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10] ㅂㅅㅁㅎㅈㄷ

 

  한뎃잠을 자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문화잡지를 부산문화재단에서 내놓았다고 한다. 마침 부산마실을 하는 길에 이 문화잡지 한 권을 얻어서 여관에서 읽는다. 떨꺼둥이 삶과 넋과 꿈을 헤아리는 문화잡지를 지역 문화재단에서 엮어서 내놓는다니 놀랍구나 싶으면서, 참말 지역 문화재단이라면 이렇게 힘을 쓰고 마음을 기울일 때에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즐겁게 사랑을 빛내고 기쁘게 꿈을 나눌 때에 마을살이가 살고 살림살이 또한 북돋울 수 있겠지. 아이들이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읽은 문화잡지 끝에는 ‘ㅂㅅㅁㅎㅈㄷ’라는 글씨가 나온다. 무슨 글씨인가 하고 들여다본다. ‘부산문화재단’에서 한글 닿소리를 딴 이름이라고 한다. 옳거니, 오늘날 숱한 지자체와 공공기관과 회사에서는 온통 알파벳 첫소리를 딴 이름을 쓰는데, 부산문화재단에서는 한글 닿소리로 그곳 이름을 적는구나. 처음부터 이름을 이렇게 썼을까. 얼마 앞서부터 이름을 이렇게 쓸까. 서울에서는 ‘Seoul’ 아닌 ‘ㅅㅇ’이나 ‘ㅅ’을 사랑하면 반가우리라. 경기도에서는 ‘G bus’ 아닌 ‘ㄱ 버스’를 사랑하면 반가우리라. 생각을 하면 열리는 마음이고, 사랑을 하면 날아오르는 꿈이 되리라. (4345.10.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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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생태세밀화로만 그리는 그림만 곧잘 나오는데, 이렇게 나무와 얽힌 '내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내는 그림책이 나오니 반갑다. 나무를 잊고 살거나 나무하고 동떨어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 가슴에 푸른 내음이 물씬 풍길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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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친구 이야기
강경선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7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2년 10월 11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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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촐하게 책잔치 즐기기

 


  한글날에 맞추어 새로 내놓은 이야기책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를 놓고,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한켠에 자리한 〈우리글방 북카페〉에서 조촐하게 책잔치를 열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도시로 마실을 하기 어렵고, 도시로 굳이 마실을 할 생각이 없는 터라, 내가 쓴 책을 놓고 책잔치(출판기념잔치)를 여는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 마실을 갔고, 마실을 할 즈음 한글날이 끼었다. 깜짝잔치로 책잔치를 열면 어떠할까 생각해 보았다. 한 사람이 찾아오든 열 사람이 찾아오든, 서로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기쁘리라 생각했다.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서 돈 20만 원을 부쳐 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마실을 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을 알린다. 미안할 일은 없지만, 돈은 고맙게 받는다. 이 돈으로 케익을 하나 산다. 맛난 보리술도 몇 깡통 산다. 아이들 줄 먹을거리도 몇 가지 산다. 이듬날에는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갈 기차표도 끊고, 기차에서 먹을 도시락까지 장만한다.


  돈 몇 푼은 여러 사람이 깊은 밤까지 이야기꽃 즐길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내가 쓴 책은 여러 사람이 깊은 밤에도 이야기꽃 나눌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이제 조그마한 책쉼터 책잔치를 마치고, 이 책들은 나라안 여러 책방 책시렁에 꽂힐 테고, 여러 사람들이 즐겁게 장만해서 읽어 주겠지. 저마다 고운 넋을 북돋우고 고운 삶을 살찌우는 반가운 삶동무로 여길 수 있으면 얼마나 기쁠까. (4345.10.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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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책방에서 책읽는 어린이

 


  헌책방에서 노는 어린이는 그림책을 책상에 펼쳐 놓고는 종알종알 읽는다. 아버지가 그림책을 읽어 주니, 저도 스스로 읽겠다며 그림을 보며 종알종알 읽는데, 줄거리 흐름하고는 동떨어진 말을 읊는다. 다섯 살 아이 나름대로 아이가 아는 모든 낱말을 끌어들이고, 아이가 느낀 그대로 읊는다. (4345.10.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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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글꼴 디자인'을 하는 책이 무척 오랜만에 선보인 셈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과 한국글을 아끼거나 사랑하는 길이란 너무 먼 듯하기도 하고요. 예쁜 책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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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그리다
유래 지음 / 발해 / 2012년 10월
10,500원 → 9,450원(10%할인) / 마일리지 5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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