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10] ㅂㅅㅁㅎㅈㄷ
한뎃잠을 자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문화잡지를 부산문화재단에서 내놓았다고 한다. 마침 부산마실을 하는 길에 이 문화잡지 한 권을 얻어서 여관에서 읽는다. 떨꺼둥이 삶과 넋과 꿈을 헤아리는 문화잡지를 지역 문화재단에서 엮어서 내놓는다니 놀랍구나 싶으면서, 참말 지역 문화재단이라면 이렇게 힘을 쓰고 마음을 기울일 때에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즐겁게 사랑을 빛내고 기쁘게 꿈을 나눌 때에 마을살이가 살고 살림살이 또한 북돋울 수 있겠지. 아이들이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읽은 문화잡지 끝에는 ‘ㅂㅅㅁㅎㅈㄷ’라는 글씨가 나온다. 무슨 글씨인가 하고 들여다본다. ‘부산문화재단’에서 한글 닿소리를 딴 이름이라고 한다. 옳거니, 오늘날 숱한 지자체와 공공기관과 회사에서는 온통 알파벳 첫소리를 딴 이름을 쓰는데, 부산문화재단에서는 한글 닿소리로 그곳 이름을 적는구나. 처음부터 이름을 이렇게 썼을까. 얼마 앞서부터 이름을 이렇게 쓸까. 서울에서는 ‘Seoul’ 아닌 ‘ㅅㅇ’이나 ‘ㅅ’을 사랑하면 반가우리라. 경기도에서는 ‘G bus’ 아닌 ‘ㄱ 버스’를 사랑하면 반가우리라. 생각을 하면 열리는 마음이고, 사랑을 하면 날아오르는 꿈이 되리라. (4345.10.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