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하게 책잔치 즐기기

 


  한글날에 맞추어 새로 내놓은 이야기책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를 놓고,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한켠에 자리한 〈우리글방 북카페〉에서 조촐하게 책잔치를 열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도시로 마실을 하기 어렵고, 도시로 굳이 마실을 할 생각이 없는 터라, 내가 쓴 책을 놓고 책잔치(출판기념잔치)를 여는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 마실을 갔고, 마실을 할 즈음 한글날이 끼었다. 깜짝잔치로 책잔치를 열면 어떠할까 생각해 보았다. 한 사람이 찾아오든 열 사람이 찾아오든, 서로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기쁘리라 생각했다.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서 돈 20만 원을 부쳐 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마실을 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을 알린다. 미안할 일은 없지만, 돈은 고맙게 받는다. 이 돈으로 케익을 하나 산다. 맛난 보리술도 몇 깡통 산다. 아이들 줄 먹을거리도 몇 가지 산다. 이듬날에는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갈 기차표도 끊고, 기차에서 먹을 도시락까지 장만한다.


  돈 몇 푼은 여러 사람이 깊은 밤까지 이야기꽃 즐길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내가 쓴 책은 여러 사람이 깊은 밤에도 이야기꽃 나눌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이제 조그마한 책쉼터 책잔치를 마치고, 이 책들은 나라안 여러 책방 책시렁에 꽂힐 테고, 여러 사람들이 즐겁게 장만해서 읽어 주겠지. 저마다 고운 넋을 북돋우고 고운 삶을 살찌우는 반가운 삶동무로 여길 수 있으면 얼마나 기쁠까. (4345.10.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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