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읽기
― 마음으로 새기는 사진

 


  해마다 여름이 되면 한겨레붙이는 손톱과 발톱에 봉숭아잎을 빻은 것을 살살 올려놓고는 곱게 감싸사 물을 들인다. 봉숭아물 들이기는 언제부터 했을까. 한겨레붙이는 봉숭아물을 언제 깨달았을까. 물이 곱게 드는 봉숭아잎인데, 옛날 사람은 봉숭아잎을 맛난 푸성귀로 여겼을까, 그저 고운 물 들이는 잎사귀로 삼았을까. 모시풀 줄기로는 실을 얻지만, 모시풀 잎은 맛나게 먹을 뿐 아니라 떡을 찌어 먹기도 한다. 옛날 옛적에는 봉숭아풀을 어떤 이웃으로 두었을까.


  봉숭아물 들이던 이야기는 언제부터 책에 적혔을까. 한겨레가 그림을 그리던 먼먼 옛날 옛적 가운데 어느 때에 봉숭아물 들이기를 그림으로 옮겼을까. 한겨레가 사진을 받아들이던 지난 백 해 사이에 어느 누가 봉숭아물 들이는 살붙이 고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을까.


  우리 집식구는 해마다 봉숭아물을 들인다. 나는 해마다 봉숭아물 들이기를 사진으로 찍는다. 옆지기와 아이들은 해마다 나이 한 살을 더 먹고, 살붙이 한삶을 적바림하는 사진은 해마다 차곡차곡 늘어난다.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진은 해마다 늘어난다. 사진을 찍든 안 찍든 이야기는 해마다 푼푼이 쌓인다. 사진을 찍어도 그리운 옛이야기를 떠올릴 만하고, 사진을 안 찍어도 마음으로 아로새긴 이야기를 가만히 되새길 만하다. (4345.8.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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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면서 똥눈 아기 밑씻기

 


  작은아이가 새벽에 잠에서 깨어 끙끙거리더니, 어머니 품에 안긴 채 똥을 누었다. 아버지는 잠든 채 똥을 눈 작은아이를 안는다. 바지와 기저귀를 살살 벗긴다. 작은아이는 그대로 잠을 잔다. 물을 틀어 밑을 씻긴다. 작은아이는 밑을 씻기는 동안 잠에서 깨지 않는다. 밑을 다 씻기고는 방으로 들어와 아버지 무릎에 누인다. 살살 토닥이는데 작은아이가 실눈을 뜬다. 자장자장 개운하게 응가를 누었으니 즐겁게 더 자렴. 작은아이는 다시 눈을 감는다. 바지를 새로 입히고 기저귀를 새로 댄다. 콜콜 자는 아이를 가만히 자리에 눕힌다. (4345.8.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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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생각하라 -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
아르네 네스.존 시드 외 지음, 이한중 옮김, 데일런 퓨 삽화 / 소동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어떻게 살고 싶은 생각인가
 [환경책 읽기 39] 아르네 네스와 네 사람, 《산처럼 생각하라》

 


- 책이름 : 산처럼 생각하라
- 글 : 아르네 네스·존 시드·조애나 메이시·팻 플레밍·데일런 퓨
- 옮긴이 : 이한중
- 펴낸곳 : 소동 (2012.1.26.)
- 책값 : 13000원

 


  내가 나를 구름이라 여기면 나는 구름이 되어 구름처럼 하늘을 누비면서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하늘이라 여기면 나는 하늘이 되어 하늘처럼 파란 빛깔로 눈부시게 빛나면서 생각을 빛내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람이라 여기면 나는 사람다운 몸과 마음으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나는 나를 들꽃 한 송이로 여길 수 있습니다. 나는 나를 들풀 한 포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나는 나를 들나무 한 그루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역사적으로도 우리는 생태를 보존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비폭력 행위라는 것을 보아서 알고 있습니다 … 우리는 우리의 ‘마음’이 모든 생명을 끌어안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자비에 따라 보살피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  (30, 32∼33쪽)


  착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웃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돈이나 이름이나 힘이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고, 기쁘게 두레를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어떤 모습이 되든 나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생각인가를 찬찬히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때에, 나는 내가 바라는 모습처럼 살아갑니다.


  꿈을 그리는 사람은 꿈을 이룹니다. 꿈은 천천히 이루기도 하고 더디 이루기도 합니다. 꿈은 싱그럽게 이루기도 하며 힘겨이 이루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온갖 가시밭길을 거치며 꿈을 이룹니다. 누군가는 상긋 웃으며 홀가분하게 꿈을 이룹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꿈을 생각하지 않아 꿈을 이루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꿈하고 동떨어진 길을 걸어가면서 꿈을 일그러뜨립니다.


  사랑을 하고 싶다면 오늘부터 사랑을 하면 되지만, 정작 사랑을 하고 싶다 말하면서 마음속으로 고운 꿈이 되도록 그리는 사람은 퍽 드뭅니다. 사랑은 바로 내 마음속에 있으니 가만히 사랑을 그리면서 예쁘게 사랑을 부르면 이룰 수 있어요. 나한테 없는 사랑을 꾀하거나 나하고는 어긋난 사랑을 밥그릇 챙기듯 거머쥐려 하기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해요.


  삶은 언제나 좋은 빛이자 그늘입니다. 삶은 언제나 좋은 빛그림이요 그늘그림입니다. 빛이 밝아 따사로운 하루를 누립니다. 그늘이 지며 땀을 훔치며 느긋하게 쉽니다. 빛과 그늘은 동떨어지지 않아요. 빛과 그늘은 한몸뚱이입니다. 빛이 드리우면서 그늘이 지고, 그늘이 지면서 빛이 드리웁니다. 눈을 뜨며 흙땅에 발을 디디고, 눈을 감으며 하늘나라에 생각을 띄웁니다.


.. 자기실현을 협소한 자아의 만족과 같은 뜻으로 본다는 것은 스스로를 심각하게 과소평가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 때, 우리는 사람들에게 더 큰 나라는 관념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 우리에겐 이 땅의 어느 것 하나 신성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빛나는 솔잎 하나, 모래톱 하나, 어두운 숲의 안개 하나, 숲속의 빈터 하나, 붕붕거리는 벌레 하나도 우리의 기억과 체험 속에 신성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 어떻게 해서 흙과 더 떨어져 살게 되었는가요? 이제 우리는 붐비는 거리를 서둘러 헤치고 지나다닙니다. 모두가 우리한테 방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  (34, 46, 110쪽)


  스스로 지리산처럼 생각하면 지리산처럼 됩니다. 스스로 백두산처럼 생각하면 백두산처럼 됩니다. 스스로 자동차처럼 생각하면 자동차처럼 됩니다. 스스로 핵발전소처럼 생각하면 핵발전소처럼 됩니다. 좋아하든 미워하든, 반갑게 여기든 달갑잖게 여기든, 스스로 생각하는 결에 따라 내 모습이 이루어집니다.


  활짝 웃는 예쁜 이웃을 바란다면 나 스스로 활짝 웃는 예쁜 삶을 생각합니다. 빙그레 웃는 고운 동무를 바란다면 나 스스로 빙그레 웃는 고운 삶을 생각합니다. 예쁜 삶을 생각하며 예쁜 마음이 되고, 예쁜 말이 태어나며, 예쁜 꿈이 이루어집니다. 고운 삶을 생각하며 고운 마음이 되고, 고운 말이 태어나며, 고운 꿈이 이루어집니다.


  제아무리 지친 몸이라 하더라도 ‘더 달려야겠어’ 하고 생각하면, 지친 몸이 새로 기운을 내며 더 달립니다. 제아무리 졸린 몸이라 하더라도 ‘이제 깨어야겠어’ 하고 생각하면, 졸린 몸이 새로 기운을 얻으며 씩씩하게 일어납니다. 마음은 몸을 이끕니다. 마음은 몸을 깨웁니다. 마음은 몸을 살찌웁니다. 마음은 몸을 움직입니다.


.. 백인의 도시에는 조용한 것이라곤 없습니다. 봄이면 잎사귀 펴지는 소리를, 벌레들 날개 스치는 소리를 들을 곳이 없습니다 … 짐승 없는 사람은 뭐가 될가요? 짐승이 다 사라지고 나면 사람은 영혼이 너무 외로워 죽어버릴 겁니다. 짐승에게 일어난 일이 곧 사람에게도 일어날 테니까요 … 나무들 사이를 다닐 때는 주고받는 관계를 의식하도록 하십시오. 나뭇잎에다 이산화탄소 가득한 숨을 내어 쉬면서, 나뭇잎이 당신에게 맑은 산소를 내어 쉬는 것을 느껴 봅시다 ..  (50, 52, 94쪽)


  아르네 네스·존 시드·조애나 메이시·팻 플레밍·데일런 퓨, 이렇게 네 사람이 슬기를 모아 엮은 책 《산처럼 생각하라》(소동,2012)를 읽습니다. 이들 네 사람은 누구보다 이녁 스스로 ‘산처럼 되’고 ‘산처럼 살’고 싶기에 ‘산처럼 생각합’니다. 스스로 산처럼 생각하며 산처럼 살아가고 산처럼 되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기에, 이들 네 사람은 우리들한테 좋은 기쁨과 맑은 즐거움을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나는 이들 네 사람처럼 ‘산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들 네 사람하고 한뜻이 되어 ‘바다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감자꽃처럼 생각할’ 수 있을 테고, 때로는 ‘마늘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석류나무처럼 생각할’ 수 있을 테며, 때로는 ‘대나무처럼 생각할’ 수 있어요.


  냇물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볏포기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지개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풀벌레 노랫소리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가장 바라고 가장 좋아하며 가장 예쁘다 여기는 대로 생각할 수 있어요.


.. 우리가 행동하는 것은 생명이 우리의 유일한 과제이기 때문인데, 덜 집착하는 담담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행동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흔히 활동가들은 명상할 시간을 별로 내지 못한다. 우리가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담담한 공간이나 여지는 명상 비슷한 것일지 모른다 … 자연을 파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자연을 지키려고 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와 같은 변화를 겪어 보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그들이 진정 어떤 존재인지를 기억하라고, 경찰이나 정치인이나 개발업자나 소비자 같은 제한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더 큰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라고 호소한다 ..  (73, 166쪽)


  사람들 누구나 좋은 길을 걸어가며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빕니다.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가장 예쁜 삶을 생각하며 예쁜 꿈을 그릴 수 있기를 빕니다. 좋은 마음으로 좋은 동무를 사귀고, 예쁜 생각으로 예쁜 마을을 일굴 수 있기를 빕니다.


  어린이도 어른도, 아기도 할머니도, 젊은이도 늙은이도, 시골사람도 도시사람도 서로서로 가장 좋은 마음과 삶과 사랑으로 하루를 빛낸다면 참으로 즐거우리라 느껴요. 교사도 학생도, 군인도 정치꾼도, 회사원도 공무원도, 노동자도 기업 총수도, 모두모두 가장 예쁜 생각과 꿈과 이야기로 하루를 누린다면 더없이 기쁘리라 느껴요. (4345.8.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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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94] 승주 C.C.

 

  고흥에서 순천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길알림판 하나를 바라본다. 길알림판에는 “승주 C.C.”라 적혔다. 함께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 길알림판에 적힌 “C.C.”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말한다. 나는 옆에서 “골프장이에요.” 하고 말한다. 길알림판에 적힌 글월을 모르겠다 말한 사람들이 “골프장이면 골프장이라고 적어야지 저렇게 적으면 어떻게 아느냐.” 하고 말한다. 듣고 보니 그렇다. 못 알아볼 사람이 있을 만하다. 나는 골프장을 안 가는 사람이지만, “C.C.”가 가리키는 곳을 알아보는데, 한국사람이 찾아가는 한국 골프장 이름을 굳이 알파벳으로 적어야 할 까닭이 없다. 골프장을 가는 사람한테도 안 가는 사람한테도 그저 ‘골프장’이라는 이름이면 된다. 왜냐하면, 길알림판이니까. 길알림판에는 한글로 알맞게 이름을 적고, 이 이름 밑에 영어로든 한자로든 덧달아 주면 된다. (4345.8.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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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보도사진'이라고 흔히 썼으나, 이제는 이 말은 신문기자한테만 쓰는 낱말이 되고, '다큐사진'이라고 따로 나누어서 쓴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쪽이든 저쪽이든 '길에서 삶을 찾아 사진을 찍는' 일이다. 어쨌든, 구와바라 시세이 님 사진이론책 하나 새롭게 한국말로 나온다. 나는 이 책을 일본 원판으로 두 권 장만해서 보았고, 다른 번역책을 읽기도 했지만, 새롭게 나온 예쁜 책을 즐겁게 알아보면서 기쁘게 장만할 젊은이가 많이 나타나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

 

이 책을 읽으며 나오는 '사와다 교이치'나 '토몬 겐' 같은 사람들 이야기가 더 널리 알려지면 얼마나 즐거울까. 으레 '로버트 카파' 이야기를 더 눈여겨본다고들 하지만, 구와바라 시세이 님은 이 책에서 스스로 '사와다 교이치'와 '토몬 겐'과 '유진 스미스'가 당신보다 사진을 훨씬 훌륭하고 아름답게 찍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이 말은 참 맞다. 사와다 교이치, 토몬 겐, 유진 스미스, 이 셋은 언제나 구와바라 시세이보다 한 발 먼저 일찍 다가설 뿐 아니라, 더 살갑고 더 깊으며 더 예쁘게 '이웃'으로 얼크러지면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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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가- 미나마타.한국.베트남 취재기
구와바라 시세이 지음, 김승곤 옮김 / 눈빛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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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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