 기록이나 역사이지는 않아요. 내 마음속으로 샘솟는 이야기에 사랑 한 자락 담아서 사진기를 손에 쥘 때에 비로소 이야기가 태어나요. 비로소 이야기가 태어날 때에 시나브로 기록이나 역사라는 옷을 입어요.


  엄상빈 님이 빚은 사진책 《아바이마을 사람들》(눈빛,2012)을 읽습니다. 사진쟁이 엄상빈 님은 책끝에 “1983년부터 청호동의 무엇을 어떻게 사진에 담아내느냐 하는 숙제를 안은 채, 사진 촬영을 위해 청호동을 건너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청호동 구석구석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 곳이 없었으며, 그곳의 손때 묻은 흔적들은 사진이 되기에 충분했다(148쪽).” 하고 말합니다. 강원도 속초 청호동을 찍었기에 그곳 ‘구석구석 사람 사는 냄새’를 담을 수 있지는 않습니다. 청호동 옆 다른 마을을 찍었어도 ‘구석구석 사람 사는 냄새’를 담기 마련입니다. 그저, 사진기를 손에 쥔 사람 스스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마음속으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입니다. 엄상빈 님으로서는 강원도 속초 청호동에서 당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느꼈기에, 이곳 어디를 가더라도 ‘구석구석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며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요.

 


  누군가는 서울 종로에서 ‘구석구석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며 사진기를 쥘 테지요. 누군가는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누군가는 인천 골목길에서, 누군가는 제주섬 오름에서 ‘구석구석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테지요.


  경기 수원에서 ‘구석구석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사람이 있고, 경기 수원에 있으나 아무 냄새를 못 느낄 사람이 있습니다. 충청북도 진천에서, 경상북도 문경에서, 전라남도 구례에서, 경상남도 통영에서,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냄새를 느낍니다. 또는,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냄새를 못 느낍니다.


  냄새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즐겁게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사진을 빚고 이야기를 빚으며 사랑을 빚습니다. 냄새를 못 느끼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홀가분하게 사진기를 손에 쥐지 못하고 말아, 사진도 이야기도 사랑도 못 빚어요.


  엄상빈 님은 “그때(1980년대) 힘들게 찍어 둔 이발소, 담배 가게, 오징어 덕장, 양복점, 가게 간판, 갯배, 좁은 골목길, 안방, 부엌 그리고 손바닥만 한 조개잡이 목선 등 오래전 사진들이 청호동의 진짜 모습 같아 정겹다(149쪽).” 하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참모습’이란 따로 없어요. 1980년대에 찍은 사진이라서 2010년대에 더 돋보일 만한 사진이지는 않아요. 1980년대에 청호동을 드나들며 느낀 사랑과 믿음과 꿈을 스스로 아름답다고 여기기에, 그무렵 찍은 사진이 ‘참모습’이라 느끼도록 좋습니다. 곧, 2010년대인 오늘 청호동에서 마을사람들 사랑과 믿음과 꿈을 느끼며 사진을 찍는다면, 바로 오늘 찍는 사진이 ‘참모습’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좋아요.

 

 

 


  가만히 보면, 옛날도 오늘도 따로 없어요. 어제와 모레가 따로 없어요. 예순 해를 살아온 분한테 1980년대와 2010년대는 무엇이 다를까요. 여든 해를 살아온 분한테 1970년대와 2000년대는 어떻게 다를까요.


  애써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를 얼굴사진으로 담아야 하지 않아요. 1980년대이든 1990년대이든 2000년대이든, 늘 마주하는 어린이나 푸름이나 젊은이를 얼굴사진으로 담아도 돼요. 애써 벽에 세워 얼굴사진으로 담지 않아도 돼요. 바다에서 일하고 골목에서 뛰놀며 집에서 살림하는 모습을 삶사진으로 담아도 돼요.


  꼭 어떤 틀을 맞추어 담아야 ‘기록사진’이나 ‘역사사진’ 노릇을 하지는 않아요. 사진기를 손에 쥔 사람 스스로 ‘사랑하는 삶’이 무엇인가 하고 느끼면서 찬찬히 생각할 때에 비로소 사진을 찍고 기록을 하며 역사를 남겨요. 사진쟁이 스스로 ‘사랑하는 삶’을 느끼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는다면, 사진기 아닌 촬영기로 마을 구석구석 다리품을 팔면서 ‘찍는’다 하더라도 사진도 영화도 다큐도 기록도 역사도 나타나지 않아요.

 


  엄상빈 님은 “이제는 ‘관광’이라는 경제 논리에 힘입어 예전 모습의 철조망은 대부분 철거되었다. 앞을 향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케케묵은 40∼50년 전 무장공비 사건을 내세워 반공과 안보의 명분으로 삼던 부끄러운 과거를 이제는 사진으로나 볼 일이다(150쪽).” 하고 말합니다. 참말 이 나라 정치권력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길을 가로막기 일쑤였어요. 남녘과 북녘이 서로 으르렁거리도록 내몰았어요. 남녘 안쪽에서도 도시와 시골 사이에서, 도시와 도시 사이에서, 마을과 마을 사이에서, 학교와 학교 사이에서, 사람들이 어깨동무하는 결보다는 툭탁툭탁 치고받으며 겨루는 울타리를 쌓았어요. 지난날에는 ‘반공’과 ‘안보’였으면 이제는 ‘관광’과 ‘경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바보로 내몰아요. 바보스러운 구렁텅이에서 ‘구석구석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며 ‘사랑하는 삶’을 찾아 사진을 찍기란 무척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데, 내 사진에 담기는 이웃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예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이웃 삶은 남이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에요. 사진으로 담는 모습은 멋스럽거나 아름답거나 놀라운 모습이 아니에요. 내가 사랑하는 삶 모습이에요. 곧, 내가 살아가며 꿈꾸는 모습을 내 사진으로 새롭게 빚어요. 나 스스로 살아가고픈 꿈을 사진기를 빌어 새삼스레 나타내요.


  누군가는 이것을 보여주고, 누군가는 저것을 보여주겠지요. 사진책 《아바이마을 사람들》은 무엇을 보여줄까요. 사진책 《아바이마을 사람들》은 어떠한 삶 어떠한 사랑 어떠한 길을 보여줄까요.


  ‘실향민의 섬’이라 느끼면 참말 ‘실향민의 섬’입니다. ‘옆지기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살림을 꾸리며 사랑을 꽃피우는 마을’이라 느끼면 참말 ‘옆지기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살림을 꾸리며 사랑을 꽃피우는 마을’입니다. 나는 내 사랑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나는 내 꿈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나는 내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습니다. 내 사진에 담긴 사람들과 마을은 늘 내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4345.7.25.물.ㅎㄲㅅㄱ)

 


― 아바이마을 사람들, 실향민의 섬 속초 청호동 (엄상빈 사진,눈빛 펴냄,2012.3.26./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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