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읽기
― 마음으로 새기는 사진
해마다 여름이 되면 한겨레붙이는 손톱과 발톱에 봉숭아잎을 빻은 것을 살살 올려놓고는 곱게 감싸사 물을 들인다. 봉숭아물 들이기는 언제부터 했을까. 한겨레붙이는 봉숭아물을 언제 깨달았을까. 물이 곱게 드는 봉숭아잎인데, 옛날 사람은 봉숭아잎을 맛난 푸성귀로 여겼을까, 그저 고운 물 들이는 잎사귀로 삼았을까. 모시풀 줄기로는 실을 얻지만, 모시풀 잎은 맛나게 먹을 뿐 아니라 떡을 찌어 먹기도 한다. 옛날 옛적에는 봉숭아풀을 어떤 이웃으로 두었을까.
봉숭아물 들이던 이야기는 언제부터 책에 적혔을까. 한겨레가 그림을 그리던 먼먼 옛날 옛적 가운데 어느 때에 봉숭아물 들이기를 그림으로 옮겼을까. 한겨레가 사진을 받아들이던 지난 백 해 사이에 어느 누가 봉숭아물 들이는 살붙이 고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을까.
우리 집식구는 해마다 봉숭아물을 들인다. 나는 해마다 봉숭아물 들이기를 사진으로 찍는다. 옆지기와 아이들은 해마다 나이 한 살을 더 먹고, 살붙이 한삶을 적바림하는 사진은 해마다 차곡차곡 늘어난다.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진은 해마다 늘어난다. 사진을 찍든 안 찍든 이야기는 해마다 푼푼이 쌓인다. 사진을 찍어도 그리운 옛이야기를 떠올릴 만하고, 사진을 안 찍어도 마음으로 아로새긴 이야기를 가만히 되새길 만하다. (4345.8.7.불.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