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우리 말 94] 승주 C.C.
고흥에서 순천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길알림판 하나를 바라본다. 길알림판에는 “승주 C.C.”라 적혔다. 함께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 길알림판에 적힌 “C.C.”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말한다. 나는 옆에서 “골프장이에요.” 하고 말한다. 길알림판에 적힌 글월을 모르겠다 말한 사람들이 “골프장이면 골프장이라고 적어야지 저렇게 적으면 어떻게 아느냐.” 하고 말한다. 듣고 보니 그렇다. 못 알아볼 사람이 있을 만하다. 나는 골프장을 안 가는 사람이지만, “C.C.”가 가리키는 곳을 알아보는데, 한국사람이 찾아가는 한국 골프장 이름을 굳이 알파벳으로 적어야 할 까닭이 없다. 골프장을 가는 사람한테도 안 가는 사람한테도 그저 ‘골프장’이라는 이름이면 된다. 왜냐하면, 길알림판이니까. 길알림판에는 한글로 알맞게 이름을 적고, 이 이름 밑에 영어로든 한자로든 덧달아 주면 된다. (4345.8.7.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